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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몸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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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몸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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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02월 27일
쪽수, 무게, 크기 216쪽 | 272g | 128*188*13mm
ISBN13 9791190630559
ISBN10 119063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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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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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쿵쿵, 쿵쿵, 쿵쿵, 쿵쿵.”
심장 소리는 규칙적으로 힘차게 울렸다. 그 소리는 어떤 망설임도 없이 자신의 존재와 살아 있음을 드러냈다. 임신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처럼 나는 입을 벌린 채 초음파 화면을 쳐다보았다. 온몸으로 쿵쿵거리는 하나의 생명이 내 안에 있었다. 그 소리는 희미하게 떠돌던 불길함과 두려움을 가만히 잠재웠다. 나는 또 하나의 심장이 힘차게 뛰고 있다는 사실에 압도당했다.
병원 밖으로 나와 손으로 배를 쓸어보며 나는 어떤 순간을 지나 어느 지점 너머로 나아가게 되었다는 걸 직감했다. ‘엄마’라는 이름은 여전히 낯설었지만, 내가 너를 가진 게 아니라 네가 나에게 찾아왔다는 것을, 두 개의 심장을 품고 있는 사람이 엄마라는 걸 알 것 같았다.
--- p.35

나 혼자 차지하던 모든 것이 아이에게 자리를 내주느라 혼란에 빠진 듯했다. 마음이나 생활뿐 아니라 몸도 아기를 위한 공간을 넓히기 위해 애쓰고 있었다. 배의 통증은 시간이 지날수록 가라앉았다. 자기 전에 배에 튼살 크림을 바르며 “아가” 하고 불러봤다. “아가”라고 나직이 부를 때 사람들은 누구나 너그러워질 것이다. 더 뚱뚱해지고 무거워져도 좋으니 마음껏 자라라. 나는 넉넉해진 기분으로 속삭였다. 말라깽이 시절은 추억만으로 충분했다.
--- p.60

아이가 없을 때는 세상일에 무심한 편이었다. 어차피 세계는 망해가는 중이고 나는 죽으면 그만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그런데 아이가 생기자 나와 세상, 나와 미래 사이에 연결고리가 생겨버렸다.
세상으로 눈을 돌리는 순간 시름이 깊어지고 걱정이 자라났다. 공기의 질이 이렇게 나쁜데, 북극의 빙하가 자꾸 녹는데, 사람을 생명을 이렇게 함부로 대하는데 괜찮을까. 여자로 사는 것도 남자로 사는 것도 아이나 어른, 동물로 사는 것 모두 녹록지 않았다. 그런데 이런 곳에서 아이가 태어나고 자라고 살아가야 했다. 그런 걱정의 굴레에서 조금이나마 자유로워지고 싶어서 오랫동안 아이 없는 삶을 고집해왔던 건데 이제는 뒤를 돌아보는 것이 의미 없었다.
나에게는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이 세계를 유지하고 고쳐나가야 할 책무만이 남아 있다. 지금도 이후에도 이곳은 사람이 사는 세상일 테고 차근차근 썩어가는 중에도 양심과 진심은 존재하고 빛을 발할 테니까,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 했다. 그리고 온 힘과 마음을 다해 아이가 이 세상에서 씩씩하게 살아가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었다.
배에 손을 얹고 내가 가장 많이 한 말은 ‘축복아, 몸과 마음 모두 건강해라’였다. 어쩌면 태교는 아이에게 좋은 것을 주는 것이 아니라 엄마와 아이가 가장 평안한 상태를 유지하는 것, 어떤 상황에서도 근심보다는 희망을 품는 것인지도 몰랐다.
--- pp.94-95

“어디 아픈 건 아니지?”
가족들도 볼 때마다 물었다.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들은 “얘 손 가늘고 예뻤는데 부은 것 좀 봐” 하며 놀랐다. 일 때문에 만나는 사람들도 부은 얼굴을 보고 조심스레 “살 많이 찌셨네요” 했다. 임신 전에 한 번 뵈었던 분과 다시 만날 일이 있었는데 나를 못 알아보는 사태까지 발생했다(“그럴 수 있지요”라고 말하며 속으로 울었습니다). 옆 사람은 못생겨지는 나를 보며 괜찮다고 나아질 거라고 위로했다.
붓고 못생겨지는 게 아들을 가져서 그렇다는 얘기도 있고(왜 때문에 그런 걸까요) 아기와 합이 안 맞아서 그렇다는 의견도 있었다(이건 태어나기 전부터 너무 슬픈 거 아닙니까).
의사 선생님은 체질 문제, 호르몬 변화 때문이라고 했다.
“임신하고 영 안 맞는 거군요.”
내 말에 의사 선생님은 예의 그 호탕한 웃음을 터뜨렸다.
“좋게 생각해요. 임신 체질이라서 임신할 때만 뽀얗고 예쁜 것보다 낫지 않아요?”
그건 그렇지요. 그런데 그건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간다는 전제하에 가능한 말인 것 같았다.
--- p.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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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업체명 : 예스이십사 주식회사 목동점
  •  본사 소재지 :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여의도동 15-15 일신빌딩5,6층 YES24
  •  사업자 등록번호 : 390-85-002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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