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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1 병든 사람을 위한 연고 2 이야기를 끌어나가는 다른 여러 방법 3 너무 많이 사랑한 고고학자들 4 상실의 고고학 5 다시 메우기 6 중기 구석기의 연민 7 주차장의 성 리처드 8 철기시대의 문제적 물건 9 테르미누스 안테 퀨 10 사천 살의 사지마비 환자 11 현장 학교 12 블루 피그 13 아마도 한 명, 하지만 확실히는 모름 14 양립할 수 없는 믿음들 15 펠로 데 세 16 카파코차 17 땅의 인류학 18 사별의 슬픔과 헤드헌터의 격분 19 무덤 Bj581 20 틀니의 역사 21 두번째 유해 22 수렵채집인 감사의 말 |
Sarah Tarl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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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마크는 내게 문자를 보내고 라디오를 끈 다음, 아마도 물과 함께 펜토바르비탈을 삼켰을 것이다. 그 약은 효과가 빠르다. 그는 몇 분 안에 잠들었을 것이고, 아마 한 시간 안에 사망했을 것이다.
마크는 나를 생각했을까? 외롭고 버려진 기분을 느꼈을까? 나를, 자기 어머니를, 누구라도 그 어둠이 스며드는 동안 그의 손을 잡아줄 사람을 외쳐 불렀을까? 나는 이런 생각을 견딜 수 없지만, 머릿속에서 몰아낼 수도 없다. --- p.26 “마크?” 나는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무척 고요했다. 갑자기 뱃속의 모든 장기가 30센티미터쯤 아래로 떨어진 것처럼 멀미가 날 것 같고 속이 텅 빈 느낌이 들었다. 어느 정도 느낌이 왔지만, 확신은 아니었다. 그때까지는.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지금이 우리의 세상이 달라지기 전 마지막 순간이라고, 이것이 내 옛 인생에서 마지막으로 걷는 걸음이라고. --- p.28 “이 남자분이 남편이신 마크 플루체닉이라는 걸 확인해주실 수 있습니까?” 내가 아주 잘 아는 몸이었지만, 동시에 내가 알던 생기 넘치던 때의 마크와는 너무도 달라진 몸이었다. 이건 마크가 아니야. 진짜 마크는 아니야. 그냥 일종의 갑옷 같은 거야. 병이 진행될수록 온전했을 때 마크를 이루던 층들이 차례로 벗겨져나갔다. 먼저 페인트와 광택제의 층이 떨어지고 이어 날카롭던 가장자리가 마모되면서, 그는 더 흐릿한 사람이 되어갔다. 기쁨과 유머가 점점 닳아 사라졌고, 사려 깊은 지성은 명백한 사실들의 덩어리 같은 것으로 쪼그라들었다. 다음으로는 신체의 활력이, 자신감 넘치던 체력이 빠져나갔고, 마지막으로 살아남은 건 모든 게 다 벗겨지고 남은 이 고갱이뿐이었다. 똑 부러지던 자기확신조차 없어져버린 마크. 그저 고통, 그리고 사랑과 용기. 그리고 지금은, 그조차도 없다. 그냥 기억들뿐. 이야기들뿐. 이야기와 연민. --- p.29 천 년 전의 이 보호자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아니었을 수도 있지만, 나는 이 사람이 여자였다고 생각한다. 이 사람은 M9의 어머니였을까? 그는 다른 아이들도 돌보고 있었을까? 아기를 가슴에 안거나 등에 업은 채로 M9의 입술에 컵을 대주었을까? 이 사람이 M9의 자세를 바꿔주거나 요강에 앉히거나 땀범벅이 된 여름날 그의 피부를 씻겨주고 닦아줄 때, 주변에서는 M9의 형제자매들이나 사촌들이 뛰놀고 있었을까? 이 사람에게는 자신들의 시간을 내어 그에게 식사를 준비해주고 물고기와 과일과 견과를 가져다준 친구와 친척과 이웃이 있었을까? 그랬으면 좋겠다. 나는 그 사람이 따뜻한 인정을 느꼈기를, 분노하지 않았기를, 도움받았기를 바란다. --- p.144 우리가 그날 집을 나설 준비를 하며 그의 쟁반과 침대 옆 램프를 가지고 법석을 떨고 있을 때, 그는 이것이 우리의 마지막 작별이라는 것을, 나를 그리고 아이들을 다시는 보지 못할 것임을 분명 알았으리라. 몇 주 전 레이철이 대학으로 돌아갈 때, 그때가 그 아이를 마지막으로 보는 순간임을 그는 알았을까? 혹은 그의 누이가 마지막으로 방문했을 때, 그때가 함께할 마지막 기회였다는 걸 알았을까? 그들이 작별의 입맞춤을 하느라 몸을 숙였을 때 그는 그들을 꽉 붙잡고 놓고 싶지 않은 마음을 어떻게 억누를 수 있었을까? 흐느끼지 않도록, 마치 시선과 사랑만으로도 자신의 존재를 아이들의 피부에 새길 듯이 아이들의 얼굴을 뚫어지게 바라보지 않도록 어떻게 자신을 다잡을 수 있었을까? --- p.249 많은 사람의 머릿속에서 누군가 자살로 유족이 되었다는 것은 그가 실패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죽음을 막지 못한 실패 말이다. 또한 사랑이란 무릇 사랑받는 사람을 행복하게 하고 그의 삶을 개선하는 것일진대, 당신이 사랑한 사람이 차라리 죽고 싶을 만큼 비참했다면 이 상황은 당신에 관해 무엇을 말해주겠는가? 