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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 죽은 뒤에
윌 힐 저 / 이진 | 비룡소 | 2021년 04월 16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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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4월 16일
쪽수, 무게, 크기 716쪽 | 706g | 133*203*35mm
ISBN13 9788949123479
ISBN10 89491234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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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 사람들이 죽었어. 아주 많은 사람들이. 이젠 얘길 좀 해야지.”
--- p.17

양팔에 소름이 돋는다. 그 모든 일을 겪은 지금도 예언자의 목소리가 지닌 위력이 여전히 날 두렵게 한다. 그 절대적인 확신, 어떤 반박도 허용하지 않는 막강한 권위.
--- p.32

군단의 규율은, 존 신부가 주님으로부터 직접 들은 내용을 그대로 우리에게 전달한 것이고, 그 규율은 마치 수술용 칼로 낸 상처처럼 내 뇌에 깊이 새겨져 있다.
--- p.34

“네가 여기 있는 목적은 오직 최대한 빨리 네 삶을 되찾기 위해서야.”
--- p.46

존 신부가 존 신부가 되기 이전에 어떤 사람이었는지는 아무도 알지 못한다. 그는 존 신부이고, 중요한 건 그것뿐이다.
--- p.114

“내가 바로 앞에 앉아 있는데도 박사님은 펜과 노트를 전부 다 펼쳐 놓고 나에 관해 글을 쓰고 있잖아요! 박사님이 뭘 하는지 무슨 글을 쓰는지 마치 내가 모를 거라는 듯이! 박사님은 항상 너무도 침착하고 박사님이 하는 모든 질문들은 너무도 이성적이고 이 모든 게 박사님한테는 그저 풀어야 할 하나의 퍼즐일 뿐이죠! 심지어 나조차도! 난 이 모든 일들을 실제로 겪었어요. 그게 나의 실제 삶이었으니까! 그걸 왜 이해 못해요?”
--- p.171

아빠가 실제로 존재했다는 사실이 아빠가 죽었다는 사실보다, 그것도 죽기에는 너무 이른 나이에 죽었다는 사실보다 더 받아들이기 힘들다.
--- p.175

더 이상은 그런 게 문제되지 않는다는 걸 안다. 적어도 존 신부가 말했던 것만큼 중요하지는 않다는 걸. 그러나 이성보다 더 깊이 새겨져 있는 것들도 있다.
--- p.201

그 모든 것이 끝난 방식이, 그 이전에 일어난 모든 일을 더럽혔다. 마치 불길이 내 기억 속으로까지 번져서 샅샅이 태우고 그을리고 시커멓게 만들어 버린 것 같다. 현재가 과거를 독살한 것 같다.
--- p.204

엄마의 모습이 나타난다. 내가 자라면서 싫어하게 되었던, 실망한 듯 늘 아래로 처져 있던 입꼬리. 왜 나는 엄마를 행복하게 해 주기에 충분하지 못한지, 왜 살아 있는 딸이 죽은 남편의 기억을 지우는 데 충분하지 못한지 생각하게 했던 그 표정.
--- p.487

부모를 찾으며 아이들이 울고 비명을 지르는 소리에 가슴이 미어지지만 그래도 아이들은 살아 있다. 여전히 살아 있다. 중요한 것은 그것뿐이다. 온 세상이 불타는 지금 중요한 것은 오직 그것뿐이다.
--- p.582

“너무 많은 사람들이 죽었어. 너무도 많은 삶이 파괴되었어. 그게 다 무엇 때문이지? 무언가를 절실히 믿고 싶어 하는 사람들로 가득 찬 사막 한 귀퉁이에서 어느 별 볼 일 없는 남자가 왕 행세를 하기 위해서?”
--- p.648

나는 존 신부를 생각한다. 성스러운 것과는 거리가 먼 존 신부를 믿는 바람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삶이 파멸에 이르고 끝장났는지를 생각한다. 그의 실체를 꿰뚫어 본 나 자신이 뿌듯한 면도 있지만 그보다는 그 모든 것이 얼마나 큰 낭비였는지를 생각하게 된다. 얼마나 끔찍하고, 맹목적인 낭비였는지.
--- p.680

내게 일어난 일들, 내가 본 것들을 기록해 둘 필요가 없다. 그것들은 사라지기를 거부하는 흉터처럼 내 안에 각인되어 있다.
--- p.6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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