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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없으면 슬픔도 없다
36년을 함께한 남편을 떠나보낸 신경학자의 기록. 상실이 남기고 간 몸과 마음의 변화를 치밀하게 연구한다. 사랑하는 이의 부재는 뇌와 신경에 지워지지 않는 흔적을 남겼다. 과학으로 슬픔을 헤아린 독특한 애도의 여정을 담은 책.
2026.08.11.
자연과학 PD 이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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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의 글
머리말 1 슬픔의 시작 2 사랑과 애착, 그리고 사별 3 상실의 궤적 4 슬픔보다 더 깊은 5 고통 6 꺾여도 살아내는 것 7 의미라는 의미 8 헤아려본 상실의 조각들 부록: 인터뷰 전문 주석 그림 출처 찾아보기 |
Barbara Blatchl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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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 깊은 곳에는 사별과 애도에 관한 의문이 계속 남아 있었다. 내가 정말로 쓰고 싶은 건 바로 그 이야기였다. 일기장에 적힌 내 고통과 혼란의 기록을 참고하고, 다른 사람들이 겪은 사별과 고통, 상실에 관해 탐구해서 내게 남은 의문들을 풀고 싶었다. 그래서 처음으로 내 개인적인 이야기를 써 내려갔다. 눈물을 쏟으며 앉은 자리에서 글을 완성했고(“당신을 잃은 날”이라는 제목으로), 이후 일주일 동안 아무것도 쓰지 못했다. 하지만 그 주가 끝날 무렵, 내가 이 일을 해낼 수 있음을 깨달았다. 그의 죽음에 관해 글을 쓰는 게 내게 도움이 된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그래서 계속 쓰기로 했다.
---pp.15~16 나는 신경학자라서 사별한 후 슬픔을 겪을 때나 그 경험에 적응하는 과정에 뇌가 어떤 상태인지를 탐구한 연구들도 찾아봤다. 이런 탐구가 내게는 위로가 됐다. 남편과의 사별에 적응하고 그 일을 받아들이는 과정이 시작되면서부터 내게는 산더미 같은 의문이 쌓였는데, 가장 먼저 든 의문은 이토록 엄청난 고통이 따르는 경험이 인간의 진화에 어떤 도움이 되는가였다. 이토록 괴롭고, 비관적이고, 끔찍한 감정을 왜 느껴야 할까? 고통이 얼마나 지속되는지도 알고 싶었다. 몇 주, 몇 개월, 몇 년이 흘러야 조금이라도 나아진 기분이 들까? 과거가 아니라 미래를 바라보고, 앞을 보면서 사는 날이 다시 올까? ---pp.34~35 성인이 되어서도 분리 반응이 남아 있는 이유는 힘없는 아이일 때 그러한 반응이 효과가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아이들이 보이는 분리 반응은 유대를 형성한 사람과 떨어졌을 때 그 사람과 재회할 확률을 높인다. 인류가 진화하는 과정에서 그러한 반응은 인간의 타고난 특성이 되어, 성인이 되어서도 소중한 사람을 잃으면 재결합은 불가능하다는 걸 알면서도 같은 반응을 보인다. ---p.43 볼비는 아동기와 성인기에 다른 사람에게 느끼는 애착이 인간의 가장 강렬한 정서 반응이라고 설명했다. “애착 행동만큼 강한 감정이 동반되는 행동은 없다. 우리는 애착을 느끼는 대상에게 애정을 갖고 그 사람이 나타나면 기뻐하며 반긴다. (…) 그 사람이 사라질 위험을 느끼면 불안해지고, 실제로 그 사람이 사라지면 슬픔에 잠기며 두 경우 모두 분노를 느낄 가능성도 크다.” ---p.67 심리학자 필리파 랠리가 이끄는 연구진은 습관 하나가 생기려면 짧게는 18일에서, 길게는 254일이 걸린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우리가 위협을 느끼거나 위험하다고 느낄 때 특정한 사람에게 기대어 안도하고 마음을 놓는 데 익숙해지는 것도 습관이다. 그러므로 그런 사람이 더 이상 곁에 없을 때, 이제 그 사람에게 기댈 수 없다는 사실에 익숙해지려면 최소 그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 ---pp.73~74 사랑이 뇌에서 어떻게 처리되는지를 알면, 우리가 애정을 느끼는 대상이 사라졌을 때 뇌에서 일어나는 일들도 이해할 수 있다. 