당신이 그를 기쁘게 하기는커녕 불행하게 만든 것은 아닌가? 당신은, 적어도 유족이 되고 버려지고 뒤에 남은 당신은, 곁에 있을 가치가 없는 사람이라는 말이 된다. 유족들도 그 친구들도 이런 생각을 겉으로 표현하지 않을지는 몰라도, 이런 생각들은 분명 어떤 침묵의 밑바닥에 깔려 있고, 위태로운 가장자리를 피해 방향을 돌리고 에둘러 가는 대화의 밑바닥에도 깔려 있다. --- pp.256-257 우리가 크레타섬에서 돌아온 날, 레이철이 내게 책 한 권을 건네줬다. 최근에 출간된 단편집으로, 몇 달 전 마크가 레이철에게 내 생일날 전해주라고 맡겨둔 것이라 했다. 딱 내가 좋아할 만한 종류의 책 같았다. 책 앞장에 그는 이렇게 썼다. 세라에게. 생일인지 뭔지 축하해…… 사랑 잔뜩과 모든 것에 대한 감사를 담아, 마크. 나는 울었다. 너무나 다정한 선물이어서, 그가 그때 내 곁에 없을 것을 계획했다는 사실을 알게 돼서, 그리고 그가 남긴 게 원망이나 비난의 메시지가 아니어서. 그건 용서처럼 느껴졌다. --- p.317 그가 죽을 때 내가 그의 곁에 앉아 있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가 의식으로부터, 고통으로부터, 삶으로부터 툭 떨어질 때 내가 그의 손을 잡고 있었더라면. --- p.33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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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의 잔해 속에서 건져올린
좌절과 연민, 그리고 숨은 사랑의 기억들 2016년 5월의 어느 화창한 아침, 탈로는 아이들과 함께 남동생 가족의 집에서 하룻밤을 보낸 후 집으로 돌아온다. 오자마자 마크를 찾지만, 불러도 그는 대답이 없다. 마침내 마크의 방에 들어선 탈로는, 그가 침대 위에서 차갑게 죽은 채 누워 있는 것을 발견한다. 그녀와 아이들이 집을 비운 사이 그가 홀로 죽음을 택한 것이다. 마크의 죽음을 이해하기 위해, 그 거대한 심연에 다가서기 위해, 탈로는 기억이라는 상실의 유적지를 발굴하며 그의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세심하게 복원해간다. 평온하던 그들의 삶은 마크에게 갑작스러운 신경질환이 닥치면서 위태롭게 흔들렸다. 병이 진행될수록 마크는 특유의 학자다운 명석함도, 유머감각도, 자신감도, 취미도, 활기도 잃어간다. 마침내 스스로 걸을 수도, 용변을 볼 수도 없는 상태가 된다. 탈로는 최선을 다해 마크를 돌보지만, 그가 거동할 수 없게 되면서 생계와 육아, 고강도의 간병까지 홀로 떠맡으며 점점 더 탈진 상태가 된다. 나아지지 않는 상황에 지쳐 불쑥불쑥 분노에 휩싸이기도 하고, 욕실로 들어가 문을 잠그고 몰래 흐느껴 울기도 한다. 이처럼 탈로는 마크에 대한 헌신과 연민, 따뜻한 마음뿐 아니라, 어쩔 수 없이 솟아올라오는 나약함, 뾰족함, 못나고 어두운 마음까지 이 회고록에서 솔직하게 꺼내놓는다. 그것은 인생의 늪에 빠진 마크의 좌절과 고통뿐만이 아닌, 자신의 바닥을 마주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그 햇살 환하고 따뜻했던 5월 아침, 노란 깃털이불이 덮인 침대에서 그 모든 일이 끝나고 수년이 지난 지금, 그것이, 사랑이, 우리 삶의 쓰레기 틈새를 뚫고 솟아오르는 버섯처럼 다시 나타났다. _344쪽 운명이 내준 과제와 고통 속에서 몸부림치면서, 서로를 부둥켜안고 각자의 삶을 최선을 다해 감당해내던 날들. 그것은 그만큼 어쩔 수 없이 서로에게 무수한 상처를 주는 나날이기도 했지만, 그 밑에는 또한 언제나 사랑이 깔려 있었음을 탈로는 발견한다. 무뚝뚝한 마크는 젊은 시절 수줍게 건넨 첫 고백 이후 사랑한다는 말을 두 번 다시 입에 담지 못하던 남자였으나, 일상 곳곳에서 그만의 방식으로 사랑을 표현하곤 했다. 마크가 혼자서 갑작스럽게 죽음을 택한 것은 스스로의 존엄을 위해서이기도 했지만, 탈로를 지키기 위한 것이기도 했음을 그녀는 안다. 마크의 삶이 그러했던 것처럼 그의 죽음 역시, 그만의 숨은 사랑의 방식이었음을 깨닫는다. 죽음은 선택할 수 있는 것인가 죽어가는, 사랑하는 이의 마지막 선택을 우리는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인가 마크의 고통과 죽음은 오늘날 우리가 죽음을 준비하고 맞이하는 방식에 대한 깊은 성찰로 탈로를 이끈다. 무엇이 좋은 죽음이고 존엄한 죽음인가, 사랑하는 사람의 마지막 나날을 좀더 편하게 해줄 방법은 무엇인가. 마크는 죽어가고 있었지만, 두 사람 사이에서 ‘그의 죽음’은 그저 외면하고 피해야 할 무엇일 뿐, 진지한 대화의 화두가 되지 못했다고 탈로는 말한다. 그녀는 차라리 “마지막에 우리가 서로에게 더 솔직했더라면”, 그가 원하는 죽음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할 수 있었더라면 좋았을 것이라고 회고한다. 마크는 홀로 죽음을 선택했고, 비밀리에 계획하고 그것을 실행했다. 