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이런 글을 쓴 적이 있다. 어머니가 말기암 판정을 받고 9개월 만에 돌아가셨을 때였다. 지구의 표면에서 살아가던 한 유기체-인간이 수십 년 유지한 존재 자체, 육체, 인식, 마음 그리고 가족, 친구 등 나름 복잡한 소유와 관계를 다 중지 또는 해산하고, 결국 ‘한줌의 재’, 즉 무(無)에 수렴하는 것은 대단하고 흥미로운 과정이었다.
문학은 인간 성장(≒형성, Bildung)의 위대함을 다루는 것을 자기의 한 본연으로 삼는데, 죽음이라는 존재의 쇠락·멸실(최현숙이 택한 더 극적인 용어로는 ‘해체’) 또한 다른 의미에서 위대한 일이며, 그것을 쓰는 일도 문학적으로 대단히 가치 있다. 나를 낳고 기른 어머니라는 존재의 사멸을 계기로 나는 좀 더 성장했었다. 최현숙의 이 일기에도 그런 글쓰기의 가치와 사멸/성장의 변증이 담겼다.
『할배의 탄생』과 『할매의 탄생』 등을 쓴 최고의 노년 전문가이기도 한 저자의 이 『작별 일기』를 곰곰이 읽으면 좋겠다. 그러면 21세기 인간종의 삶/죽음, 그리고 그걸 둘러싼 사회의 모습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듯하다. 공무원, 교수, 전문가, 작가뿐 아니라 과학자들과 시민들도 읽고, 어떤 공공적 교훈을 추출하고 모으면 좋겠다. 노인성 질환을 앓으며 느리게 ‘해체’를 향해 고통스럽게 가고 있는 이들과, 또 그들의 똥오줌을 받고 또 많은 병원비를 대느라 고통스러운 이들은 얼마든지 많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