많은 연구자가 애착의 형성, 그리고 애착을 느끼는 사람과의 유대 관계가 우리 몸과 정신의 기능 조절에서 하는 역할을 설명하는 다양한 신경학적 모형을 제시했다. ---pp.80~81 인간의 스트레스 반응은 흔히 ‘투쟁-도피 반응’이라고 한다.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일이 생기면 우리는 그 일에 어떻게 대처할지 얼른 정해야 하는데, 그 순간 곧바로 택할 수 있는 길은 두 가지다. 스트레스 유발 원인으로부터 달아나거나, 그 원인과 맞서서 싸우는 것이다. 둘 중 어느 한쪽이 반드시 더 나은지 정해져 있는 건 아니다. 스트레스를 주는 사건의 정황, 과거에 스트레스에 대처한 경험에 따라 각자 어느 한쪽을 선택하게 된다. ---p.95 사별하고 느끼는 비탄을 포함한 슬픔에는 나름의 기능이 있다. 컬럼비아대학교 심리학과의 조지 보나노 교수는 사별의 슬픔의 한 가지 장점이 “할 일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슬픔에 잠기면 “마음이 가라앉고 (…) 내면에 집중하게 되므로” 중요한 게 무엇인지, 세상을 떠난 사람 없이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 삶을 다시 정리하게 된다는 의미다. ---p.119 많은 학자가 인간이 언어를 쓸 수 있게 된 이후에도 계속 눈물을 흘리는 이유가 무엇인지 의문을 품었다. 힘든 일이 있으면 지금 무슨 상황인지, 무엇이 어떻게 힘든지 말로 정확하게 표현하는 게 우는 것보다 자신의 상태를 훨씬 효과적으로 알릴 수 있는데도, 우리는 평생 눈물을 흘린다. 왜 그럴까? ---p.124 “혼자인 사람은 아무도 없다”라는 옛말은 실제로도 사실이고, 과학적으로도 사실이다. 인간은 혼자 고립된 상태로는 생존하기 힘들다. 감정 반응은 같은 집단에 속한 구성원들과 원만하게 지낼 수 있도록 진화했고, 우리의 장기적인 건강과 생존에도 꼭 필요하다. ---p.133 실제로 사람들은 실연의 아픔을 몸에 난 상처처럼 마음이 찢어진다고 표현하는 등 심리적 고통을 표현할 때 신체 통증을 나타내는 표현을 그대로 쓰기도 한다. 고통은 어떻게 정의되고, 만들어지고, 느껴질까? ---p.145 신체 통증과 심리적 고통은 우리의 기억 체계와 소통하는 방식에도 차이가 있는 듯하다. 인체 조직이 손상되어 발생하는 신체 통증은 나중에 그런 일이 있었다고 회상할 수는 있어도 그때의 고통까지 되살리는 건 불가능하다. ---p.154 내가 읽은 몇몇 자료에는 변화를 거부하는 것이 인간의 타고난 특성이라는 내용이 있었다. 변화에 저항하는 것이 우리의 유전적, 생물학적 본질이라는 의미다. 생활하다가 뭔가를 바꿔보려고 하면 이 특성을 체감하게 된다. 담배를 끊거나, 살을 빼거나, 운동을 시작하는 등 스스로 원해서 시작하는 변화도 쉽지 않은 경우가 많다. 반드시 변하겠다는 확고한 의지로 출발선을 끊어도, 변화를 현실로 만들려는 노력은 금세 고장 난 자동차처럼 덜그럭대고 더뎌진다. 하물며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으로 겪는 변화는 삶의 모든 면에 영향을 주는 데다 스스로 원하는 변화도 아니다. 사별 이후의 강제적인 변화를 반기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그러니 사별한 사람들이 적응하기 힘들어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pp.177~178 사별은 우리의 정체성을 변화시키고 자신을 보는 방식, 자신을 이해하는 방식에 변화를 일으킨다. 그렇게 설명하는 일부 학자들은 회복, 치유, 심지어 회복탄력성이라는 표현도 사별한 사람들의 경험에 맞지 않다고 지적하면서, ‘적응’ ‘재통합’ ‘관리’ ‘조정’ ‘극복’과 같은 표현으로 대체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pp.198~199 내가 주로 삶의 동반자를 잃은 사람들과 사별에 관해 대화를 나눈 이유는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안타깝게도 그런 경험을 한 사람들이 워낙 많아서 쉽게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인생의 동반자를 잃는 일은 떠난 사람의 성별과 상관없이 우리 인생에서 발생하는 모든 사건을 통틀어 스트레스가 가장 큰 일이므로, 사별의 슬픔과 애도의 과정을 대변하기에 아주 적합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p.225 사별은 우리를 수많은 방식으로 변화시킨다. 