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쯤 돌아보고 싶은 고향, 한 번도 부르지 못한 이름. 이 시집은 그렇게 마음속에만 남아 있던 시간들을 다시 불러낸다. 지워진 마을의 골목과 사라진 웃음, 이름 없이 스쳐 간 사람들까지도 시인의 언어를 통해 조용히 되살아난다. 특별한 사건을 말하지 않으면서도, 우리 모두가 겪었을 법한 순간들을 섬세하게 짚어내며 읽는 이의 기억을 자연스럽게 끌어당긴다. 담담하게 흐르는 문장 속에는 오히려 더 깊은 그리움과 아픔이 배어 있어, 페이지를 넘길수록 오래 잊고 지내던 감정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낸다. 김광련 시인의 시편들은 이렇게 지나간 시간을 애써 붙잡으려 하기보단, 그 시간이 지금의 우리 안에 어떻게 남아 있는지를 조용히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