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서문 - 가보 마테
머리말 이 고통은 세상의 문제다 1장 살아남기 위한 경보 시스템 나중에 후회하는 것보다 안전한 게 낫다 | 세대를 넘어 전달되는 지혜 | 세대를 넘어 전달되는 트라우마와 스트레스 | 가라앉은 기분에도 역할이 있다 | 슬픔이라는 이름의 나침반 | 수치심의 화살을 돌리면 | 분노에 내재된 힘 | 부러움이 알려주는 것 | 진흙에서 피어나는 연꽃 2장 공동체를 보살펴야 하는 이유 의사는 중립을 지켜야 한다는 말 | 건강은 균형이다 | 상호연결과 상호의존 | 다양해야 생존에 유리하다 | 500가지 이론, 86가지 치료법 | 나를 지키며 함께 산다는 것 3장 우리를 병들게 하는 세상 스트레스가 병이 되는 과정 | 감정 경보를 끄는 세 가지 조절인자 | 주의! 지나치게 감정을 억누르지 말 것 | 휴식을 허락하지 않는 문화 | 병든 지구와 몸의 회복을 위해 4장 우리는 역사로 빚어졌다 모두에게 남아 있는 역사적 트라우마 | 빛과 어둠의 공존 | 보이지 않는 상처 | 양육과 생존을 위한 적응 | 지배와 복종관계가 낳은 고통 | 치유의 첫 단계, 안전감의 회복 | 치유의 두 번째 단계, 기억하고 애도하기 | 치유의 세 번째와 네 번째 단계, 유대의 재형성과 사회정의 | 상처를 어루만지며 5장 인간쓰레기가 되지 않는 법 알아차리기, 단순한 변화의 힘 | 자동 주행 모드 끄기 | 부정성 편향에서 벗어나기 | 행복을 좇으면 비참해진다 | 수용은 능동적인 노력이다 | 연민에 잠재된 힘 | 자존감이란 공허한 약속 | 연민과 공감의 차이 | 더 큰 연민을 발휘하기 | 내면에 관심을 기울이는 다양한 방법 6장 뇌의 운전대를 사수하기 지금 일어나는 일 직시하기 | 생존 시스템과 친해지기 | 감정의 활성 상태 점검하기 | 스트레스 반응을 일으키는 촉발 요인 찾기 | 감정의 균형을 회복하는 전략 | 반짝이는 순간 붙잡기 | 깜빡이는 빛 7장 머릿속에서 빠져나오는 법 생각이 지배할 때 | 불편한 감각은 파도 타듯 넘어보자 | 느껴야 치유할 수 있다 | 방어기제는 더 큰 고통을 남긴다 | 과거가 아직 과거가 아니라면 | 몸으로 감정 느끼기 | 감정의 대체, 정보의 혼선 | 감정과 몸의 증상은 연결되어 있다 | 치우친 감정 균형 바로잡기 | 불안감을 불안해하는 악순환 | 감정의 회복과 세상의 치유 8장 뇌가 만들어내는 이야기, 생각 생각의 전염성 | 흘러가지 못하고 고여 있는 과거 | 수치심과 심리적 안전감의 관계 | 기분이 생각을 낳는다 | 생각은 그저 생각일 뿐 | 생각도 편집이 필요하다 | 해석을 좌우하는 핵심 신념 |가짜 뉴스가 이토록 번지는 이유 | 혁명을 향한 작은 걸음 9장 행동의 조절과 변화 더 나은 행동 반응 끌어내기 | 소중한 가치를 나침반으로 활용하기 | 나에게 소중한 가치 찾기 | 인생은 시행착오의 연속이다 10장 상생과 치유 사회적 관계의 치유력 | 관계의 질이 중요하다 | 대인관계를 도와주는 전략 | 대인관계에 드리운 과거의 그림자 | 과거의 영향을 알아야 치유할 수 있다 | 권력의 역학관계와 대인관계 | 책임을 받아들이고 연민하는 공동체 만들기 | 서로의 영향으로 피어나는 무한한 가능성 맺음말 끝이 있다는 축복 감사의 말 미주 |
Joanna Cheek
제효영의 다른 상품
|
우리가 사는 세상은 정말로 괜찮지 않다. 정신건강이 망가질 수 있다고 경고하는 카나리아가 있다면, 지금의 세상은 그 새의 숨이 붙어 있기 힘들 만큼 유독하다. 세상이 위험에 빠졌다면 괴로움을 느끼는 게 당연한데, 지금이 바로 그런 상태다. 불이 나면 화재경보기가 작동하듯이 우리가 느끼는 불편함, 절망, 분노, 두려움은 세상이 불길에 휩싸였음을 정확하게 감지하고 울리는 경보다.
