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도 기록도, 흐르는 시간 속에 낡고 바스라진다. 하지만 어떤 기억과 기록은 시간이 흐른 뒤에야 비로소 뼈대와 살을 얻는다. 뒤늦게야 그것에 대해 말할 용기를 준다. 어떤 이들에게‘여명의 황새울’은‘화려한 휴가’만큼이나 아프고 시린 상처였다.‘어떤 이들’은 대체 누구였을까.
시간이 흐를 만큼 흘렀으니 치유와 화해에 대해 말해야 하나. 우리사회는 국가가 할퀸 그 깊은 상처가 무엇이었는지 보기를 외면해 왔다, 말하길 피해 왔다.
고향을 세 번이나 빼앗긴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대추리에서 태어나지 않고도, 대추리를 고향인 듯 아꼈던 사람들, 질 거라는 걸 알면서도 지는 사람들의 곁을 지키고 싶었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이 책 안에 있다. 대추리에 살 때 나는 김연주의 이름을 몰랐다. 마리아라고 하니까, 그런 줄만 알았지. 간절하게 기도하는 사람인 줄만 알았지. 그의 기도문이 이 기록이었음을 이제야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