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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오늘의 경기를 살지만,
경기는 두터운 시간의 지층을 지닌 지역입니다. 그 이름이 고려시대에 만들어졌으며 서기전 18세기에 이미 정치·전략적 요지로 매김된 이래, 면면히 수천년의 역사를 이어왔습니다. 2021년, 경기라는 시공간의 표층에서 우리시대 사진가 10인이 자신들이 구축해온 사진의 시선으로 오늘의 경기를 기록했습니다. 그리고는, 경기의 이름이 태어난 고려시대 선인들이 불렀던 시가인 ‘경기하여가景幾何如歌’의 형식을 빌어 묻습니다. 경景긔 엇더 니잇고 * 경기의 광경, 이것이야말로 어떻습니까 주요 작품 소개 강재구 도시하천 (都市河川) 현대의 도시하천은 그 주변 지역에 사는 시민들의 삶의 질을 한층 더 높이는 역할을 하고 있다. 경기도권에 몇몇 하천들만 보아도 수질을 개선하고 시민들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산책로, 자전거 도로를 조성하거나, 의자 또는 계단으로 공간을 만들어 쉼터로서의 역할과 문화공간으로 즐길거리를 만들어 시민들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 강제욱 골목길의 오래된 화분 지난 12년간 나는 거의 매일 행궁동을 거닐며 일기처럼 사진을 찍는다. 처음 왔을 때 행궁동의 시간은 1980년대 즈음의 언저리에 영원히 마법처럼 멈춰져 있는 듯했다. 하지만 몇 년 전부터 빠르게 변화하기 시작했고, 그 과정을 촬영했다. 강진주 순환 속에 있는 이들 순환, 흙과 함께 살아가는 그들을 찾아 여행을 떠난다. 흙은 모두 보고 있었을 것이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생명이 시작되고 성장하고 소멸하고. 반복해서 순환하는 것을. 이 대지에 무슨 일이 있는 걸까. 그들은 무엇을 느끼는 것일까. 김신욱 Edgeland, 경계지 ‘Edgeland, 경계지’는 단순한 경계지역이 아니라, 도심과 지방 사이에 있는 과도기적인 공간을 의미한다. 주변부에 대한 오랜 관심을 바탕으로 한 연작의 일환으로, 올해 초 경기도 화성의 주변 경계지에서 작업을 시작해 경기도 전체로 확대했다. 노순택 돌아오지 않는 화살 남양주군 화도읍 마석리 산기슭에 자리 잡은 모란공원묘지. 많은 이들이 ‘불의한 권력에 맞서 온몸을 던지고 스러져간 민주열사들을 모신 곳’으로 광주 망월동 묘역을 떠올릴 것이다. 마석 모란공원은 망월동 못지않은 상징성과 더 오래고 아픈 역사를 품고 있다. 박종우 분단 흔적, 대전차장애물 한쪽에서는 발전하는 도시의 걸림돌이라면서 철거를 요구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언제 쓰일지는 모르지만 만약에 일어날 전쟁을 대비하기 위해 철저히 유지, 관리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대전차장애물들. 대척된 이념으로 나뉘어 전쟁이 끝난 후 70여 년이 지나도록 이 나라를 서로 반목하게 하는 이데올로기의 부산물로서, 대전차장애물은 지금도 말없이 그 자리를 지키고 서 있다. 박형근 경기, Sublime 이번 경기도 작업은 조선시대 이중환이 ‘택리지’에서 언급하였던 산수 즉, 우리나라의 주요 산계(山系)와 수계(水系)에 대한 사진 기록이자 해석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조선 진경산수의 근본정신인 사실주의에 기초해, 우리 산천의 진경이자 선경을 직접 담고 싶었다. 