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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1부
침묵이란 무엇인가?

2부
침묵을 팔다.
침묵을 찾아서
침묵 대 혼자됨
자발적 침묵

3부
침묵의 재현
침묵의 읽기
무대 위의 침묵
차마 말할 수 없는 것

4부
침묵된 순간
인형의 침묵
침묵시키기
침묵과 비밀

5부
침묵의 미래


참고문헌

저자 소개 2

존 비게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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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hn Biguenet

소설가이자 극작가. 석좌교수로 재직하던 미국 뉴올리언스 로욜라대학교에서 은퇴 후 명예교수로 위촉되었다. 〈애틀랜틱〉 〈에스콰이어〉 등 다양한 매체에 기고해왔고, 단편소설 「장미」로 오 헨리 문학상을 수상했다. 미국문학번역가협회 회장을 두 차례 역임하며 『번역이론』을 엮었고, 허리케인 카트리나 재난 당시 〈뉴욕타임스〉의 첫 객원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며 뉴올리언스의 참상과 재건을 알린 경험을 살려 희곡 〈차오르는 물〉 삼부작을 지었다. 소설 『굴』 『고문관의 제자』 등을 펴냈다.
한국과학기술원 화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환경대학원에서 환경 정책을 공부했다. 인터넷 서점 알라딘 편집팀장을 지냈고, 지금은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제2회 롯데출판문화상 번역 부문상 수상,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로 제55회 한국출판문화상 번역 부문을 수상했다. 옮긴 책으로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경험 수집가의 여행』 『비커밍』 『우리는 언젠가 죽는다』 『면역에 관하여』 『틀리지 않는 법』 『지상 최대의 쇼』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 『여자들은 자꾸 같은 질문을 받는다』 『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합니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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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6년 08월 19일
쪽수, 무게, 크기
252쪽 | 113*188*20mm
ISBN13
9791194996262

책 속으로

오늘날 침묵은 또한 상품이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소비재들에 필적하는 가격으로 사고팔리는 상품이다. “우리는 침묵의 사치를 누리자꾸나.” 제인 오스틴은 『맨스필드 파크』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이 사치품의 가격은 평범한 소비자의 재력을 넘어서서 계속 높아지는 중이다.
--- pp.29-30

이 실험실의 무반향실이 알려준 통찰 중 하나는 침묵이 “방향감각을 크게 상실시킨다는 점이다. 오필드에 따르면, 그 느낌은 몹시 당혹스럽기 때문에 누구든 반드시 앉아 있어야만 한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걸을 때 들려오는 소리를 통해서 자기 위치를 확인합니다. 무반향실에서는 그런 단서가 주어지지 않죠. 균형을 잡고 동작을 하는 데 필요한 지각 단서가 몽땅 사라지는 겁니다. 그 속에 삼십 분 이상 있으려면 반드시 의자에 앉아 있어야 합니다’”.
--- p.51

결국 침묵에의 추구는 우리가 자신을 벗어나려는 시도인지도 모른다. 이 난제를 인식한 작가가 오르테가뿐만은 아니었다. 해럴드 핀터는 「침묵」이라는 짧은 희곡에서 침묵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맞닥뜨리는 근본적인 모순을 제시한다. “내 주위엔 밤이 깔려 있지. 이토록 깊은 침묵. 내 소리를 들을 수 있어. 귀에 손을 갖다대면. 내 귓속에서 내 심장이 뛰지. 이토록 깊은 침묵. 이것이 나인가? 내가 침묵하고 있는 것인가, 아니면 말하고 있는 것인가? 어떻게 알 수 있지? 그런 것을 알 수가 있을까?”
--- p.55

침묵이 일종의 허기라면, 무엇이 그 굶주림을 채울 수 있을까? 그냥 소음으로는 안 된다. 소음도 어떤 면에서는 또다른 종류의 침묵이기 때문이다. 사흘간 기도 소리 외에는 아무 목소리도 들리지 않은 수도원 위로 저녁이 그림자를 드리우기 시작한 숲가에서, 나는 그 대기의 공허함이 갈망하는 것은 오직 언어뿐임을 깨달았다.
--- pp.86-87

