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텔러에게 자본이 있다면 그것은 자기 자신이며, 스토리텔러의 능력은 독자로 하여금 다음 이야기를 궁금하게 만드는 능력이다. 과학자 내지 지식인들의 글쓰기가 가지고 있는 난제 중 하나는 이른바 ‘지식인의 저주’다. 그에겐 너무나 당연하게 알아야 할 지식이 일반 독자에게는 전혀 알려져 있지 않으며, 심지어 궁금해 하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도 저자는 전문적인 지식을 풀어내고 있지만 그것이 어렵다거나, 수학자가 자신의 전문 지식을 들려준다는 생각이 거의 전혀 들지 않게 글을 쓰고 있다. 게다가 이야기가 아름답다. 이 책을 추천한 이들의 말이 맞다. 문학적이다. 기교와 은유가 뛰어나다는 게 아니라, 자연스레 이입되며 상상하고 뛰놀며 위로가 된다. 상실과 비탄의 축 위에 공간좌표를 획득한 독자의 위치가 자유롭고 무한해지는 느낌이다. 잘 쓰니까 잘 읽히고, 잘 배우니까 재밌다. 수학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어도 읽을 수 있다. 이해가 있다면 더 실감이 날 것이다. 오랜만에 몰입해 읽었다. 2022년 기억될 책 열 권 안에 들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