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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사회
증오는 어떻게 전염되고 확산되는가 10주년 기념 개정판, 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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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추천의 글
개정판 서문: 알고리즘이 만들어낸 야만의 시대
초판 서문: 혐오와 증오에 어떻게 맞설 것인가

1.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사랑
희망
걱정
증오 - 집단에 대한 적대감
혐오와 멸시 - 제도적 인종주의

2. 동질성 - 본연성 - 순수성

동질성 - 민족, 국가라는 공동체
본원성 / 본연성 - 성별의 본연성과 트랜스인
순수성 - 순수에 대한 숭배와 폭력

3. 순수하지 않은 것에 대한 찬미

본문의 주

저자 소개 2

카롤린 엠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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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olin Emcke

독일의 저널리스트, 작가. 런던대학교와 프랑크푸르트대학교, 하버드대학교에서 역사와 정치, 철학을 공부했다. 1998년부터 2013년까지 전 세계 분쟁지역을 다니며 저널리스트로 활약했고, 2003년부터 2004년까지 예일대학교에서 정치이론을 강의했다. 현재 독일에서 가장 눈에 띄는 지식인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활발히 활동 중이다. 여성이자 성소수자로서 전쟁과 사회적 폭력, 혐오 문제의 구조를 파헤치고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드러내는 데 주력하고 있다. 엠케는 냉철한 분석과 따뜻한 공감의 글쓰기로 사회적 약자가 느끼는 구조적 폭력의 결을 예민하게 감지해낸다는 평가를 받는다. 201
독일의 저널리스트, 작가. 런던대학교와 프랑크푸르트대학교, 하버드대학교에서 역사와 정치, 철학을 공부했다. 1998년부터 2013년까지 전 세계 분쟁지역을 다니며 저널리스트로 활약했고, 2003년부터 2004년까지 예일대학교에서 정치이론을 강의했다. 현재 독일에서 가장 눈에 띄는 지식인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활발히 활동 중이다. 여성이자 성소수자로서 전쟁과 사회적 폭력, 혐오 문제의 구조를 파헤치고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드러내는 데 주력하고 있다.

엠케는 냉철한 분석과 따뜻한 공감의 글쓰기로 사회적 약자가 느끼는 구조적 폭력의 결을 예민하게 감지해낸다는 평가를 받는다. 2016년에는 “우리 사회가 본받아야 할 사회적 실천에 앞장서고 있는 롤모델”이라는 호평을 받으며 독일출판협회 평화상을 수상했다. 칼 야스퍼스, 위르겐 하버마스, 수전 손택,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등이 수상한 바 있는 이 상은 평화와 인권, 국제간 상호이해에 공헌한 인물에게 수여하는 상이다.

저서로 『혐오사회』, 『우리는 어떻게 갈망하는가Wie wir begehren』, 『전쟁에 관하여?친구들에게 보내는 편지Von den Kriegen: Briefean Freunde』, 『그것은 말할 수 있는 것이므로?증언과 정의에 관하여Weil es sagbar ist: Uber Zeugenschaft und Gerechtigkeit』 등이 있다.
번역하는 사람. 『빛을 먹는 존재들』, 『이토록 아름다운 뇌』, 『어떤 죽음의 방식』, 『호라이즌』, 『욕구들』, 『자연에 이름 붙이기』, 『경험은 어떻게 유전자에 새겨지는가』, 『우울할 땐 뇌 과학』,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등을 번역했다.