성남훈 ‘파라디움(Paradium)’한 도시 처음 판교에서 본 ‘알파돔시티’는 게임의 가상공간 같았다. 외국의 이상향 도시가 겹쳐 보이는 신비한 경험은 어둠이 내리면서 더욱 확증적이었다. 잘 기획된 2기 신도시인 이곳은 각진 유리 건물 숲에 오후 7시부터 9시까지 도시 전체를 LED조명으로 맵핑을 하고 앤트로포즈(Anthropause), 즉 인류 일시 정지 시기에도 이 도시의 욕망은 끝없이 살아있음을 외치는 듯 보였다. 이재용 파르마콘의 소금꽃 무심코 찾은 간척지에서 숭고미란 단어가 떠오를 만큼 장엄한 바다를 본다. 커다란 화폭을 사진으로 기록하는 것과 다를 바 아니다. 파괴적인 둑이 있다면 경계 넘어 최초로 경험하는 바다의 시간이 드러나니, 약이며 독인 셈이다. 이한구 무무無舞 이 땅의 무속인과 성소 우리 땅의 무속인과 자연, 그들이 성스럽게 여기는 장소를 하나로 잇기 위해 시작한 ‘무무’시리즈의 연장선에서 이뤄진 이번 경기 작업은 경기의 ‘신성(神聖)’을 찾고자 한 작업이다. 발전이라는 명제로 인해 사라질 수도 있는 경기 땅의 아름다운 가치를, 물질이나 비속과 겨루어 경기를 균형 있게 할 정신과 정서를 기록하고 싶었다. 기획 노트 〈생생한 경기, 특별한 아름다움〉 글 : 최연하 (독립큐레이터, 『Live in Gyeong Gi』 기획자) 『Live in Gyeong Gi』는 “경景긔 엇더ㅎ니잇고(경기의 광경, 이것이야말로 어떻습니까)”라는 물음에 사진가 10명이 화답한 결과를 담은 사진집이다. 앞의 질문은 이 책의 독자들에게도 ‘이것이야말로 과연 경기도라고 할 수 있지요? 이보다 더 경기도 일 수 있나요? 이런 경기도를 본 적이 있나요?…’라고 재차 물으며 이 사진집을 통해 경기도를 새롭게, 다시, 볼 것을 권한다. 좀체 볼 수 없었던 경기도가 찍혔으니 당연히 ‘생생’할 것이고, 우리가 사랑했지만 자주 볼 수 없었으니 그 광경이 특별한 아름다움으로 다가오지 않을까. 『Live in Gyeong Gi』 사진집은 사진의 사실성과 기록성을 바탕으로 ‘무조건 아름답게, 빼어나게 잘 찍은, 미학적인 가치가 높은 사진’을 추구했다. 이는 사진의 예술성과 기록성을 동시에 최대치로 끌어올릴 수 있을지 탐색하는 여정이기도 했다. 참여 작가들의 특이한 고유성을 유지하면서, 한 권으로 묶었을 때 생생한 통일감을 형성하는 것. 사진집 속에서 되살아난 경기도의 풍경은 과연 어떠할까. 풍경-광경-경관으로서의 사진은 특정 지역의 자연, 건축물뿐만 아니라 지리와 지형, 생태와 환경까지 아우르며 다양하고 다채롭게 전개되어 왔다. 에스텔 주심(Estelle Jussim)과 엘리자베스 린드퀴스트 콕(Elizabeth Lindquist-Cock)은 『사진으로서의 풍경(Landscape as photography)』에서 풍경 사진을 ‘예술 장르로서의 풍경, 순수한 형식으로서의 풍경, 사실로서의 풍경, 개념으로서의 풍경, 대중문화로서의 풍경, 정치와 선전으로서의 풍경’ 등으로 구분하여 논하고 있다. Estelle Jussim, Elizabeth Lindquist-Cock, Landscape as photography, New Haven:Yale University Press. 1985. 오래된 이론이지만 여전히 유효한 이 분류는 자연 그대로의 신비롭고 아름다운 풍경에서부터 사회, 정치, 역사, 문화적 풍경까지, 우리 삶의 모든 풍경을 사진으로 표상할 수 있음을 역설함과 동시에 풍경을 자연에만 국한하는 것의 한계를 드러내는 말이기도 하다. 사실상 전방위적인 사진의 ‘어떤 힘’을 강조하려는 의도이리라. 