위대한 러시아 피아니스트 스비아토슬라프 리히터는 모스크바 음악원에서 선생 겐리흐 네이가우스에게 배웠던 가장 중요한 교훈을 이렇게 회상한다. “그는 내게 리스트 소나타의 핵심을 가르쳐줬습니다. 침묵이죠. 어떻게 침묵이 들리게 만들까 하는 겁니다. 나는 잔꾀를 하나 생각해냈답니다. 무대에 올라가서 자리에 앉습니다. 침묵 속에서 미동도 없이 서른까지 수를 셉니다. 그러면 청중은 좀 당황합니다. ‘무슨 일이지?’ 하고요. 그 긴 침묵이 끝난 뒤에 비로소 첫 G음을 치는 겁니다.”
--- pp.101-102

로스코는 자신이 “비극, 황홀, 암울함, 기타 등등과 같은 인간의 기본적 감정들을 표현하고 싶을 뿐”이라고 고백한 바 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화가 언어로 번역될 수 있다는 생각은 거부하면서 “침묵은 아주 정확하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 p.111

나는 우리에게 일어났던 이 일, 누구든 크게 앓는 사람에게 일어날 수 있는 이 일이 읽기에 필요한 자아 침묵시키기와 관련있다고 생각한다. 재난이나 질병 피해자에게 한꺼번에도 아니고 꼭 하나씩 하나씩 닥쳐오는 여러 문제들을 대면하자면-내가 일을 계속할 수 있나? 어떻게 돈을 구하지? 이 문제에 보험금이 지급될까? 내 결혼이 이 일을 견뎌낼까? 내 인생이 어떻게 바뀔까?-사람은 자신을 단단히 붙들고 있어야 하는 법이다. 감히 자신을 놓을 수는 없다. 하지만 읽기는(또는 영화 보기는) 타인에게 의식을 양도해야만 하는 일이다. 자기 삶을 다시 그려보려고 안간힘을 쓰는 사람은 뇌리에 가득한 걱정들의 목록을 잘 때조차 옆으로 밀어둘 수 없다. (…) 그래서 나는 읽을 수 없었다. 하지만 쓰는 능력은 고향 도시의 파괴를 목격한 정신적 트라우마에도 감퇴하지 않았다.

고문의 요점은 처벌이 아니다. 고문으로 얻어낸 정보가 나중에 처벌을 정당화하는 데 쓰일 증거가 될 수는 있어도 말이다. 고통조차 고문의 요점이 아니다. 고통은 고문하는 자가 다른 형태의 불편, 심리 조작, 방향감각 박탈 등과 함께 활용하는 한 가지 도구일 뿐이다. 고문의 주목적은 고문당하는 개인의 침묵을 뚫는 것이다. 아도르노는 우리로 하여금 차마 말할 수 없는 무언가는 우리의 침묵을 요구하는가 하는 문제를 생각해보게끔 만들었다. 하지만 그 복잡한 질문에 대해서 우리가 어떤 결론을 끌어내든, 국가가 제 권력을 지키려고 폭력을 쓰는 경우에는 차마 말할 수 없는 것이 거의 늘 모종의 침묵과 연관된다는 점만은 반박하기 힘든 사실이다.
--- pp.152-153

말없이 우리를 바라보는 인형의 고정된 표정은 그 유리 눈알 앞에서 벌어지는 일에 대한 그것의 판단을 드러내지 않으며, 냉혹한 무관심으로 우리의 간청을 묵살한다. 그래서 우리는 무관심 또한 우리나 우리의 욕망을 알은체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일종의 침묵임을 배운다. 하지만 인형이 우리에게 가르치는 침묵의 교훈은 이것만이 아니다.
--- p.168

망각도 비밀은 아닐지언정 침묵이다. 적어도 유럽인에게 망각은 이제 하나의 권리이고, 그 권리를 통해서 그들은 이제까지 공개되었던 무언가를 비밀로 만들려고 애쓸지도 모른다. 어쩌면 잊힌다는 것은 오늘날 우리가 바랄 수 있는 최대한의 비밀인지도 모른다.