정지인의 다른 상품

품목정보

발행일
2026년 03월 11일
판형
양장 ?
쪽수, 무게, 크기
280쪽 | 500g | 139*212*23mm
ISBN13
9791130613512

책 속으로

책이 출간되었을 때는 아직 앙겔라 메르켈(Angela Merkel)이 독일 총리였고,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는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되지 않았으며,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라는 극우 정당이 의회에 진출하지 못했을 때였다. 일론 머스크(Elon Musk)는 그때도 부자였지만 트위터였던 엑스(X)는 아직 손에 넣지 못했다. 전 세계를 멈춰 세울 코로나19 팬데믹이 중국 우한에서 발발하기 전이었고, 블라디미르 푸틴(Vladimir Putin)이 우크라이나를 공격하기 전이었으며, 한국이 정치적 위기에 빠지기 전이었다. 혐오와 적개심이 일반적 현상이 되기까지 10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과거’를 들먹이는 서사가, 민족과 문화의 순수성을 주장하는 독단이, 권위주의 이데올로기가 민주사회를 분열시키고 평등 원칙을 훼손하는 데는 10년이면 충분했다. 혐오와 적개심이 정치적 화폐로 확립되고, 기이하게도 이런 상황이 자명한 사실로 여겨지며 아무도 더는 의문시하지 않고 비판하지 않으며 오히려 마치 인류 역사에서 늘 그래왔던 일인 양 받아들이게 되기까지도 겨우 10년밖에 안 걸렸다.
--- 「개정판 서문, 알고리즘이 만들어낸 야만의 시대」

증오하는 자들이 그 대상에게 해를 입힐 수 있는 여지를 주지 않는 것은 문명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그것은 남에게 떠넘길 수 없는 일이다. 모습이 다르고, 생각이 다르고, 종교나 사랑하는 방식이 다르다는 이유로 멸시받고 위협당하는 사람들에게 힘이 되어주는 데는 많은 것이 필요하지 않다. 그것은 차별을 감지해내는 일, 사회적 공간이나 담론의 공간에서 추방된 이들에게 그 공간들을 열어주는 것과 같은 작은 일들이다.
--- 「머리말, 혐오와 증오에 어떻게 맞설 것인가」

증오는 이미 오래전부터 준비되고 묵인되었으며, 근거들을 갖추고 승인받으면서 사회 한가운데에서부터 만들어졌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은 많지 않다. 그렇지 않아도 가진 권리가 적은 사람들의 권리를 사소하게나마 지속적으로 폄하하고 의문시하는 정도로도 충분하다. 당국에 이주자들에 대한 의심을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표현하는 것, 경찰관 개개인이 집시들을 유난히 성급하게 또는 훨씬 더 엄하게 통제하는 것, 트랜스인들을 거리에서 요란하게 조롱하거나 아니면 법적으로 조용히 굴욕을 주는 것, ‘동성애자들의 로비’라는 쑥덕거림, ‘이렇게 말하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라며 은근슬쩍 꺼내놓는 비판 등이면 충분하다. 관행과 습관, 상투적인 말이나 농담, 자잘하게 표현되는 악의 또는 거친 무례함 등으로 만들어진 이 막강한 혼합물은 아주 부차적이고 아무 해도 없을 것처럼 보이지만 직접 그런 일을 당한 사람은 누구나 기가 꺾이고 만다.

표준에 부합하는 사람은 표준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착각할 수도 있다. 다수와 비슷한 속성을 지닌 사람은 표준을 규정하는 다수와 닮았다는 것이 별 의미가 없다고 착각할 수 있다. 표준에 부합하는 사람들은 흔히 자신이 다른 사람들을 어떻게 배제하거나 비하하는지 알아차리지 못한다. 그들은 자신이 용인되는 것을 당연한 일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자신이 어떤 힘을 행사하는지 감도 잡지 못한다. 하지만 인권이란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는 것이다. 자신과 유사한 사람들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어떤 종류의 일탈과 어떤 형태의 다름이 소속이나 존중이나 인정과 관련해 유의미한 것으로 제시되는지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 또한 표준에서 벗어나는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배제되고 멸시당하는 것이 어떤 기분인지 이야기할 때는 반드시 귀 기울여야 한다.