나 자신과 내 삶을 다른 시선으로 보게 된 것도 그 변화 중 하나다. 이제 상실을 겪기 전의 나로, 그 이전의 삶으로는 돌아갈 수 없다. 그건 시간의 본질과 맞지 않는 일이다. 어떤 경험을 통해 엄청난 변화를 겪고도 그 경험을 하기 전과 똑같은 사람으로 남는 건 불가능하다. 상실은 내 삶에 새로운 기준을 만들었고, 이제 나는 그 기준에 따라 살아갈 것이다. 라모트와 로즈메리의 말처럼, “절뚝거리며 다시 춤추는 법”을 나도 배우는 중이다. ---p.24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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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로 쓴 비탄의 기록으로부터
상실, 슬픔에 관한 현대 신경과학의 방대한 연구까지 배우자의 죽음만큼 인간에게 큰 고통을 주는 일은 거의 없다. 홈스-라헤 스트레스 척도에 따르면 배우자의 죽음은 100점, 즉 최댓값의 스트레스 점수로 책정된다. 배우자뿐 아니라 가족, 친구 등과의 사별도 고통이 뒤따르는 것이 보통이다. 죽음은 예정된 일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덤덤하게 맞이할 수 있는 일은 결코 아니다. 마음의 준비를 할 수는 있지만, 막상 맞닥뜨리게 되면 그 모든 대비가 무용하다는 걸 저자 또한 고백한다. 인간이 맞이할 수 있는 가장 갑작스럽고 뾰족한 대책이 없는 사태에 저자는 어떻게 반응했을까. 36년을 함께한 남편의 죽음으로부터 시작하는 이 책에서 저자가 먼저 꺼내든 단어는 위로나 공감이 아니라 이해와 탐구였다. 저자는 “슬픔을 과학적으로 이해하면 삶의 통제력을 되찾게 되고, 그리하면 다시 앞으로 나아갈 길을 찾을 수 있다”라는 신경학자 리사 슐먼의 말에 동의하며, 반려인의 상실 그 자체를 비롯하여 감정, 감각, 기억 등 자신에게 일어난 일들을 파헤치기 시작했다. 신경과학자이자 “스트레스, 혼란, 불안을 느낄 때 그 일에 관한 정보를 모조리 찾아내는 사람들” 가운데 하나로서 저자는 정공법을 택했다. 고통스러운 상태로부터 도피하거나 슬픔을 억눌러 마음속 어딘가에 묻어두지 않고, 다시 아파하기도 하고, 가라앉기도 하며 처참한 기억들을 길어 올려 꿋꿋하게 써 내려간다. 이 책에는 사적인 애도의 시간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고, 그 기록에서 뻗어나간 질문들과 그것에 대한 과학의 응답들이 정연하게 배치되어 있다. 우리는 왜 사랑하는 이의 죽음을 슬퍼할 수밖에 없는가 이토록 괴롭고, 끔찍한 감정을 도대체 왜 느껴야 하는가 우리는 으레 죽음에 가장 가까운 감정으로 슬픔을 먼저 떠올린다. 슬픔의 사전적 정의는 “원통한 일을 겪거나 불쌍한 일을 보고 마음이 아프고 괴롭다”이다. 원통한 일의 범주에 죽음을 포함한다면 질문은 이어진다. 죽음은 왜 원통한 일인가. 죽음에 대해서 우리는 왜 마음이 아프고 괴로움을 느끼는 것일까. 저자는 이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존 아처, 존 볼비, 랜돌프 네스 등의 이론을 소개하며 진화적 관점에서 이 질문에 답을 정리해나간다. 분리 반응에 따른 일련의 행동(큰 소리로 울고, 애착 관계가 형성된 사람을 찾아 사방을 돌아다니고, 신경을 곤두세우거나 불안을 느끼는 등)이 어린아이의 생존에 유리하게 작용했고, 성인이 되어서도 그러한 반응이 불가피하게 남은 것이라고 설명한다. 사랑하는 이의 죽음을 분리로 인식하고, 그에 따른 반응으로서 슬픔을 나타낸다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죽은 이와 자신을 분리하고, 그와의 관계를 정리하면서 죽음이 초래한 변화를 극복하기 위해 슬픔을 느낀다고도 한다. 요컨대 살아가는 데, 살아남는 데 유리했기 때문에 슬퍼하고, 그로 인해 고통스러워한다는 것이다. 이 고통스러운 경험과 감정의 기능적인 측면에 대해서도 저자는 설명한다. “특정한 사람이나 사물로부터 멀어지게 만들고,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이나 지원이 필요하다고 알리고”, “마음이 가라앉고 내면에 집중하게 되면서 생각을 재정비하는 데 도움이 되며”, “생각하는 방식 자체에 변화를 일으켜 상향식 사고 능력을 키워준다”. 