--- p.16 우리는 자기 내면의 경험을 부정하거나, 감정이 알려주는 문제를 과도하게 축소하는 등 자기 감정의 타당성을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 그러나 지금 자신이 괴롭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현 상황이 얼마나 힘든지 이해하려고 해야 한다. 고통이 타당하다고 인정해야 몸이 울리는 괴로운 감정 신호를 잘 접수했고 이제 경보를 계속 울릴 필요가 없다는 메시지가 뇌에 전달된다. 자신이 겪는 고통과 다른 사람이 겪는 고통 모두의 타당성을 인정하는 것은 극복의 필수 단계다. --- p.23 사람들은 우울증이나 불안증, 섭식장애, 중독, 그 외 우리가 겪는 괴로움을 제대로 담지 못하는 이름이 붙여진 문제를 해결하려고 나를 찾아온다. 하지만 증상이 알려주는 군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우울증” 혹은 “불안증”을 치료하는 건 새로운 문제를 만드는 거나 다름없다. 현재 우리가 씨름하는 정신건강의 여러 이상이 문제의 핵심이 아니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정신건강의 증상들이 우리가 살아가는 환경에 생긴 문제를 제대로 알아보고 해결하라고 알려주는 신호라면? --- p.35 슬픔은 우리의 마음이 어디를 향하는지 알려주는 나침반이다. 자신에게 무엇이 중요한지, 무엇을 되찾아야 하는지 알려준다. / 인류가 생태계와 사회의 건강을 해치고 파괴하는 현실에 그와 비슷한 슬픔을 느끼는 사람들도 많다. 슬픔을 일으키는 경보는 실로 괴롭지만, 동시에 우리가 세상과 얼마나 깊은 유대를 맺고 있는지 알려준다. 세상이 파괴되는 것에 슬퍼하는 이유는, 세상이 건강해야 우리도 생존할 수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 세상에 느끼는 이 넓은 슬픔은 사적인 상실을 아파할 때와 똑같이 공정성과 배려, 지속가능성 등 잃어버린 것을 되찾기 위한 투쟁의 동력이 된다. --- pp.52-53 분노는 불평등이나 폭력에 맞설 때, 필요한 것을 얻지 못할 때 꼭 필요한 반응이다. 또한 우리가 부당하고 해로운 것을 없애기 위해 적극적으로 행동하게 만드는 가장 효과적인 도구다. 사회 변화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되는 건 치열한 의견 대립이 아닌 무관심이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는 대다수가, 특히 누구보다 분노할 자격이 있는 사람들이 이 감정을 억누르고 사는 데 익숙해지도록 만든다. --- pp.58-59 〈로스앤젤레스 타임스〉에 사설을 기고했다가 미국 정치판의 뜨거운 맛을 제대로 경험한 적이 있다. 글이 실린 후 모르는 사람들이 내게 보낸 이메일과 음성 메시지가 쏟아졌는데, 여성혐오와 각종 욕설을 온통 대문자로 쓴 글이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사뭇 다른 이메일 한 통이 눈에 띄었다. “당신의 의사 면허는 취소되어야만 합니다. 정신과 의사는 중립을 지켜야 하니까요.” --- p.69 개인주의에서 비롯된 경쟁, 이기기 위해서라면 분열과 정복도 용인하는 사고방식에는 오류가 있다. 모두가 함께 살아가는 시스템 안에서 다른 구성원을 힘으로 제압하고 “승리”한다고 해도, 결국은 모두가 지는 게임이 될 뿐이라는 점이다. 승자도 자신이 무찌른 전체의 한 부분이므로, 그런 승리는 자살 행위나 다름없다. 누군가를 쓰러뜨릴 때마다 자신도 함께 쓰러지는 것과도 같다. 이웃의 자원을 고갈시키면서 불평등한 권력과 특권을 계속 누리고 자기 이득을 챙기는 사람들이 있는 한, “도움이 절실한 사람들”을 위한 자선 활동이 아무리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열심히 기도해도 불균형을 바로잡을 수 없다. 