한 번도 멸시당해본 적 없는 사람, 한 번도 사회적 경멸에 맞서 방어할 필요를 느낀 적이 없는 사람, 보이지 않는 존재 또는 괴물 같은 존재로 만드는 틀에 갇혀본 적 없는 사람은 모욕당하거나 상처를 입는 순간에도 ‘분노한’ 사람이나 ‘유머감각 없는’ 사람, ‘탐욕스러운’ 사람이라는 말을 듣지 않으려고 아무렇지 않게 유쾌한 척 고마워하는 척 행동해야 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상상도 못할 것이다.
--- 「1장,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131~132쪽)

2016년 6월 올랜도에서 있었던 끔찍한 총격사건이 다시 한 번 고통스럽게 증명했듯이 무엇으로부터도 보호받지 못하는 상황은 레즈비언과 게이, 양성애자, 트랜스젠더, 간성間性, 퀴어를 모두 하나로 묶어준다. 나머지 경우에는 얼마나 서로 구분되기를 원하든, 개인으로서 얼마나 자신의 독특함을 원하든, 쉽게 다칠 수 있다는 그 감정은 우리 모두에게 공통된 것이다. 언제라도 공개적으로 모욕이나 공격을 당하는 것을 각오하고 있어야 하고, 우리가, 표준을 결정한다는 다수와는 뭔가 다르게 사랑하거나 다르게 갈망하거나 다르게 보이는 우리가 정확히 무엇을 위험에 노출시키고 있는지도 알 수 없으며, 손을 잡고 거리를 걷거나 입을 맞출 때면 불시에 공격당할 수 있다는 것도 항상 예상하고 있어야 한다. 증오하는 자들에게 여전히 우리는 배제와 폭력의 대상임을 늘 의식하고 있어야 하는 것이다. “게이들이 모이는 장소에는 늘 이런 폭력의 역사가 음험하게 따라다닌다.”

한 사회가 트랜스인들에게 자유롭게 자신을 발현할 권리를 부여한다고 해서 뭔가를 잃게 되는 사람도, 뭔가를 빼앗기는 사람도, 억지로 변해야 하는 사람도 없다. 어떤 사람도, 어떤 가족도 남성성이나 여성성에 관한 자신의 관념에 부합해 살아가는 것을 방해받지 않는다. 단지 트랜스인들도 다른 모든 사람과 똑같이 주관적 권리와 그에 맞는 국가의 보호를 제공받으며 건강하고 활기차며 자유롭게 살아가는 것일 뿐이다. 그 때문에 권리를 제한받거나 무시당하는 사람은 없다. 오히려 모든 사람이 자유롭고 평등한 사람으로서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공간이 확장된다. 그것은 해야 할 최소한의 일이다. 인격을 자유롭게 발현할 권리를 찾기 위한 소송을 트랜스인들에게만 맡겨두어서는 안 된다. 배제되거나 무시된 당사자들에게만 자유와 권리를 쟁취하는 일을 맡겨둘 수는 없는 일이다. 모든 사람에 게 동등한 자유와 권리를 인정하는 것은 분명 모든 사람에게 이로운 일이다.
--- 「2장, 동질성 - 본연성 -순수성」 중에서

증오와 순수의 광신주의에 맞서려면 시민사회와 시민들이 나서서 배제와 포함의 기술들에, 어떤 사람은 보이게 하고 또 어떤 사람은 보이지 않게 만드는 인식의 틀에, 개인을 집단을 대표하는 표본으로만 보는 시선의 체제들에 저항해야 한다. 모든 사소하고 저열한 형태의 멸시와 굴욕에 용기 있게 이의를 제기해야 할 뿐 아니라, 배제된 이들을 지원하고 연대할 수 있는 법률과 실천도 필요하다. 그밖에 다른 관점들과 다른 사람들의 존재를 인식시킬 수 있는 다른 서사들도 필요하다. 증오의 틀을 무너뜨려야만, “전에는 서로 다른 것들만 보였던 곳에서 비슷한 것들을 발견할” 때에만 공감이 생겨날 수 있다.

--- 「3장, 순수하지 않는 것에 대한 찬미」 중에서

출판사 리뷰

이주민, 성소수자, 여성, 흑인…
우리는 왜 끝도 없이 누군가를 혐오하는가?

