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사연 없는 사람이 없지만, 우리는 누구나 자신은 복잡한 존재이고 타인은 겉보기가 전부라고 여기곤 한다. 이 소설집을 읽는 것은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따끔하게 깨우치는 경험이다. 내 평범한 이웃들의 내밀한 삶을 들여다보는 듯한 이야기들을 읽고 나서 눈길을 들면, 세상이 더 입체적인 곳으로 바뀌어 있다. 이야기들 속 화자의 자기 연민이 오히려 그 옆의 타자들에 대한 연민과 이해로 발전하는 계기가 된다는 점도 아름답다. 그때 화자가 느끼는 해방감을 독자인 나도 느끼게 된다. 한없이 현실인 이야기들이 현실을 견딜 힘을 준다니, 이것이 소설을 읽는 이유로구나 하고 새삼 생각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