인류의 생존, 나아가 우리의 생존이 달린 지구의 생존을 위해서는 암세포와 같은 지배와 종속의 역학관계를 도려내야 한다. --- p.81 요즘 들어 상담 현장에는 의대에서 배우지 않은 문제를 안고 찾아오는 사람들의 비중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정신건강에 급작스러운 위기가 발생해 나를 찾아온 사람들과 마주 앉아 상담을 시작하면, 지금의 생태계에 느끼는 비통함과 불안이 존재론적 위기라 할 만큼 깊은 슬픔과 무기력으로 나타났다는 사실이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 ‘지구의 모든 생물이 조만간 멸종한다면 이렇게 아등바등 사는 게 다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이런 고민에 빠지는 것이다. --- p.127 심리치료사로서, 나는 우리가 느끼는 괴로움을 잠재워 “회복력을 키우고” 그렇지 않아도 오랫동안 경시된 현재의 모든 심각한 위기를 계속 외면하는 치료 방식을 거부한다. 그런 방식은 결국 우리가 속한 모든 시스템을 조용히 망가뜨린다. 그보다는 위기를 알려주는 우리 몸의 경보에 귀 기울이고 지금의 혼돈에서 벗어나는 계기로 삼도록 도와주는 다양한 정신건강 기술이 필요하다. --- pp.133-134 이 땅에 사는 우리는 좋든 싫든 한 팀이다. 기후붕괴,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갈등, 대유행병 등 모두가 겪는 공통의 문제를 해결하려면, 힘을 합쳐 다양한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 그리고 각자 신경계의 기능을 조절하고 공동체의 균형을 되찾으려면 우선 안전감과 안정감을 충분히 느낄 수 있어야 한다. --- p.142 각자의 몸에 남은 트라우마와 마주하려면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 나는 우선 내면의 경험은 다 이유가 있다고 타당성을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가끔 비합리적이라고 느껴질 만큼 강렬하게 일어나는 반응도 예외가 아니다. 때때로 우리 몸은 현 상황이 위험해서가 아니라 자신이 과거에 겪은 트라우마, 또는 더 먼 옛날 조상이 겪은 트라우마에 담긴 위험의 패턴에 영향을 받아 경보를 울린다. --- p.178 우리는 아이들이 행동을 조절하지 못해 적절치 않은 행동을 하면 더 쉽고 너그럽게 연민을 발휘한다. 아이들이 그러는 건 스트레스 반응일 뿐 결코 악의는 없다고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기 자신이나 주변의 다 큰 성인들이 하는 행동도 사악하다고 악마화하지 말고 그와 같은 연민을 발휘하면 어떨까? 자신과 다른 사람들을 비인간화하며 비난하고 수치심을 유발하는 대신, 그저 살아보려고 애쓰다가 개인적인 트라우마나 더 먼 과거의 트라우마에 영향을 받아 자꾸 못난 행동을 한다고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 pp.179-180 내면에 다정하게 주의를 기울이는 건 무한한 행복을 느끼거나 다른 세상으로 달아나는 게 아니다. 편안한 휴식과는 더욱 거리가 멀다. 그보다는 우리가 현재의 세상을 살면서 겪는 문제들과 더 능숙하게 맞서는 기술을 배우는 것에 가깝다. 몸이 보내는 괴로운 감정 신호를 전부 느껴야, 그 문제에 관한 정보를 얻고 문제를 해결하려는 자신의 노력이 얼마나 진전이 있는지도 파악해서 끝까지 제대로 해결할 수 있다. --- pp.204-205 서구 정신의학계에서는 지난 수년간 자존감의 고취가 좋은 삶을 만드는 방법으로 큰 인기를 누렸다. 