“사람들은 이제 공공연하고 거리낌 없이 증오를 표출한다. 때로는 미소를 머금은 얼굴로, 때로는 웃음기 없는 얼굴로, 그리고 대개는 전혀 부끄러운 기색도 없이. 익명으로 된 협박 편지는 과거에도 있었지만, 요즘에는 이름과 주소까지 명기한다. 인터넷상에서 폭력적 공상을 펼치고 혐오와 증오로 가득 찬 댓글을 달 때도 이제는 닉네임 뒤에 숨지 않는다.” - 본문 28쪽 중에서

우리는 대개 혐오나 증오라는 감정을 개인적인 것으로만 여기는 경향이 있다. 마치 커피를 싫어하거나 좋아하는 사람이 있듯, 무언가를 좋아하거나 싫어한다고 표현할 자유가 누구에게나 있다고 말이다. 물론 이질적인 것에 대한 거부감이나 두려움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느끼는 자연스런 감정이다. 하지만 혐오가 개인적 차원을 넘어 집단적 차원이 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사회적 긴장을 높여 쉽게 통제하기 어려운 집단적 광기와 폭력으로 번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혐오사회』는 전 세계적 이슈로 떠오른 혐오와 증오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책이다. 혐오라는 사회현상을 날카롭게 분석한 사회과학서이면서 오늘날 사회 곳곳에서 고통받고 있으면서도 자기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이들을 대변하는 르포르타주이기도 하다. 저자 카롤린 엠케는 15년 넘게 전 세계 분쟁지역을 누빈 저널리스트이자 여성 성소수자로서의 경험을 살려, 현실 문제를 누구보다 세밀하게 분석해내는 동시에 따스한 공감의 시선으로 사회적 약자가 느끼는 구조적 폭력의 결을 예민하게 감지해낸다.

독일 클라우스니츠에서 일어난 반(反)난민 시위, 스태튼아일랜드와 미국 전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흑인에 대한 경찰의 반복적인 과잉진압, 성소수자에 대한 사회의 구조적 멸시와 폭력 등 구체적 사례들을 통해 우리에게 가시적·비가시적 혐오의 실체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그동안 혐오 문제가 주로 혐오표현과 여성혐오의 층위에서 다루어졌다면, 이 책은 혐오가 발생하고 전염되고 확산되는 근본적인 메커니즘을 다룬다.

난민과 이주민, 흑인, 성소수자 등 사회적 약자들이 어떻게 사회로부터 멸시받고 배제되며 폭력에 노출되는지 꼼꼼하게 살펴나가면서 그러한 혐오와 증오의 기저에 있는 ‘표준’ 또는 ‘순수성’이라 지칭되는 편견이 집단적 폭력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통찰한다. 혐오 문제를 구조적 측면에서, 그리고 피해자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통해 고발하고 있는 이 책은 우리가 혐오 문제를 진지하게 논의하는 좋은 출발점이 될 것이다.

우리는 왜 혐오와 차별을 반복하는가?
혐오에 가담하고 방관하는 모두가 혐오의 공모자다!

“증오는 그저 존재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다. 만들어지는 것이다. 폭력 또한 단순히 거기 있는 게 아니다. 준비되는 것이다. 증오와 폭력이 어느 방향으로 분출되는지, 누구를 표적으로 삼는지, 또 그러기 위해 먼저 어떤 장벽과 장해물을 제거하려 하는지, 이 모든 것은 우연하거나 단순히 주어진 것이 아니라 특정한 방향으로 유도된 것이다.” - 본문 33쪽 중에서

『혐오사회』에서 가장 주목할 부분은 바로 혐오나 증오가 사회적으로 공모된다는 통찰이다. 개인적 차원의 혐오나 증오가 극단적 혐오주의 같은 ‘증오의 공급자’들이 키운 편견과 결합될 때, 그래서 누군가를 집단적으로 배제하고 박해할 때, 개인적인 좋고 나쁨의 차원을 넘어 사회적으로 교묘하게 설계되고 공모된 심각한 폭력이 된다. 즉, ‘다름’을 이유로 누군가를 멸시하거나 직접적으로 폭력을 휘두르는 행위뿐 아니라, 혐오나 증오를 관망하고 방조하는 모든 행위가 ‘증오에의 공모’인 것이다.

