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장편소설이란 언제나 희귀하지만, 지금 우리에게 절실한 것은 시대가 바뀌었음을 실감케 하는 새로운 장편이다. 김금희의 『경애의 마음』이 바로 그런 작품이니, 우리 사회에 만연한 갑질과 혐오, 재난과 폭력을 뚫고 ‘촛불민주주의’를 이룬 새 시대 주체들의 이야기다. 이 장편의 특별함은 그것이 빼어난 연애소설이기도 하다는 것과 떼놓을 수 없다. 사실, 그 새로움은 연애의 방식을 소설 내부로 끌어들여 마음 중심으로 서사를 꾸린 데 있다. 자신과 상대방의 마음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것이 연애인데, 마음은 경계가 없어 개인들의 속내와 세상살이를 가로지르며, 과거·현재·미래의 맺힌 순간들을 무시로 소환한다. 이 소설이 어떤 노선도 목적지도 없이 자유롭게 유영하다 어느새 실한 장편의 스케일을 획득하는 연유가 여기에 있다. 덕분에 독자는 각자도생하는 우리 시대 사람들의 힘든 일상뿐 아니라 경애의 트라우마라든지 상수의 이중생활을 비롯한 심상찮은 사건들을 깊숙이 들여다보고, 상처 입은 그들이 서서히 자기 삶의 주체로 나서는 과정도 지켜보게 된다. 함께 새 시대를 연 촛불시민들께 ‘경애의 마음’에 귀 기울이기를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