직관적으로는 자존감, 즉 자신을 가치 있는 존재로 보는 인식이 강하면 삶이 더 나아질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내게 자기 연민 훈련 기술을 가르쳐준 크리스틴 네프는 자기 연민과 자존감은 다른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 p.212 뇌 기능이 장악되어 잔뜩 겁을 먹은 상태에서는 ‘우리’의 가치를 믿지 못한다. 그저 각자 알아서 사는 거라고 생각한다. 평소에는 거짓말하거나 남을 괴롭히고 자신만 돋보이려는 행동을 극히 싫어하더라도, 스트레스 반응이 일어난 상태에서는 다른 사람을 믿지 말고 오직 자신만 생각하라는 말이나 전능하고 월등한 리더가 모두를 구원할 것이라는 메시지가 그럴듯하게 들린다. --- p.231 우리가 태어날 때부터 지닌 빛을 간직하고 살려면 신경계의 조절력을 잃지 않아야 한다. 감정을 조절하지 못할 때 발생하는 극심한 증오와 혼란, 무관심은 다른 사람들에게도 전염될 뿐만 아니라 우리 정신을 금세 장악해서 모두에게 해로운 역학관계가 지속되도록 만든다. 하지만 연민과 유대, 희망의 밝은 빛 또한 전염성이 강하다. 고통이 만연한 세상에서 자신의 균형과 빛부터 찾으려는 노력이 이기적이라고 느낄 수도 있지만, 자신의 평정심을 먼저 되찾고 그것이 한 줄기 부드러운 빛을 낼 때 균형의 회복이 절실한 이 세상도 보살필 수 있다. --- p.263-264 생각이 우선시될 때 발생하는 가장 큰 문제는 괴로워서 기분이 나아질 만한 여러 전략을 활용하다가 싸움, 도주, 얼어붙는 반응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우울증이나 불안증에 시달릴 때면 그런 감정 상태가 갖가지 비관적이고 재앙적인 생각으로 이어지기도 쉽다. ---p.281 시위나 그 외 다양한 목적으로 많은 사람이 모이는 자리, 기념식, 종교의식, 음악이나 춤, 스포츠 등 공동체의 여러 다양하고 멋진 회합의 장은 서로가 함께라는 기분 속에서 유대를 강화한다. 함께하는 기분은 고통을 견디는 능력도 강화한다. / 자신의 모든 감정을 있는 그대로 느낄 수 있게 된다면 이 세상에서 맞닥뜨리는 일들을 얼마나 용감하게 맞이할 수 있을까? 두려움 없이 살게 된다면 어떻게 살고 싶은가? --- p.320 생각은 위험하고 예측할 수 없는 이 세상에서 우리가 생존할 수 있도록 뇌가 만들어내는 이야기다. 뇌는 과거에 습득한 패턴을 토대로 현재와 미래의 보상과 위험을 최대한 정확하게 예측한다. 낚시는 새벽에 나가야 수확이 많고 어스름이 깔리면 퓨마가 나타난다. 우리는 자신이 예측할 수 있는 환경을 안전하다고 받아들인다. 스스로 통제할 수 있고 확신할 수 있는 삶은 질서정연하다고 느끼고, 그렇지 않은 상황은 엄청나게 불안해한다. --- p.324 각자 자신이 속한 문화에서 어떤 메시지가 내면화됐는지 살펴보라. 아이들이 보는 동화책, 잡지, 교과서에 실린 사진이 대부분 사회의 지배적인 문화에 부합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건 어떤 의미일까? 사법 체계가 특정 집단을 불공정하게 단속하고, 유죄를 선고하고, 목숨을 빼앗는 것은? 미디어에서 줄곧 몸매를 아름다움과 건강의 지표처럼 이야기하고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지배적인 태도를 남자다운 것으로 정의하는 것은? --- p.333 병든 세상에서는 기분이 나아지는 것만으로 치유를 기대할 수 없다. 세상을 병들게 만드는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는 일들을 하며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야 치유도 찾아온다. 세상을 이루는 모든 부분이 제각기 따로 움직이는 혼란 속에서도 각자가 중시하는 가치를 나침반 삼아 목표를 향해 조금씩 나아가면 된다. --- p.388 사회적 관계가 주는 치유의 효과는 영혼의 단짝이나 절친한 친구가 한 트럭쯤 있어야만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다. 사이가 아주 좋은 가족이 있어야만 하는 것도 아니다. 