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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한 물에 떠내려가다가 닿은 곳에서 싹틔우는 땅버들 씨앗 이렇게 시작해보거라 낯선 곳을 두려워하지 말라는 거예요. 니코스 카잔차키스도 말하죠. 익숙한 것을 두려워하라고. 땅버들 씨앗 같은 삶의 태도로 살았으면 좋겠다고요. 땅버들 씨앗들이 의도를 가지고, 이번 물살이 좀 안전하니까 이번에 타야지, 하고 가는 게 아니잖아요. 갑자기 급한 물이 내려오면 어쩔 수 없이 쓸려가야 해요. 우리 인생도 크게 다르지 않아요. 내 마음 대로 직조할 수 없어요. 시대라는 씨줄과 내 의지라는 날줄이 맞아야 해요. 내가 아무리 날줄을 잘 세운다고 해도 씨줄이 너무 세게 밀고 들어 오면 휘게 되어 있어요. 살다보면 우리 뜻대로 되지 않아요. 급한 물이 밀려올 때가 있죠, 그럼 타야지 어쩌겠어요. 그러고 나서 결국 어딘가에 닿았어요. 사실 나는 거기에 닿고 싶지 않았는데, 아래쪽으로 3미터쯤 더 가고 싶었는데 그 지점에 가지 못하고 닿았단 말이죠. 그럼 어쩌겠어요. 땅버들 씨앗처럼 거기서 최선을 다해 싹을 틔워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