--- p.215

출판사 리뷰

돈으로 사거나, 권력으로 휘두르거나
“침묵은 권력의 최종 무기다”

잡음이 범람하는 오늘날, 고요를 향한 열망이 치솟으며 침묵은 사고파는 고가의 상품이 되었다. 온갖 돌발적 잡음으로 가득한 공항에서 부가비용을 내고 라운지에 입장하듯, 소음과 침묵의 분리는 곧 사회계층의 분리를 실현한다. 부자들은 값비싼 비용을 치르며 ‘울렁거릴’ 정도의 침묵을 구매하는 반면, 가난한 이들은 도로와 공장에 둘러싸여 일상적 소음에 시달린다. 침묵이 부자의 사치품이라면 소음은 가난한 자의 질병이며 불평등을 드러내는 계급장이다.

반면, 강자 집단이 약자들에게 침묵을 강제할 때도 있다. 권력의 수호를 위해 침묵을 무기로 휘두르는 경우다. 나치의 홀로코스트가 약자의 목소리를 지우려 한 역사적 비극의 전형이라면, 여성이 자주 발언권을 빼앗기는 현상은 일상적 차별의 예시다. 한 연구는 다양한 구성의 집단에게 길을 물은 사례를 종합한 결과, 거의 늘 남성이 최종적인 정보 제공자의 역할을 맡았다고 밝힌다. 일상에서 겪는 예사로운 침묵은 역사적 비극에 비해 극적이진 않지만, 오히려 그 점 덕분에 침묵이 사회와 기존 권력 유지에 어떻게 기여하는지 잘 드러낸다.

“침묵은 아주 정확하다”
언어를 걷어낸 자리에서 시작되는 예술
침묵을 통한 자아와 세계의 상호작용

한편, 어떤 침묵은 예술의 화룡점정이 되기도 한다. 온전히 쉼표로만 이루어져 주변 환경의 소리를 담아내는 존 케이지의 〈4분 33초〉, “침묵은 아주 정확하다”라는 말과 함께 언어로 번역되지 않는 비극과 감정을 표현한 마크 로스코의 그림, 로런스 스턴의 소설에 삽입된 문장 없는 페이지 등. 비게닛은 문학과 음악, 미술과 공연을 아우르며 침묵이 예술을 완성한 다양한 순간을 소개한다.

나아가 『침묵』은 ‘묵독’이라는 행위를 통해 펼쳐지는 자아와 세계의 상호작용을 파헤친다. 최근의 신경학 연구는 뇌가 말없는 독서를 일종의 청각 현상으로 해석한다고 주장한다. 문장을 읽는 동안 뇌의 청각 영역에 내면의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읽기는 간헐적으로나마 자아를 침묵시키고, 상대(화자 혹은 저자)의 목소리를 존중하는 행위가 된다. “상대의 마음을 환대하여 맞아들이는 행위”가 된다.

예술과 독서의 측면에서 침묵은 단순한 음파의 부재가 아니다. 어떤 공백을 마련하겠다는 적극적인 의사 표현이다. ‘나’의 언어가 물러선 그 공백에는 타자가 담긴다.

“그래서 침묵의 미래는 과연 어떨까?
더 많은 외로운 고래들이 아닐까.”

세상은 점점 더 소리로 채워지고 있다. 무인도란 무인도는 모두 휴양 리조트로 바뀌고 있어 이제는 부자들도 침묵을 즐길 장소를 찾기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비게닛은 『침묵』의 말미에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특집기사를 한 편 인용한다. 인간이 발생시키는 소음 탓에 고래들의 소통이 어려워져 서로를 찾아내는 데 애를 먹고, 각자 혼자 보내는 시간이 길어진다는 내용이다. 우리가 침묵과 함께 잃어버린 건 무엇일까? 침묵이 사라진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다양한 영역을 넘나들며 다층적인 시선으로 침묵을 탐구한 저자는 답한다. “더 많은 외로운 고래들이 아닐까.” 저자의 서정적이면서도 지적인 글쓰기를 따라온 독자는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침묵의 소실은 타자의 소실이라는 점에서, 역설적으로 소통의 부재를 불러올 것이다. 타인에 대한 이해가 절실한 요즘, 해답은 침묵을 돌아보는 데에 있을지도 모른다.

