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열렬한 팬심은 오랜 미스터리 애호가들의 마음 또한 울렸다. ‘마르틴 베크’ 시리즈의 김명남 번역가, ‘겐자키 히루코’ 시리즈의 김은모 번역가, ‘탐정 김재건’ 시리즈의 박하루 작가가 미스터리의 팬으로서 제각각 열렬한 극찬을 보내왔다.
미스터리라면 닥치는 대로 읽어온 독자로서, 한국 추리소설에 두 가지 근거 없는 믿음을 품고 있었다. 하나는 소위 ‘이공계 출신 작가’들이 본격 추리소설을 써주면 본인도 독자도 즐겁지 않을까(합리적 가능성의 트릭을 고안하는 것이 그들에게 적성이 아닐까 하는 생각으로, 물론 일종의 편견이란 걸 잘 안다), 다른 하나는 대학마다 추리소설 감상 동아리가 생기고 거기서 읽다보니 쓰게 된 사람이 나오는 날이 바로 나 같은 독자들이 행복해지는 날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었다. 그러던 중 『탐정, 수정』을 받아들고서 이것이 사실상 두 가지 조건을 다 만족시키는 작품임을 깨달았을 때, 이것이 내가 기다려온 시작임을 감각했을때, 얼마나 놀라고 행복했던지!
『탐정, 수정』을 읽으면서 과학 실험실과 대학 동아리를 배경으로 설정된 본격 추리 특유의 트릭을 음미하던 독자는, 문제의 ‘대학생 탐정’과 ‘조수’의 역할이 기묘하게 뒤바뀌는 반전을 보며 추리란 무엇인가를 새삼 다시 생각하게 된다. 그렇구나, 추리라는 건 문제의 해결로 질서를 보위하는 행위에만 국한되는 게 아니라 거짓 단서와 오도로 문제를 일으키는 심리적 조작 행위일 수도 있구나! 본격 추리의 문법을 거울에 비추듯 반전시켜 긴장을 증폭시킨 설정에서, 미스터리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고 언제나 조금 더 새로운 것은 가능하다는 사실을 다시 깨닫는다. 근거 없는 믿음을 품고 오래 기다린 보람이 있다.
배연우 작가가 한국의 아야쓰지 유키토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