얼굴 정도 아는 사이, 낯선 사람과의 허물없는 가벼운 교류(이를 ‘약한 유대관계’라고 한다)도 소중한 사람들과의 친밀한 유대관계만큼 행복감과 소속감을 키우는 효과가 있다. --- p.401 사회운동에서는 건강한 사회가 되려면 통합과 평등, 연민, 다양성을 존중하는 관계가 형성되어야 한다고 분명하게 밝힌다. 하지만 우리는 지배와 분열을 부추기는 역학관계, 필요 없으면 처분되는 계층화된 문화에서 평생 살아왔고 이에 내재적으로 익숙해진 상태다. 여기에 무의식에 묻혀 있던 자신의 일부가 깨어나 삶의 운전대를 가로채고, 과거 대인관계에서 경험한 역학관계를 현재로 끌어와 자신이 바라는 목표와 점점 멀어지는 길로 우리를 끌고 가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그렇게 우리는 자신과 주변의 다른 사람들에게 더 혹독하게 굴고 만다. --- p.436 |
|
제정신으로 살기엔 너무나 엉망진창인 세상,
나와 공동체의 안녕을 함께 구하기 위해 정신과 진료실에는 차례를 기다리는 환자들이 줄을 서 있다. 사람들은 우울증, 불안장애, 공황장애, 번아웃 같은 내면의 문제를 설명해줄 수 있는 병명을 하나씩 안고 약을 먹거나 상담을 받지만, 어딘가 석연찮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아프다면, 어쩌면 우리의 문제는 약이나 상담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게 아닐까? 『정신 나간 세상에서 아픈 사람들』은 우리의 정신적 고통이 현재 무너지고 있는 세상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고 지적한다. 여름마다 ‘사상 최악의 폭염’이라는 뉴스를 마주하고, 세계 곳곳에서는 전쟁이 일어나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가고, 불평등과 차별이 신뢰를 좀먹고, 타인과 연결되는 대신 분열되고 고립되는 이 세상. ‘이따위 세상에서 제정신으로 사는 건 애초에 불가능하다’는 사람들의 말은 투정도, 엄살도 아니다. 우리를 병들게 하고, 스스로도 쓰러지고 있는 이 세상에 대한 날카롭고 간절한 외침일 뿐이다. 우리는 증상에 질병의 이름을 붙이고 수백 개의 이론과 수십 개의 치료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정신과 의사이며 심리치료사인 조애나 치크는 우리의 몸과 마음에 누적된 광범위한 스트레스 요인, 공동체와 사회를 지배하는 심각한 불균형, 그 사이의 복잡한 연결들을 조명할 것을 제안한다. 이 고통은 생존을 위한 최후의 경보 시스템이다 사회적 맥락에서 정신건강의 증상을 이해하다 인간은 위기로 가득한 세상에서 살아남는 방향으로 적응했다. 우울감, 슬픔, 수치심, 분노 등의 감정은 “우리가 살아가는 환경에 생긴 문제를 제대로 알아보고 해결하라고 알려주는 신호”로 활용할 수 있다. 그러나 감정 경보를 밀어내지 않고 수용하기는 무척 어렵다. “위험을 반복적으로 겪거나 심각한 위험을 겪으면” 우리 몸은 위험을 더 민감하게 포착하도록 조정되고, “그 결과 위험의 낌새만 느껴도 습관적으로 상대방의 비위를 맞추거나, 싸우거나, 달아나거나, 얼어버리는 반응이 나타난다.” 이렇게 생존 반응이 발동될 때는 상황을 깊이 숙고하는 능력이 일시적으로 정지되고 만다.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에 쉽게 타인을 적대시하고, 비인간화하고, 흑백논리에 갇히고 마는 것도 그런 탓이다. 폭력과 억압의 역사는 이 반응을 강화한다. 치크는 전쟁을 겪은 조부모의 손에 자란 경험, 오랜 식민지배와 인종차별, 양육 과정에서의 스트레스, 휴식을 허락하지 않고 불평등을 강화하는 자본주의적 사회, 성소수자로서 내면화된 수치심 등을 예시로 든다. 몸과 마음에 지층처럼 누적되는 스트레스는 여러 세대에 걸쳐 모두에게, 심지어는 해를 입힌 이들과 그들의 자손에게까지 전해져 공동체 전체에 악영향을 미친다. 