엠케는 우리가 누군가를 집단적으로 혐오해 마땅한 이유 같은 것은 없다고 단언한다. 흔히 혐오나 증오의 대상이 되는 이들은 특정한 사회적 ‘표준’에서 벗어난다는 이유로 멸시와 배제의 대상이 된다. 예를 들면 ‘동일한’ 민족성이나 ‘본연의’ 성별, ‘정상적인’ 성적 지향과 같은 것에서 벗어나거나 그것을 어지럽히는 이들이 있다는 식이다. 엠케는 ‘표준’이라는 믿음 자체가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순수성’에 대한 맹신이자 폭력적인 편견에 불과하다고 비판한다.

이러한 편견은 개개인의 다양성을 지우고, 집단적 편견을 덧씌워 혐오하거나 증오해 마땅한 존재로 만든다. 예컨대 머리쓰개를 했다는 이유로 테러리스트 취급을 한다거나, 성정체성을 근거로 전염병 환자나 죄인 취급을 하는 식이다. 이런 식으로 편견에 근거한 폭력을 정당화하려는 행위는 심지어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은 테러집단 IS의 모습과도 닮아 있다고 꼬집는다.

전 세계적으로 혐오 논쟁을 일으킨 고전!
다르다는 이유로 가해지는 멸시와 차별, 폭력은
“오늘부로 끝나야 한다!”

“모든 사람이 다 같은 가치를 지니고 있다는 것을 단지 믿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며, 그 가치의 동등함을 명백하게 표현해야 한다. 즉, 압박과 증오에 맞서 실제로 소송을 제기함으로써 진실이 시적인 상상에 그치지 않고 실제로 실현되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 본문 257쪽 중에서

‘혐오사회’를 움직이는 메커니즘이 동질성, 본연성, 순수성에 대한 맹신에 있다면 그것을 멈춰 세우는 방법은 다름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 즉 순수하지 않은 것을 인정하고 옹호하는 데 있다. 엠케는 우리가 사회적으로 지켜야 할 자유와 다양성의 가치가 바로 거기 있다고 말한다.『혐오사회』에 따르면 우리가 혐오와 증오에 맞서기 위해서는 일상적, 사회제도적 차원에서 사회구성원 모두가 불평등과 차별에 맞서야 한다. 혐오에 맞서는 일을 피해자의 몫으로만 떠넘긴다면 그들은 쉽게 고립되고 절망을 느낄 것이며, 그것은 혐오를 방조하는 행위이자 증오에 공모하는 일이 된다.

엠케는 사회구성원 모두가 ‘다름’을 멸시하고 배척하는 행위를 멈추고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존재들 곁으로 다가가야 한다고 말한다.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곁을 내주며 다 함께 ‘우리’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말한다. 왜냐하면 사람은 “그 누구도 개별적으로 고립된 채 존재하지 않으며” “복수(複數)로서 이 세계에서 살아”가기 때문이다.

누구도 사회 전체가 혐오와 증오, 배제와 차별로 얼룩진 혐오사회가 되는 것을 바라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혐오 문제를 본격적으로 살펴보고 논의할 때가 됐다. 이 책은 저자에게 2016년 독일출판협회 평화상이라는 영예를 안기는 데 공헌하기도 했지만, 출간과 동시에 독일 사회에 일대논쟁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그만큼 이 책이 다루고 있는 문제가 예민하고 시의성 있다는 뜻이다. 사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독일 사회만큼이나 혐오 문제가 날로 심각해지고 있는데도 혐오가 무엇인지, 왜 발생하고 확산되는지,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논의조차 제대로 시작하지 못했다. 이런 점에서 이 책 『혐오사회』는 우리가 유의미한 논쟁의 장으로, 나아가 새로운 희망의 장으로 나아가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추천평

