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럴라인 냅이 몇 년에 걸쳐 쓴 『욕구들』은 한층 더 깊이 들어가 욕구에 얽힌 모든 문제와 원인을 철저하게 규명한다. 시선은 더 깊어지고 시각은 더 넓어졌다. 그 시선 아래서 거식증(을 비롯해 폭식증, 쇼핑 중독, 자학과 자해, 자기 파괴적 연애, 도벽 등 욕구와 얽힌 온갖 문제들)은 한 개인만의 괴로움이 아니라 이 사회에서 여자로 살아가는 모든 이가 피할 수 없는 괴로움을 표출하는 저마다의 방식으로, 이 사회와 세상은 그 괴로움의 근원으로 드러난다. 여자의 욕구와 페미니즘의 관계, 그리고 여자와 사회가, 사람이 세상과 만나는 곳에서 생겨나는 불안, 두려움, 죄책감, 수치심, 슬픔 같은 깊고 넓은 ‘감정의 바다’에 관해 캐럴라인 냅만큼 잘 설명해줄 사람은 없을 것 같다.
'아버지가 잡초이고 어머니도 잡초인데, 딸에게 사프란 뿌리가 되기를 기대하는가?' 룰루 밀러의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에 등장하는 조던 교수가 자신이 지지하던 우생학을 합리화하며 예로 들었던 아랍 속담이다. 교육은 결코 유전을 대체하지 못한다는 의미였다. 현대에 들어서며 우생학은 비과학적이라는 게 밝혀져서 폐기됐다. 하지만 그가 인용했던 속
천천히 그것이 초점 속으로 들어왔다. 서로서로도록 띄워주는 이 사람들의 작은 가라앉지그물망이, 이 모든 작은 않음-다정하게 흔들어주는 손, 연필로 그린 주고받플라스틱 구슬들-이 밖에서 보는 스케치, 나일론 실에 꿰은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그물망이 사람들에게는 받쳐주는 그리 대단치 않사람들에게는어떨까? 그들에게 그것은 모든 것일 수 있고, 그들을 지구라는이행성에 단단히 붙잡아두는 힘 자체일 수도 있다.바로 이런 점들이 내가 우생학자들에 대해 그토록 격노하는이유다. 그들은 이런 그물망의 가능성을 상상조차 하지 못한다.그들은 애나와 메리 같은 사람들이 자신이 속한 사회를 풍요롭게만들 수 있고, 자신들이 받은 빛을 더욱 환하게 반사할 수 있는이실질적인 방식들을 생각조차 하지 못한다. 메리는 애나가 없었다면수용소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을지 확신하지 못했다. 그래, 이런것. 이는 정말 대단한 것이다. 그렇지 않은가? 죽는 것과 사는 것의차이. 그게 아무 가치가 없다고?바로 그때 그 깨달음이 내 머리를 때렸다. 그게 거짓말이 아니라는 깨달음. 애나가 중요하다는, 메리가 중요하다는 말. 혹은이책을 읽는 당신(넘어지지 않게 꼭 붙잡으시라)이 중요하다는 말그 말은 거짓말이 아니라, 자연을 더욱 정확하게 바라보는 방식이다. 그것이 민들레 법칙이다!
18. 그러나 나이가 들어가면서 내게 찾아온 혼돈에 뒤흔들리고, 내 손으로 직접 내 인생을 난파시킨 뒤 그 잔해를 다시 이어 붙여보려 시도하고 있을 때, 문득 나는 이 분류학자가 궁금해졌다.223.그것은 어떤 면에서는 내가 평생에 걸쳐 만나는 모든 사람에게 물어왔던 질문이다. 그것은 내가 데이비드 스타 조던의 인생에관해 조사하며 여러 해를 보낸 이유였으며, 어린 시절 아버지에게던졌던 바로 그 질문이며, 내가 그 곱슬머리 남자를, 차가운 지구에서 웃음을 이끌어내는 그의 매혹적인 방식을 그토록 놓지 않으려 버텨왔던 이유이기도 하다. 그 경쾌함이야말로 내가 그토록 가까이하고 싶었던 자질이며, 나의 내면에서도 만들어내고 싶었던실체이며, 아무리 멀리 아무리 넓게 찾아보아도 나로서는 도저히찾을 수 없을 것 같은 비법이었다.
아버지는 인생에 대해 물어보자 "의미는 없어"라고 말씀해주신다. 작가가 느낀 감정은 막막하다였을까? 어이없다 였을까?나는 인생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고민해보는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나도 인생은 "그냥 살아가는것"이라고 생각한다. 역경이 생기면 헤쳐나가고 행복이 찾아오면 즐기는 그런 삶 말이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읽고 번역이 너무 좋아서 욕구들 읽는 중인데 문장이 정말 좋아요.
알*2025.05.04. 오후 1:26:27
<상처난 무릎, 운디드니> 정말 최고의 번역입니다.
이책은 어색함없이 마치 처음부터 한글로 쓰였던 것 처럼 정제된 언어로 잘 표현된 것 같습니다.
댄노인의 말이 캔트너번의 글을 통해, 다시 번역가에 의해, 다시 내 눈을 통해 전해오는 것이 아니라
인디언 댄노인의 말이 직접 내귀에 전달된 느낌이다.
오타도 전혀 찾을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