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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민낯

러브 주식회사

: 자본주의로 포장된 로맨스라는 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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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4월 23일
쪽수, 무게, 크기 344쪽 | 534g | 140*210*30mm
ISBN13 9788970125862
ISBN10 89701258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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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끔찍한 냉소주의자로 보일 위험을 무릅쓰고 지적하고자 한다. 사실 로맨스는 세상의 구조적인 위협에 대한 개인화된 해결책이다. 결혼한 사람일수록 정치 변화에 참여할 가능성이 적다는 말이 아니다. 로맨스를 통해 운명적인 사랑을 찾아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리라고 믿는, 대부분 미혼인 사람들이 세상을 너무 장밋빛으로 바라본다는 말이다. 로맨스는 민족주의와 마찬가지로 결코 미래를 해결할 수 없다. 우리에게 정말로 필요한 것을 보지 못하게 할 뿐이다. 미래가 개인이 아닌 공동의 것이며, 지금 심각한 위험에 처했다는 현실을 자각하지 못하게 막는다.
---p.14

디즈니는 사회화의 매개체일 뿐만 아니라 높은 이윤을 창출하는 기업이기도 하다. 디즈니는 정말로 많은 것을 판다. 젠더 규범에 잘 부합하고, 가장 백인다운 외모를 지닌 사람이 진정한 사랑과 행복을 찾을 수 있고, 젠더 규범에 부합하지 않거나 백인이 아닌 사람은 벌을 받는다는 이데올로기만 파는 것이 아니다. 여행과 크루즈, 저렴한 공주 드레스, 공주가 된 듯한 엄청나게 비싼 결혼식도 팔고, 근래 손을 떼기 전까지 플로리다주 셀레브레이션이라는 도시를 통해 생활방식도 통째로 팔았다. 디즈니는 로맨스 선전을 퍼트리는 주범일 뿐만 아니라 이윤 창출을 위해 존재하는 기업이다.
---p.55

결혼이 ‘선택’이 되자 젊은 남자들은 처음으로 용기를 쥐어짜 청혼을 해야만 했다. 결혼 상대를 선택할 수 있게 된 것은 새롭게 맞이한 변화였으므로 ‘심장이 방망이질’ 치는 것도 당연했으리라. 양측 부모 사이에서 교환되던 처지에서 해방된 여성들은 ‘거절’ 능력이 새로운 힘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약혼은 의례적인 행동이나 집착적인 물건이 개입되지 않는 남녀 구분이 확실한 대화에서 무릎을 꿇고 다이아몬드 반지를 건네고 점점 정교해진 연출과 공개 전시 문화로 진화했다. 그 과정에는 상업과 로맨스, 변하고는 있지만 고질적인 젠더 역할, 가장 중요하게는 가장 친밀한 순간까지 스며든 의사소통 방식의 변화가 있다. 이 모든 변화는 “나와 결혼해주겠어?”라는 질문을 개인적 대화에서 준공개적인 의식으로, 매우 공개적이고 점점 더 극적으로 변하는 이벤트로 바꿔놓았다.
---p.129

로맨스는 희망이 점점 사라져가는 시대에 우리에게 희망을 준다. 로맨틱한 사랑의 힘을 믿는 것은, 증오와 탐욕이 우리를 숨 막히게 할 때 조금이나마 숨통을 트이게 해주는 산소와도 같다. 브라이드 프라이드 주최자 미트닉의 표현처럼 우리가 “공동의 집단으로 사랑을 선택의 무기로 삼아 높아지는 사랑의 파도”가 될 수 있다면 어쩌면 결국 우리는 해피엔딩을 맞이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 해피엔딩은 공주나 왕자와 언덕 위의 성으로 떠나는 것이 아니다. 기혼이건 미혼이건 이성애자건 동성애자건 늙건 젊건 백인이건 흑인이건 라틴계이건, 공동의 미래를 위해 그 어느 때보다 열심히 싸우며 다 함께 언덕의 성으로 떠난다. 로맨스는 희망찬 미래를 꿈꿀 수 있게 한다. 미래가 있다는 것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로맨틱한 결말이다.
---p.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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