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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린 8

멀린 8

: 궁극의 마법

리뷰 총점8.0 리뷰 2건 | 판매지수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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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4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260쪽 | 348g | 140*205*16mm
ISBN13 9788950993818
ISBN10 8950993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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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위가 서서히 조용해졌다. 용의 포효가 희미해져 가는 울림, 그리고 저 아래 물가에서 물살이 일렁이는 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바질가라드는 도끼를 든 소녀를 향해 다시 돌아섰다. 소녀의 뺨은 물이 튀어 번들거렸다. 코에서 물방울이 뚝뚝 떨어졌다. 소녀의 몸은 용의 가장 작은 비늘 하나보다도 작았지만, 아무런 두려움도 없이 용을 바라보았다. 똑바로 쳐든 소녀의 얼굴은 감사의 마음으로 빛났다.
“감사합니다.”
소녀가 말했다. 바질가라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윽고 거대한 두 날개를 접었다. 소녀는 바질가라드를 한동안 바라보더니 덧붙였다.
“하지만 나보다 더 작았다는 말은 도저히 믿을 수 없어요.”
“음, 사실이야. 그래도 내가 더 이상 작지 않아서 꽤 쓸모가 있단다.”
바질가라드가 나지막하게 말했다. 용의 커다란 초록색 눈동자 하나가 소녀를 향해 찡긋해 보였다.
--- p.23

싸움터에서, 바질가라드는 공격자들의 잔해를 훑어보았다. 박살 나 버린 시체 바로 너머, 로 발디어그는 날지 못한 채 고통에 신음하며 엉금엉금 기어가고 있었다. 잠시 그 모습을 지켜본 뒤, 가장 모욕적으로 일격을 날렸다. 그러니까, 몸을 휙 돌려 버린 것이다.
몸을 돌려보니, 멀린이 있었다. 멀린은 할리아와 크리스탈루스와 함께, 감탄과 고마움의 표정으로 바질가라드를 바라보고 있었다. 초록 용은 눈을 가늘게 뜨고는 즐거운 듯 당당하게 말했다.
“감히 나를 애완동물이라고 부르는 녀석들에 대한 경고라고 해두지.”
--- p.47

어둠의 존재는 분노를 빨아들이며 격렬하게 몸을 흔들었다. 다음에 먹을 음식 생각만으로도 기대감에 들떠 몸이 저절로 흔들렸다. 그렇다…… 그 음식은 자신을 훨씬 더 빨리 자라게 할 것이고, 힘을 크게 늘릴 것이고, 마침내 리타 고르가 아발론을 정복할 수 있게 문을 열어 줄 것이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다음 먹이는 그림자 거머리의 이름값을 확실히 증명할 것이다. 그 이름은, 정령의 영토 언어로 ‘어둠보다 어둡다’는 뜻이다. 그 이름은 곧, 이 세계에서 죽음과 동의어가 될 것이다.
둠라가(Doomraga).
다시 그림자 거머리는 몸을 흔들었다. 붉은빛이 상처처럼 고동치며 거머리 위에서 나타났다. 충혈된 눈. 이윽고 그 몸의 무한한 어둠으로부터 살을 엘 정도로 차가운 바람이 불어와, 늪지 유령들조차 소름이 돋았다. 그 바람에는 소름 돋는 말도 함께 실려 왔다.
“둠라가. 어둠보다 더 어둡다.”
--- p.80

멀린은 잔뜩 집중한 채 지팡이 끝을 호수 안으로 내렸다. 나무와 물이 만나자 작은 파문이 하얗게 그 자리에서 퍼져 나갔다. 물살이 부글부글 끓으며 거품이 일었다. 호수는 지팡이 끝 주변에서 끓어오르는 것처럼 보였다. 멀린의 손에 들린 지팡이가 심하게 흔들렸다. 그러는 내내,
멀린은 지팡이를 단단히 꽉 움켜쥐었다. 너무 세게 쥐어서 멀린의 손가락 관절이 거품이 이는 물처럼 새하얗게 변했다.
끓던 물이 잠잠해졌다. 물은 다시 평온해졌다. 마침내 잔물결만 잔잔하게 남았다. 마법사는 지친 창백한 얼굴로 물에서 지팡이를 들어 올렸다. 거기, 지팡이 끝에 완벽한 형태의 칠각형 수정 하나가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수정이 하얀빛을 뿜어내며 별처럼 밝게 빛났다. 순수한 엘라노의 수정.
--- p.116

유령의 늪에 사는 생명체들은 죽음의 구덩이를 계속 빠져나왔다. 이들은 그 어두운 곳에서 탈출하려 끊임없이 버둥거렸다. 구더기나 애벌레처럼 스르르 미끄러지든, 썩어가는 살점을 먹어치우는 눈에 보이지 않는 짐승들처럼 기어가든, 또는 늪지 유령들처럼 둥둥 떠다니든, 구덩이에서 가능한 한 빨리 벗어나려 버둥거렸다. 마침내, 이제 오랫 동안 그곳에 있던 썩어가는 시체만 남았다. …… 그리고 모두가 필사적으로 피하려고 하는 짐승뿐이었다.
둠라가는 이미 거대했는데도 계속 커지고 있었다. 그리고 또 커졌다. 또 커졌다. 이제 꿈틀거리는 거대한 몸이 터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벽에 닿는 것은 모조리 짜부라졌다.
--- p.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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