사람들이 내게 “당신이 추구하는 저널리즘의 기준은 무엇인가”라고 물어오면 나는 일부러 천천히 뜸을 들인 다음에 대답한다. “민주주의와 인본주의. 그것을 위해서라면 공정하지 않아도 되고 균형을 지키지 않아도 된다.” 사실 그 질문에는 금방 대답할 준비가 되어 있지만 뜸을 들이는 이유는 한 가지다. 그 단어들은 너무나 기본적이고 당연한 것들임에도 이제는 마치 이상향처럼 들리는 세상이 되어서, 그걸 듣기까지는 약간의 침묵이 도움이 되리란 생각 때문이다. 저자는 분쟁지역 전문 저널리스트이다. 그가 개정판 서문에 예로 든 트럼프의 등장이나 푸틴의 전쟁, 코로나19 팬데믹 등등이 아니라도 ‘혐오’를 부추기는 원인과 현상은 우리의 일상에서 이미 넘쳐난 지 오래다. 당연하게도 혐오는 민주주의와 인본주의의 적이다. 지난 10년간, 아니 그 이전의 10년과 앞으로 올 10년 동안에도 세상은 희한하게도 더 나빠졌고 더 나빠질 것이다. 그럼에도 희망을 가져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결국 또다시 ‘민주주의와 인본주의’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그의 서문에서 그 단어들을 보며, 나는 이번엔 뜸 들이지 않고 동의한다. - 손석희 (언론인, 리쓰메이칸대학교 객원교수)
왜 혐오가 나쁘냐고 물어보면 많은 사람은 이렇게 답한다. “나쁜 감정이니까 나쁘다”, “약자와 소수자를 차별하게 만드니까 나쁘다.” 이 대답들은 분명 선량한 마음에서 나온 것이다. 하지만 문제의 성격을 오인하게 만들 수 있다. 혐오나 증오라는 감정에 집중할수록 우린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만 바라보는’ 잘못을 범하기 쉬워진다. 인과관계를 혼동하면 곤란하다. 여성혐오, 성소수자혐오, 장애인혐오, 호남혐오……. 나아가 온갖 증오범죄까지. 우리가 문제시하고 있는 각종 혐오는 자연 발생한 게 아니라 사회적으로 형성된 감정이다. 사회문제의 기원이나 원인이 아니라, 발현이며 결과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혐오는 증상(symptom)이다. 증상을 관찰하는 일은 중요하지만 거기에만 매몰되면 곤란하다. 우리는 혐오나 증오 그 자체를 사회악으로 지목해 도덕적으로 지탄하는 데서 그칠 것이 아니라 그것을 만들어내는 진짜 원인들을 찾아내야 한다.

이제는 다름을 인정하고 서로 관용하자는 정도의 인식만으로 오늘날의 이 혐오와 증오의 폭발을 막아낼 수 없다는 게 분명해졌다. 주류 자유주의 정치세력이 기대고 있는 그런 인식틀의 가장 치명적인 문제는 어떤 고정되고 확정된 정체성을 기반으로 한다는 점이다. 이 인식틀 속에는 정상과 비정상, 우월과 열등의 관계 또한 이미 규정되어 있다. 그런 빈껍데기만 남은 다원주의는 혐오와 증오 문제를 막아내기는커녕 오히려 그것들을 강화하는 기능을 할 뿐이다. 혐오와 증오에 맞서 싸운다는 것은 차이를 본질인 양 자연스러운 것으로 여기는 관점에 맞서는 것이다. 우리는 다르기 때문에 불평등하게 대우받는 것이 아니다. 불평등하게 대우받았기 때문에 다르게 된 것이다. 따라서 단지 혐오나 증오를 추악한 것으로 규정하고 배제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만들고 키워낸 불평등과 차별에 정면으로 맞서 싸워야 한다. 『혐오사회』는 그 쉽지 않은 싸움을 위한 좋은 야전교범(Field Manual)이다. - 박권일 (미디어사회학자, 『한국의 능력주의』, 『지금, 여기의 극우주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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