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환경 정책을 배우려고 들어간 대학원에서 가장 놀란 점은 그곳 사람들이 자연보다 인공 구조물을 들여다보는 데 훨씬 더 많은 시간을 쓴다는 점이었다. 댐, 송전탑, 발전소, 하천보… 어쩌면 당연하다. 대형 인공 구조물만큼 환경에 파괴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또 없다. 그중에서도 제일은 도로다. 도로는 이제 인간이 있는 곳 어디에나 있다.
그러나 인간을 잇는 도로가 야생동물에게는 단절이다. 도로를 건너지 못해 서식지가 파편화하면 고립되어 죽고, 용감하게 도로를 건너려고 하면 차에 치여 죽는다. 누가 이 문제도 들여다봐야 하지 않을까? 정말로 그런 사람들이 있다. 도로가 어떻게 야생을 찢어놓는지 조사로 확인하고, 동물이 이동할 수 있는 방법을 발명하여 설치하고, 나아가 더 생태적인 도로망의 필요성을 알리려고 싸우는 사람들이 있다. 《크로싱》은 그들의 이야기, 즉 도로생태학의 이야기다.
1920년대 한 생물학자 부부가 자동차 여행길에 본 동물 사체의 수와 종류를 세어 학술지에 보고한 것이 소박한 시초였던 도로생태학은 이제 곰을 위한 육교와 거북을 위한 터널을 짓고, 쓸모없는 도로를 해체하여 자연으로 되돌린다. 그 놀라운 사례들을 읽다 보면, 비 오는 밤마다 두꺼비들이 안전하게 길을 건너도록 양동이에 퍼 담아 옮겨주는 자원봉사자들의 마음이 그 어떤 최첨단 기술보다도 도로생태학의 핵심에 가까움을 알게 된다.
어쩌다 도로에 나와 꿈틀거리는 지렁이를 흙으로 옮겨준 적 있는 사람, 도로 방음벽에 부딪혀 죽은 새를 본 적 있는 사람, 인간이 기어이 전 지구를 도로로 덮을 것이라면 생태통로라도 반드시 함께 지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이 책을 권한다. 왜 굳이 그래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더욱더 강하게 권한다. 저자의 성실한 취재, 뛰어난 글솜씨와 유머, 그리고 훌륭한 번역이 갖춰진 이 책이 후자의 독자마저도 설득하리라는 데 나는 무엇이든 걸 수 있다. 그리고 그 모든 독자가 이 책을 읽은 후에는 도로를 운전자의 눈이 아니라 그 앞에서 서성이는 동물의 눈으로 보게 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