역사적 트라우마의 증상은 특정인, 또는 특정 집단이 사악해서 생기는 게 아니다. 여러 세대에 걸쳐 모두에게 전해진 트라우마의 영향으로 지배(싸움 반응의 원인), 분열(도주 반응의 원인), 무관심 혹은 비인간화(얼어붙는 반응의 원인)의 역학관계가 고착되고, 그것이 모두에게 해가 된다. 증상의 근본적인 원인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해로운 역학관계가 지속되면, 우리는 자멸로 향한다. (146쪽) 이러한 스트레스는 상호의존과 다양성의 부재에서 나온다. 치크는 상호의존을 인식하지 않는 행위, “이기기 위해서라면 분열과 정복도 용인하는 사고방식에는 오류가 있다. 모두가 함께 살아가는 시스템 안에서 다른 구성원을 힘으로 제압하고 ‘승리’한다고 해도, 결국은 모두가 지는 게임이 될 뿐”이라고 설명한다. 타인의 행위에 특정한 규범과 가치를 적용해 “비정상”인지를 규명하는 행위 역시 위험하다. 치크는 성적 지향성을 바꿀 목적으로 적용되었던 전환치료와 이 어두운 서구 심리학 역사의 일원이었던 데이비드 발로의 설명을 예시로 든다. 그럼 도대체 어떻게 살아남아야 할까? 답은 타인을 보살피는 마음에 있다 그렇다면 “사람보다 이윤을 더 귀중하게 여기고, 정의보다 권력을 중시하고, 생명보다 파괴를 우선하도록 만들어진 이 사회”에서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까? 나의 안위만 살피는 게 아니라 사람을, 정의를, 생명을 우선시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치크는 위기를 헤쳐나갈 수 있는 열쇠로 연민과 공동체 돌봄을 강조한다. 혼란과 분열이 갈수록 심해지는 이 세상에는 연민이 들어설 자리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 (중략) 개인주의가 팽배한 문화 속에서 지배, 분열, 무관심의 역학관계가 내면화된 우리는 우리의 행동이 다른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잘 실감하지 못한다. 여기에다 스트레스를 받고 전전두피질의 활성이 감소해서 공감과 연민을 더욱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면 상황은 더 나빠진다. 기후변화를 부인할수록 세계 곳곳에서 화재와 가뭄, 폭풍으로 죽어가는 사람들이 생겨난다는 사실을 직시하지 못하고, 자신이 누리는 불평등이 누군가를 굶주리게 만들고 우리 모두를 병들게 만든다는 것도 이해하지 못한다. (221쪽) 연민을 발휘하면 “누구나 실수할 수 있고 스트레스 반응이 일어나면 행동을 조절하지 못해 해가 되는 행동을 할 수 있다고 인정”하고, “개개인의 행동은 상당수가 시스템상의 문제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이해”할 수 있다. 이는 타인을 이해하는 일뿐만 아니라 회복력이 있는 공동체를 만드는 일, 나 자신을 지키는 일과도 연결된다. “우리는 사랑이나 연민의 양이 한정되어 있다고 생각해, 아껴놨다가 남들에게 줘야 한다고 믿는 경우가 많”지만, “연민과 사랑은 전염성이 있다. 자신이든 다른 사람에게든 많이 퍼줄수록 더 많이 나눌 수 있다.” 공동체 돌봄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우리 자신보다 더 큰 무언가에 속해 있음을 알고, 뒤엉킨 생명의 관계망에 함께 있는 모두의 차이와 서로의 관계를 소중하게 여기고, 이 시스템의 모든 부분이 건강해야 자신도 건강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주변을 살피고 연민하며 살기에는 당장 내가 짊어진 괴로움이 너무나 크다면? 치크는 자꾸만 쓰레기처럼 굴게 되고, 부정적인 생각에 빠져들고, 삶의 운전대를 놓쳐버리는 이들에게 감정 경보를 의미 있게 받아들이고 감정과 행동을 조절해 연민을 발휘하는 구체적인 실전 가이드를 5장에 걸쳐 제공한다. 