그렇다면 상실이 초래한 슬픔이 우리의 몸과 마음에 어떤 변화를 일으켜서 이런 기능들을 하게 되는 것인가? 상실을 겪으면 뇌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나는가? 이 고통은 언제까지 지속되는가? 저자는 이러한 문제를 파고들며 과학자로서의 면모를 여지없이 드러낸다. 영원히 새겨지는 상실의 궤적, 사랑이 없으면 슬픔도 없다 사별은 해결이 불가능한 ‘비상 상황’이라는 점에서 독특한 스트레스 요인이라는 점을 저자는 강조한다. 그만큼 적응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리며, 기본적으로 장기간 지속된다.(혼잡한 쇼핑몰에서 사랑하는 자녀를 잃어버렸고, 그 상태가 계속된다고 생각해보라.) 교감 신경과 부교감 신경의 균형으로 유지되는 인체의 항상성이 스트레스로 인해 오랫동안 회복되지 못하면 여러 변화가 생긴다. 물리적 요인이 없음에도 군데군데 쑤시거나 통증을 느끼게 되고, 수면 패턴과 입맛이 바뀌며, 집중력과 주의력이 떨어지고, 일상생활에 필요한 에너지가 감소한다. 이런 비상 상황이 더 길게 지속되면 급격한 피로와 우울, 불안을 경험하고, 면역 기능 저하에 따른 각종 질환에 취약해진다. 또한 뇌에서 사랑을 어떻게 처리하는지 알면, 애정을 느끼는 대상이 사라졌을 때 뇌에서 일어나는 일을 이해할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사랑하는 이에게 주의를 집중하게 하는 전측 대상회피질, 그 사람에 대한 기대를 조정하고 그 사람과 함께하려는 의지를 형성하는 섬엽, 보상감과 기쁨을 느끼게 하는 피질 하부의 영역 등은 그 사람의 상실로 인해 슬퍼하고 애도할 때도 활성화된다. 사랑을 관장하고, 사랑하는 이를 중심축으로 하는 일종의 예측 모델을 구축하는 뇌의 영역들이 슬픔에 빠졌을 때도 활성화되는 것이다. 저자는 “그만큼 우리 뇌가 삶의 기둥과도 같았던 존재를 계속 찾으려고 하는 것”이라고도 말한다. 요컨대 “사랑이 없으면 슬픔도 없는 것”이다. 상실은 신체 통증, 심리적 고통을 모두 동반하지만 후자가 압도적이라는 데 이견은 없을 것이다. 저자는 둘을 구분한다. 신체 통증은 조직이 손상되어 통각수용기에서 뇌로 신호가 전달될 때 발생하지만, 심리적 고통은 그렇지 않다. 전자는 회상할 수는 있어도 그때의 고통까지 되살리는 건 불가능하지만, 후자는 그렇지 않다. 이 점이 결정적인 차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심리적 고통은 신체 통증보다 더 쉽게 상기할 수 있고, 기억에서 끄집어내 마치 지금 일어난 일처럼 되살릴 수 있다.” 상실의 슬픔은 시간이 지나면 잦아들지만 영원하다. 결국 상실 이후의 삶이란 부재의 그늘 아래 새로운 세계를 그려나가는 과정이 된다. 잊히지도, 사라지지도 않는 사랑과 고통의 기억을 품은 채로. 상실의 이해가 우리에게 건네는 선물, 삶에서 변치 않는 건 변한다는 사실뿐이다 우리의 뇌, 중추신경계는 크고 작은 변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진화했다. 물론 그런 적응은 더디거나 괴로움이 따르기도 하지만, 새로운 경험에 따라 뇌 기능은 유연하게 조정된다. ‘신경가소성’이라는 특성을 가진 우리의 뇌는 달라진 삶의 토대에서도 살아나가기 위해 부단히 새 단장을 할 것이다. 그러니 사별과 같은 엄청난 삶의 변화를 겪고도 이전과 똑같은 사람으로 남는 건 불가능하다. “경험은 까다로운 스승이다. 시험부터 치르게 한 다음에 가르침을 준다.” 저자의 연구실에 걸려 있었던 문구다. 모든 경험은 우리를 수많은 방식으로 변화시킨다. 사랑, 상실, 슬픔, 애도, 그리고 적응하고 회복하는 모든 순간에 우리는 달라진다. 변화 그 자체가 가르침이 되기도 하지만, ‘슬픔과 사랑은 한 쌍이다’와 같은 구체적인 교훈도 예외 없이 얻게 된다.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같은 강물에 두 번 발을 들여놓지 못한다는 고대의 금언을 떠올려보자. 또한 “사랑이 단단해지는 데 시간이 걸리듯이, 애도의 과정에도 시간이 필요하다”는 말을 기억하자. 누군가를 사랑하고 함께 애정을 쌓는 시간을 생각하면, 그 사람이 없는 삶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저자는 “절뚝거리며 다시 춤추는 법”이라는 표현을 빌려와서 상실 이후의 삶을 정의한다. 