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머지않은 늦가을에 접어들었다. 갖은 교태(아양) 다 부려 암컷 마음을 끈 수컷은 조심스레 암놈 등짝에 올라 앞다리로 암놈의 가슴팍을 꽉 붙잡고는 애써 짝짓기를 한다. 그런데 거미 따위가 그렇듯이 교미(交尾, 짝짓기)하는 중에 사마귀 암컷이 느닷없이 기습(갑자기 들이침)하여 수컷을 잡아먹으니 이런 습성(버릇)을 ‘성적(性的)동족포식’이라 한다. 교미 중인 수놈을 낚아채 머리부터 어귀적어귀적, 자근자근 씹어버리기에 속절없이 머리통을 잃은 수컷은 자기 죽음을 알아채고는 더 세게 정자를 쏟아낸다. 아무래도 죽어 썩을 몸인데 암컷에 먹혀서 튼실한 알을 만들고 튼튼한 새끼가 나오게 하는 것이 참으로 옳은 길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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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줄은 단백질로 거미 몸 속 실샘(견사선)에 있을 때는 액체이지만, 실을 뽑는 방적돌기(실젖)에서 나와 공기를 만나자마자 수소 결합을 하면서 곧바로 단단한 고체로 변한다. 탄력(팽팽하게 버티는 힘)이 좋아서 네 배까지 늘어나며, 뼈보다 단단하고, 강철이나 나일론보다 질기다고 한다. 영화 속 ‘스파이더맨’의 거미줄도 이 같은 특징에서 나온 것이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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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꿀을 따온 녀석이 꼬리를 아래위로 빠르게 오르락내리락하면 태양 쪽에 꽃이 있고, 태양 방향에서 60도로 가면서 춤을 추면 그쪽에 꽃이 있으며, 또 이따금 둥글게 춤을 추는데 3초 만에 한 바퀴 돌면 꽃이 1킬로미터 근방에, 아주 천천히 8초 만에 돌면 8킬로미터 근방에 꽃밭이 있다는 것을 나타내는 신호임을 알게 되었다. 프리슈는 꿀벌들의 춤추는(몸짓) 방향(쪽)과 속도(빠르기)에 비밀이 있음을 밝혀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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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이나 썩은 음식에 쉬(알)를 스는(깔기는) 똥파리 말고도 시체(송장)에 날아드는 ‘시체곤충’이 있으니 검정파리·금파리·쉬파리 따위다. 바로 법의학(의학을 기초로 하여 법률적으로 중요한 사실 관계를 연구하고 해석함)에서 곤충으로 과학수사를 하는 것이다. 시체에 제일 먼저 이 파리들이 날아와 알을 낳고, 다음에 파리 구더기를 먹으러 딱정벌레가 나타나며, 그다음엔 딱정벌레에 알을 낳는 기생벌이나 기생파리가 달려든다. 이렇
게 시체 분해 단계마다 다른 곤충이 나타나므로 이를 역추적(거꾸로 더듬어감)하여 시신이 죽은 시간을 추정(어림짐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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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두줄망둑’이 미국의 캘리포니아나 샌프란시스코, 호주의 시드니에서도 발견되는 것은 나라마다 선박 평형수(平衡水, 바닥짐)에 묻어서 온 사방에 퍼진 것이리라. 그런데 외국종이 국내로 들어와 북새통(야단스럽게 부산을 떪)이지만 우리의 것이 외국에 나가 마구 날뛰는 것은 잘 모른다. 우리나라 재첩, 멍게(미더덕)가 미국에서 판을 치고, 망둥이까지 외국에 나가서 날뛰며, 가물치가 일본을 휩쓸고 다닌단다. 억새풀이나 칡이 미국에서 설친 지는 이미 오래전 이야기다. 어느 나라나 딴 나라에서 유입된 생물종들 때문에 골치를 앓는 것은 매한가지다.
--- p.110
바다거북의 수명은 물경(놀랍게도) 150년 안팎이고, 100년을 넘게 살아도 간·허파·콩팥 등의 오장육부(五臟六腑, 내장을 통틀어 이름)가 망가지거나 성능(기능)이 떨어지지 않는다고 한다. “늙은 거북은 없다”는 말이다! 그래서 학자들은 거북의 장수 유전자 연구에 몰두(열중)하고 있다 한다.
--- p.148
우리나라 텃새인 꿩(치, 雉, pheasant)은 꿩과에 속하고, 생김새가 닭을 닮았으며, 암컷을 까투리, 수컷을 장끼, 새끼를 꺼병이라 부른다. 어쨌거나 허우대만 크고 엉성해 보이는 사람을 꺼병이(꺼벙이)라 부른다. 그리고 암탉과 수꿩 사이에서 종간잡종(두 종 사이에 생긴 잡종)인 ‘꿩닭’이 생겨난다.
--- p.154
우리는 까옥까옥 소리를 질러대는 까마귀를 흉조(불길한 새), 해조(해론새)로 보는데 서양이나 일본인들(일본 문화에 유럽 문화가 영향을 미친 탓임)은 되레 길조(좋은 새)로 여긴다. 하지만 우리도 고려시대만 해도 까마귀를 신성한 동물로 여겼으니, 태양 안에서 산다는 세 발 달린 상상의 까마귀 ‘삼족오’를 힘의 상징으로 여겼다.
--- p.184
중국이나 우리나라 모두 박쥐를 영물(영리한 짐승을 신통히 여겨 이르는 말)로 칠 뿐더러 장수(오래도록 삶)나 복과 관련된 장식(꾸밈새) 문양(무늬)에는 언제나 박쥐가 등장한다. 열대지방에 사는 박쥐의 똥을 ‘구아노(guano)’라 하여 동굴 속에 수십 톤씩 쌓여 있는 것을 걷어다 비싼 비료로 쓴다. 그리고 중국에 ‘모기눈알요리’가 유명한데, 유독 모기 눈알은 박쥐 뱃속에서 소화되지 않고 똥에 그대로 나오는지라 똥을 체로 걸러 얻는다. 사실 우리도 별반 다르지 않지만, ‘하늘의 비행기, 바다의 잠수함, 교실의 책걸상’ 빼고는 다 먹는다는 먹새(먹성) 좋은 중국인들이다.
--- p.222
호랑이를 ‘범’ 또는 어린이 말인 ‘어흥이’라 부르며, 모두 널리 쓰이므로 다 표준어로 삼는다. 호랑이는 20세기 들어 일제가 호환을 예방한다는 명목으로 이 잡듯 했던 호랑이 토벌과 더불어 결정적으로 3년이나 이어졌던 6·25전쟁으로 풍비박산(사방으로 날아 흩어짐)하여 남한에서 멸종되고 말았다. 여러 기록에 따르면 실제로 호랑이에게 물려가는 화(호환)를 당한 것은 사실이다.
--- p.2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