경기도의 다양한 풍경을 담은 『Live in Gyeong Gi』는 사진의 ‘힘’을 빌려 경기도의 생생함을 드러내려는 생각으로 기획하였다. 무언가 살아 있고, 살아나는, ‘생성태’로서의 사진은 왠지 ‘생경한, 생생한, 신성한, 고요한, 명랑한, 풍요로운, 정겨운…’이라는 수식어와 함께 탄생 될 것 같았다. 10명의 작가가 찾아간 경기도의 ‘곳곳’은 바로, 혈 자리와 태 자리, 생동과 번성의 자리, 펼침과 경계, 흐름과 소통의 물길이었고 이곳을 촬영하려면 과거에 자신의 역량을 입증한 작가들뿐만 아니라 새로운 세대 작가들의 고유한 면모가 구체적으로 사진 속에서 살아나야 했다. 그것이 ‘동시대 경기도’를 찾고 보는 뇌관임을 이 사진집을 통해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작가들이 찾은 경기도를 간략하게 짚어보고자 한다. 강재구는 도시의 숨과 쉼을 돌보며 흐르는 도시하천((都市河川)을 보여준다. 물길과 나란한 산책로를 따라 걷거나 휴식을 취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자연스럽다. 강제욱은 수많은 사진가가 촬영한 덕분에 근사한 사진이 넘쳐나는 수원화성에 다시 갔다. 10여 년 넘게 화성을 촬영한 강제욱의 사진 속에서, 이 ‘성’은 자신을 둘러싼 마을의 변화와 봄여름가을겨울의 풍경을 ‘바라보고’, 자신에게 다가온 사람들의 말을 들으며 스스로 풍화하고 있었다. 강진주는 땅과 하늘, 사람이 서로 돌보고 보살피며 둥글게 환(環)한 대지의 시간 속으로 들어갔다. 농사꾼의 포즈와 표정은 생생하고, 자연스럽다. 김신욱은 경기도의 ‘경계지(Edgeland)’를 촬영했다. 경기도는 서울을 에워싸며 동서남북, 31개 시군으로 형성되었고, 온도와 풍경도 제각각이다. 북으로 휴전선, 서쪽으로는 해안선, 그리고 동쪽으로 강원도, 남쪽으로는 충청도와 접해 있어 마을을 분할하거나 잇는 경계 지역의 풍경은 언케니하다. 김신욱이 사진으로 접촉한 지점이다. 노순택은 모란공원을 촬영했다. 우리가 기억해야 할 죽음의 자리를 찾아 애도와 환기를 시도한다. 박형근의 사진 속으로 경기도의 천경(天景)이 들어 왔다. 급격한 산업화와 도시화에도 불구하고 고유의 풍경을 간직한 숭고하고 신성한 경기도의 풍경이 펼쳐진다. 박종우는 경기도 북부지역, DMZ 인근에 산재한, 이제는 쓰임을 다한 대전차장애물을 통해 분단의 흔적을 선명하게 가시화한다. 성남훈은 판교테크노벨리를 촬영한다. 대한민국 정보기술(IT) 산업의 메카인 판교에 알파돔시티가 들어섰고, 환상형 구조물 유리벽에 설치된 외벽 스크린 보드로 미래도시의 판타지가 형형하게 빛나며 에스에프(SF)적인 공간이 펼쳐진다. 이재용은 드론으로 경기도의 서해를 촬영했다. 하늘과 평행하게 촬영된 경기 서해가 하얀 추상으로 끝없이 펼쳐진다. 바다가 제 스스로 그린 그림이다. 마지막으로 이한구는 경기도의 신성(神聖)한 곳을 누빈다. 이한구의 사진 속에서 하늘과 땅, 길과 나무와 사람이 경이롭게 연결된다. 『Live in Gyeong Gi』가 ‘라이브’할 수 있었던 데는 사진의 기록성을 근간으로, 참여 작가들이 다른 감각으로 경기를 보면서, 고정된 경기를 바라보는 사고의 지도를 바꾸게 한 데 있다. 사진의 창조성은 바로 새로운 시각이고, 궁극적으로 우리가 세계를 보는 방식 자체를 변화시키는 것이다. 이 사진집은 우리가 하마터면 못 보았을 것을 보게 하고, 어떤 발견의 순간을 겨냥하며 사진 속에서 다시 살아나는 경기도와 마주하게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