이것이야말로 슬픔과 애도의 과학이 우리에게 건네는 가장 인간적인 가르침 아닐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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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은 인간이 지불하는 사랑의 대가라고들 말한다. 그러나 바버라 블래츨리는 이 오래된 문장을 한 걸음 더 밀고 나간다. 그녀는 남편을 잃은 한 인간의 절규를 신경과학자의 냉철한 시선으로 응시하며, 사랑과 상실이 사실은 같은 뇌 회로에서 태어난다는 놀라운 진실을 들려준다. 《슬픔의 발견》은 애도의 기록인 동시에, 인간의 뇌가 왜 누군가를 그토록 깊이 사랑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왜 그 부재가 우리 존재 전체를 뒤흔드는지에 대한 과학적 탐사다. 읽는 동안 독자는 슬픔이 단순한 부정적 감정이 아니라 인간이라는 종이 진화 과정에서 획득한 가장 근원적인 적응 기제임을 깨닫게 된다.
무엇보다 이 책이 특별한 이유는 슬픔을 극복의 대상으로 다루지 않는다는 점이다. 저자는 자신의 경험과 수많은 연구를 통해 슬픔은 결국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삶 속으로 재구성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사랑했던 사람을 잃는 순간, 우리의 뇌는 단순히 한 사람을 잃는 것이 아니라 미래에 대한 예측 모델 전체를 상실한다. 그래서 애도란 기억을 지우는 과정이 아니라,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사람을 품은 채 새로운 세계를 다시 배우는 과정이다. 이 통찰은 현대 신경과학이 밝혀낸 뇌의 예측과 적응 메커니즘을 가장 인간적인 언어로 번역해낸 성취라 할 만하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능을 빠르게 모방해가는 시대에도, 슬픔만큼은 여전히 인간 존재의 가장 깊은 심연을 드러내는 경험일 것이다. 《슬픔의 발견》은 죽음에 관한 책이 아니라 관계에 관한 책이며, 상실에 관한 책이 아니라 사랑에 관한 책이다. 무엇보다도 인간의 뇌가 왜 타인과 연결되도록 설계되었는지를 보여주는 아름답고도 가슴 아픈 증언이다.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이 책은 슬픔을 겪고 있는 사람에게는 위로를, 아직 상실을 경험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한 더없이 깊은 이해를 선물한다. - 정재승 (KAIST 뇌인지과학과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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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의 발견》이 우리에게 전하는 가장 인간적인 교훈은 ‘슬픔은 사랑과 깊은 애착에서 비롯되는 피할 수 없는 결과물’이라는 점이다. 슬픔은 억누르거나 지워야 할 오류가 아니라, 우리가 누군가를 깊이 사랑했다는 증거 그 자체다. 저자는 서구 사회가 요구하는 ‘신속한 회복’과 ‘일상으로의 복귀’라는 압박에 맞서며, 우리에게 직관적이면서도 뼈아픈 질문을 던진다. 이 책은 사별을 겪은 이들에게는 자신의 슬픔이 지극히 정상적인 반응임을 알려주는 다정한 위로가 될 것이며, 그들을 곁에서 지켜보는 이들에게는 서둘러 위로하려 하지 않고 그저 곁을 지켜주는 인내의 미덕을 가르쳐 줄 것이다. - 크리스토퍼 레인 (의학저술가, 前 노스웨스턴대학교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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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과학자의 슬픔의 과정에 대한 매우 개인적이고 솔직한 기록이자, 슬픔을 과학적으로 감각하고 이해하려는 인상적인 시도. 당신은 상실 이전의 존재로 결코 돌아갈 수 없겠지만, 대부분은 치유되어 새롭고 다른 사람으로서 행복하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 애드 핀헤르후츠 (틸뷔르흐대학교 심리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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