나와 타인의 괴로움을 끌어안는 기술 개인의 치유와 공동체의 회복은 하나의 과제다 〈5장 인간쓰레기가 되지 않는 법〉과 〈6장 뇌의 운전대를 사수하기〉에서 치크는 자기 연민과 능동적 수용에 주목한다. 내면에서 불쑥 일어나는 못난 감정, 충동, 신체 감각을 외면하기보다 이를 잘 만나고 다스리는 연습이 감정을 끌어안는 데 효과적이다. ‘우리 사회에는 차별이 없다’고 말하는 것보다 ‘우리 사회에 분명히 존재하는 차별을 찾아내고 밝혀 해체하자’고 말하는 것이 사회를 건강하게 만드는 효과적인 방법인 것처럼 말이다. 한편, 이 작업에는 감정 경보를 의미 있게 수용하고 그 너머의 메시지를 읽어내는 연습이 필요하다. 치크는 찾아온 감정을 곱씹고 원망하는 대신 수용하는 노하우(〈7장 머릿속에서 빠져나오는 법〉), 안전감을 잃어버리고 뇌가 만들어내는 이야기에 나와 가까운 사람이 휩쓸릴 때의 대처법(〈8장 뇌가 만들어내는 이야기, 생각〉), 몸을 움직이고 실천에 나서 감정을 조절하는 법(〈9장 행동의 조절과 변화〉)을 차근차근 소개한다. 저자가 자신의 삶에서 괴로움을 이해해보고자 고군분투했던 경험, 정신건강의 사회적 차원에 관한 다채로운 예시들은 이 생존 가이드에 진정성과 신뢰를 부여한다. 정신을 붙들기 위한 가이드를 공동체와 환경과의 관계 속에서 제시하고, 우리가 느끼는 괴로움을 돌봄과 운동의 동력으로 삼아 치유를 모색하는 점 역시 특별하다. 고통이 살아남기 위한 당연한 반응이라는 치크의 주장은 위안이 된다. 그렇다면 이렇게도 해석할 수 있지 않을까. 우리가 이렇게나 우울하고, 불안하고, 세상의 모든 일에 화가 나고, 수치스러워하고 있다면, 이는 무수한 고통에도 우리가 이 세상에서 살고 싶다는 뜻이라고 말이다. 그만큼 우리가 관계맺고 있는 이 세상이 온전하고 평화롭기를 간절히 바라고, 몸과 마음으로 분투하고 있다고 말이다. 치크는 “우리는 이 세상을 보살피는 일에 목숨이 달린 것처럼 매진해야 한다”고 말한다. “세상은 붕괴 직전이고, 모두의 경보가 크고 또렷하게 울려야 시스템이 다시 균형을 찾을 수 있다”는 치크의 말을 함께 곱씹어본다. 우선 지금 내 몸과 마음이 울리고 있는 응급한 경보에 귀를 기울이는 것부터 시작해보면 어떨까? |
|
정신과 의사이자 심리치료사로 오랫동안 환자 개개인을 만나온 저자가 이 책에서는 공동체와 사회를 이야기한다. 그 전환만으로도 이 책은 특별하다. 저자는 불안과 우울, 수치심을 개인의 병리로 환원하지 않고,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와 관계가 만들어낸 것이라고 주장한다. 개인의 치유와 공동체의 회복이 결국 하나의 과제임을 이토록 설득력 있게 보여주는 책은 드물다. 마지막 장을 덮고 나면, 정신적 고통을 바라보는 당신의 시선은 이미 달라져 있을 것이다. - 이현정 (서울대 인류학과 교수, 《외로움의 모양》 저자)
|
|
문제투성이인 이 세상에서 내 마음을 돌보며 살아남기 위한 책. 몸과 마음, 우리와 세상의 연결성을 돌아보고 화해하는 삶을 살 수 있도록 이끄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조언이 담겨 있다. 공동체 속 각자의 의미를 묻는 질문들에 페이지가 휙휙 넘어가고, 무조건적인 희망보다 지금 여기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집중하자는 대목에서는 빅터 프랭클의 실존주의적 관점이 떠오른다. 과거를 파헤치고 돌아보기보단 현재와 소통하고 몸을 돌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주장이 아주 반갑다. 능동적인 수용을 위해 당장 필요한 전략이 곳곳에 많으니 놓치지 말기. 세상에 의해 살아지는 게 아니라 진짜 나로 살고 싶다면 읽어보자. - 하주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운동하면 좋은 걸 누가 모르냐고요》 저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