작은 책, 무한한 사유
사물을 경험하는 가장 깊은 시선

복복서가 ‘지식산문 O’ 시리즈는 우리 주변의 평범한 사물들이 품고 있는 놀라운 이야기와 깊은 인문적 통찰을 전하는 에세이 시리즈다. 각 권마다 한 가지 사물을 조명하며, 그 사물을 통해 확장되는 뜻밖의 흥미로운 지적 모험을 선사한다. ‘해리 포터’를 출간한 영국 블룸즈버리 출판사의 대표적인 스테디셀러 ‘오브젝트 레슨스’ 시리즈의 한국어판으로, 100여 권 넘게 출간된 시리즈 가운데 특히 새롭고 흥미로운 사유를 던지는 12권을 선별해 국내 독자들에게 선보인다. ‘지식산문 O’의 O는 지적 발견의 놀라움을 나타내는 감탄사(Oh)이자, 고정관념을 깨고 사물을 응시하는 관찰(Observation)의 시선을 뜻하기도 한다. 독창적이고 깊은 시선을 주변의 익숙한 사물들을 다시 보게 하며, 단순한 지식 전달을 넘어 새로운 통찰의 지평이 열리는 순간을 감각적으로 경험하게 한다. 각 권의 구성과 형식이 자유롭고, 학자부터 기자, 예술가, 러너까지 다양한 분야의 작가가 참여해 저마다의 깊은 사유를 다채로운 서사로 전한다. 한 손에 들고 읽기 좋은 작고 콤팩트한 판형으로 짧지만 강렬하고 농밀한 독서의 경험을 독자들에게 선물한다.

추천평

침묵. 그것은 우리가 들을 수 있는 영역 너머에 존재하며, 인간이 감각할 수 있는 영역의 한계를 보여주는 지표다. 수행자에게 침묵은 반복해서 돌아가야 할 자리이지만, 한편으로 침묵은 소수의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사치재이기도 하고, 타인의 요구를 무시할 수 있는 권력의 상징이기도 하다.
이 책이 지닌 가장 큰 미덕은 관점의 균형감이다. 소리를 내는 일과 듣는 일, 고요한 곳에 머무는 일과 스스로 입을 다무는 일, 침묵의 성스러운 면과 잔혹한 면을 문학·음악·사회학·과학·역사 등의 다양한 분과를 넘나들며 치우침 없이 다루고 있다.
소음에 지친 사람이든, 고독이 두려운 사람이든 일단 집어들어 읽기 시작하면 예상치 못한 다양한 영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인물도, 사물도, 사건도 아닌 침묵이라는 상태를 중심으로 세상을 들여다보는 일은 매우 귀하니까. 생각해볼 거리가 가득하고, 진지하면서 무겁지 않은, 매력적인 논픽션이다. - 하미나 (『나를 갈라 나를 꺼내기』 저자)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인상 깊은 구절이 몇 개씩 나와 메모를 하며 읽다보니 내가 꼭 읽어야 할 책을 만났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침묵에 대한 깊이 있는 탐구가 담긴 이 책은 도발적이고 재치 넘치며 감동적이고 그야말로 금과 같은 명작이다. - 밸러리 마틴 (『조각나고 찢긴』 저자(공저))
비게닛은 고대 세계부터 휴스턴의 로스코 채플을 지나 우주까지 우리를 안내하며 침묵과 고요, 평온에 대해 탐구하는 놀라울 정도로 활기찬 여정을 선사한다. 비게닛은 언뜻 보기에 비어 있어 공허함으로 정의되는 침묵의 공간을 자신의 박식함과 지혜, 따뜻함과 재치로 가득 채운다. - 제사 크리스핀 (『죽은 숙녀들의 사회』 저자)
지식산문 O 시리즈는 평범하고 진부한 물건들을 주제 삼아 발명, 정치적 투쟁, 과학, 대중적 신화 등 풍부한 역사 이야기로 그 물건에 생기를 불어넣는 마법을 부린다. 이 책들은 매혹적인 내용으로 가득하고, 날카로우면서도 이해하기 쉬운 문장으로 일상의 세계를 생생하게 만든다. 경고: 이 총서 몇 권을 읽고 나면, 집안을 돌아다니며 아무 물건이나 집어들고는 이렇게 혼잣말할 것이다. “이 물건에는 어떤 이야기가 숨어 있을지 궁금해.” - 스티븐 존슨 (『탁월한 아이디어는 어디서 오는가』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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