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수들은 종종 자신이 가진 전문 지식 덕분에 컨설팅을 해주기도 하고 법정에서 증언을 하기도 한다. 나도 대학교수가 된 직후에 한 대형 로펌으로부터 법정에 나와 전문가 증언을 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나보다 일찍 대학 강단에 자리를 잡은 동료들이 정기적으로 이런 일을 하면서 꽤 짭짭한 부수입을 올린다는 사실을 나는 알고 있었다. 그런데 이 사람들은 한결같이 돈 때문에 그런 일을 하는 건 아니라고 했다. 나는 갑자기 이들이 법정에서 진술한 내용의 원고를 보고 싶었다.로펌에 부탁하자 전문가들이 진술한 내용을 보내줬다. 그것을 보고 나는 깜짝 놀랐다. 소위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논문 결과를 지나치게 편견에 치우쳐 해석했기 때문이다. 또한 상대편 진영에서 내세운 전문가들이 하는 증언에 대해, 그들 역시 강단에서 존경받는 사람들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의견뿐 아니라 자격까지 심하게 깎아내리는 것을 보고 한 번 더 놀랐다.나는 경험삼아 실제로 전문가 증언을 해보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전문가 의견을 진술하는 대가로 로펌으로부터 상당한 보수를 받았다. 나로서는 이것이 시간당 급여로 엄청난 금액을 받은 최초의 사건이었다. 나는 내가 내리는 결정을 내가 그 일에 투자한 시간의 관점에서 생각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 일에 한 시간을 투자하면 고급 식당에서 멋진 저녁식사를 할 수 있는 돈이 생기고, 몇 시간을 더 투자하면 훌륭한 자전거를 한 대 살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그런데 재판이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내게 증언을 의뢰한 변호사들이 자신들의 주장을 뒷받침해줄 수 있는 의견을 내 머릿속에 심고자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렇다고 이 사람들이 결코 강압적으로 강요한 것은 아니었다. 내게 자기 의뢰인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사항들을 얘기하지도 않았다. 대신 그들은 사건과 관련이 있는 모든 조사 결과들을 말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리고 의뢰인에게 불리할 수 있는 사항들은 방법론적으로 문제가 있음을 암시하는 한편, 반대로 유리한 사항들은 매우 중요하며 또 오류가 없다고 강조했다.이 사람들은 또 내가 자신들에게 유리한 어떤 전문가적 해석을 제시할 때마다 나를 대단한 학자로 추켜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