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2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동국대학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 대학원에서 국어국문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2005년 [현대문학]에 단편소설 「뱀꼬리왕쥐」를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고, 2017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평론 「없는 미래와 굴착기의 속도」가 당선되어 평론가로 등단했다. 소설집 『채플린, 채플린』 『노웨어맨』 『그리고 남겨진 것들』 『세계는 읽을 수 없이 아름다워』, 장편소설 『어떤 나라는 너무 크다』 『여기에 없도록 하자』 등을 펴냈다. 제45회 이상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나는 언제나 보이지 않는 것들에 매혹되어왔다. 잡을 수 없는 것, 닿을 수 없는 것. 아득하고 멀기에 또한 동시에 안온하고도 평화로운 것. 역설적이게도 보이지 않아서 가질 수 없는 그 모든 것들이 내겐 아름답고 특별하게만 보였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해 나갈수록 나는 깨달았다. 결국 그리운 것은,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이라는 사실을.
노웨어 맨
각각의 소설에서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일인칭 화자 ‘여진’과 ‘정원’은 서른을 앞둔 미혼 여성으로, 음울하지만 예리한 시선으로 세계 한가운데에 위치한 자기 자신을 들여다본다. 그리고 그 깊고 어두운 내부로부터의 침잠 끝에 다시금 뜻밖의 방향을 찾아 미래를 향해 나아가고자 한다.
무엇보다 두 사람은 그들 곁에 있는 가족 또는 연인이 ‘나’를 구성하는 정체성에 기여하는 동시에 ‘나’를 완전히 파괴하려 드는 익숙한 타자라는 사실과 처절히 대면하고 있다. 지극히 사사로운 애정을 주고받으며 질기고도 억센 고통을 수반하는 관계, 끊으려야 끊어지지 않는 불완전한 사랑의 굴레에서 그들은 매달리고 신음하다가 기어이 탈주한다. 그러니 서른의 초입에 다다른 여진과 정원의 서사는 그 자체로, 물리적인 성장이 멈춘 이후 또 한번의 정신적인 성장을 도모하여 ‘자기만의 방’을 찾아 떠나는 모험담에 대한 은유다.
고객의 몸에 ‘사밀라아제’를 바른 뒤 기름을 짜내는 작업 공간인 공장과, 그에 더해 짜내고 남은 기름으로 당사자의 추억이 스민 ‘생각 구슬’을 만들어 판매, 유통시킨다는 독특한 설정이 더해져 기묘한 풍경을 연출한다. 국적을 헤아릴 수 없는 인물들의 명명, 장르를 분별할 수 없는 기형적인 소재, 양배추밭이라는 만화적인 배경이 어우러진 이 소설은, 다소 우화적인 성질을 띠고 결국 인간의 히스토리란 무엇인가 묻고 있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