탈로에게 자신의 생각을 알리지 않았다. 탈로가 마크의 계획을 알고서도 그의 죽음을 막지 못했다면, 현행법상 그녀는 남편의 자살을 방조하거나 돕거나 부추겼다는 이유로 기소될 위험에 처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랬기에 그는 기습적으로 죽어야 했다. 탈로는 자신이 무엇보다 화가 나는 건 마크가 “혼자 죽어야만 했다는 사실”이라고 말한다. “그의 인생에서 가장 힘들고 가장 외로웠을 그 순간”에 그의 곁에 있어줄 수 없었다는 것. 작별인사조차 하지 못했다는 것. 그가 죽을 때 내가 그의 곁에 앉아 있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가 의식으로부터, 고통으로부터, 삶으로부터 툭 떨어질 때 내가 그의 손을 잡고 있었더라면. _331쪽 현대의 법률과 의료 체계의 모순을 지적하며, 탈로는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원하는 때에 원하는 방식으로 존엄하게 죽을 권리가 있다고 말한다. 오늘날 존엄사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있지만, 안락사와 조력사망은 영국을 비롯한 대부분의 나라에서 불법이다. 디그니타스가 운영하는 스위스의 안락사클리닉 같은 기관이 있으나, 확실한 ‘말기’ 진단을 받아야만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마크의 병세는 회복의 가망이 보이지 않았고, 하루하루 나빠지며 고통받았지만, 병의 원인이 불분명했던 탓에 그는 공식적인 말기 진단을 받지 못했다. 그래서 조력사망은 마크의 선택지가 될 수 없었다. 그런 그가 결국 택한 죽음의 방식을 탈로는 가슴 깊이 존중하고, 애틋하게 곱씹는다. 죽음은 삶의 필수적인 과정이며, 자신의 죽음, 또는 사랑하는 이의 죽음은 누구나 피할 수 없이 맞닥뜨려야 하는 인생의 과제이다. 그것을 적극적으로 성찰하는 것은 결국 삶을 더욱 사랑하고 의미 있게 살아가기 위한 한 방법이 될 것이다. 상실의 과정을 정면으로 통과하며 죽음의 방식을 성찰하는 이 책은, 유한한 삶을 살아가며 사랑하는 이의 곁을 지키는 모든 이들에게 좋은 동반자가 되어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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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생생하고 감동적인 회고록에서 고고학자 탈로는 남편의 죽음 이후 자신의 슬픔을 다뤄나가며 역사 속의 장례 의식을 세밀하게 분석한다. (…) 그 결과, 슬픔에 대한 일반적인 회고록과는 달리, 신선할 정도로 강인하면서도 여전히 부드러운 정신을 지닌 새로운 방식의 회고록이 탄생했다. - 퍼블리셔스 위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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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는 사랑이 가득하다. 이처럼 세심하게 솔직한 책을 쓰면서, 탈로는 미워할 수 없는 자신의 남편을 가능한 최고의 방식으로 추모한다. - 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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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든 배우자를 돌보는 일의 복잡성을 솔직하게 담아낸 회고록. - 가디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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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상실과 불확실성의 고난을 헤쳐나가는 모든 이에게 든든한 동반자가 될 것이다. - 옥타비아 브라이트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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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하고, 거침없고, 훌륭하고, 감동적이다. - 니나 스티베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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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 슬픔, 그리고 의식에 대한 시적인 탐구. - 그레이엄 캐버니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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