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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 일상의 사물을 낯설게 느끼는 공부
1부 친밀한 공간에서 질문하기: 내가 매일 쓰는 물건 속엔 어떤 이야기가 숨어 있을까? 일상소지품 스마트폰 | 신용카드 | 거울 | 주민등록증 | 일광차단제 | 립스틱 | 쿠션팩트 | 실핀 | 마스카라 | 여권 | 노이즈캔슬링 헤드폰 | 손목시계 | 에코백 식품과가전 스팸 | 맥주캔 | 햇반 | 마가린 | 성냥 | 빨대 | 냉장고와 에어컨 | 생수 | 종이봉투 | 분유 | 케이블타이 | 타파웨어 서랍 속 니플패치 | 단추 | 스타킹 | 브래지어 | 후디 | 선글라스 | 핸드백 | 화투 | 바이브레이터 2부 사무공간에서 질문하기: 당신의 일을 도와주는 물건 뒤엔 어떤 과정이 담겨 있을까? 책상 위 연필 | 커터칼 | 마우스 | 형광펜 | 수정액 | 순간접착제 | 분필 | 앵글포이즈 램프 | 키보드 | USB | 하드디스크 드라이브(HDD) 사무실 출퇴근 기록기 | A4용지 | 복사기 | 암호화폐 | 뽁뽁이 | 공기청정기 | 가습기 | 리모컨 | 일회용 컵 | 명함 | QR코드 휴게공간 모카포트 | 민트 초콜릿 | 커피믹스 | 도넛 | 츄르 | 엠앤엠즈 | 양갱 | 팝콘 | 감자칩 | 복권 | 러닝머신 3부 공공의 공간에서 질문하기: 우리가 함께 쓰는 물건 옆엔 어떤 사회의 모습이 있을까? 놀이공간 회전목마 | 솜사탕 | 키오스크 | 타로카드 | 유모차 | 바비인형 | 쇼핑카트 | 캡슐 토이 | 셀카봉 | 액션캠 | 시에라컵 | CCTV 도시속 안전모 | 충돌 테스트용 더미 | 체인 톱 | 컨테이너 | 덕트테이프 | 스쿠터 | 비닐봉지 | 마스크 | GPS | 아파트 | 철조망 위생시설 내시경 | 머큐로크롬(빨간약) | 백신 | 보톡스 | 정로환 | 피임약 | 휠체어 | 피지컬 AI | 활명수 | 구강청결제 |
全盛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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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우리가 창조한 온갖 사물이 펼쳐진 숲속에 살고 있다. 그 풍경이 너무나 자연스러운나머지, 그것들이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존재라는 사실조차 잊은 채 산다. 인터넷 검색이 사전을 삼키고, 인공지능이 세상의 모든 정답을 대신하는 시대가 도래하면서 우리는 더욱 무감각하고 무의식적인 상태로 삶을 살게 되었다. 『일상 질문사전』은 이 정답의 홍수 속에서 사소한 물건들을 통해 ‘잃어버린 질문’을 되찾아주고 싶다는 영감에서 출발했다.
--- p.12 과거의 신용이란 한 인물의 평판과 삶의 궤적을 보고 판단하는 인격의 영역이었지만, 오늘날의 신용카드는 한 개인의 신용을 단지 결제 능력이라는 수치로 바꿔버렸다. 자본은 인간의 영혼을 작은 플라스틱 조각에 압축해 집어넣고 그것이 승인되는 속도에 따라 인간의 품위를 결정한다. 이 숫자의 통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 우리는 영원한 채무자로 남을 것이다. --- p.30 대한민국에서 여성의 외모가 생존의 도구가 된 것은 개인의 허영심 때문이 아니라 외모를 가꾸었을 때 주어지는 확실한 보상(보이지않는 가산점)과 가꾸지 않았을 때 가해지는 무언의 불이익(평가절하)을 이성적으로 계산한 결과에 가깝다. --- p.55 그런 의미에서 노이즈캔슬링 헤드폰은 스마트폰과 더불어 우리 시대를 상징하는 메타포인 셈이다. 끊임없이 어딘가에 연결되고 싶어하지만 동시에 간섭받기는 싫어하는, 고립된 개인들의 섬 말이다. 기술이 완벽한 고요라는 답을 내놓을 때, 우리는 함께 사는 삶에서 마주하는 불협화음이 주는 인간적인 질문을 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기술이 선사한 인공적인 고요에서 벗어나, 가끔은 세상의 서툰 소음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연습해야 할 때다. --- pp.74-75 우리는 연필을 ‘쓰기 위한 도구’라고 믿지만, 연필의 본질은 ‘지울 수 있다는 안도감’에 있다. 만약 당신이 쓰는 모든 글자가 비석처럼 영원히 남는다면 단 한 줄의 문장이라도 과감하게 시작할 수 있겠는가? 쓸 때마다 깎아야 하고, 닳아 없어지는 연필은 우리에게 묻는다. 너의 생각은 닳아 없어질 만큼 치열한가, 아니면 그저 흐르고 있는가? --- p.194 형광펜이 칠해진 문장은 잠시 빛나지만, 그 빛이 꺼진 뒤 남는 것은 파편화된 지식일 수 있다. 진정한 공부는 형광펜으로 핵심을 덧칠하여 빠르게 요약하는 기술이 아니라, 아무것도 칠해지지 않은 여백 속에서 나만의 질문을 발견하고 그 의미를 엮어내는 통찰이다. --- pp.208-209 과거에 사진을 찍어 앨범에 보관하는 행위는 일회적 구매로 끝나는 완결된 소유였지만, 오늘날 클라우드는 나의 일기·아이의 성장 기록·평생의 연구 자료에 대한 보관료를 요구한다. 구독 결제가 끊기는 순간, 바벨의 도서관은 더 이상 접근할 수 없게 차단된다. 매일 마시는 식사·음료·친구들과의 만남 등 모든 것을 스마트폰에 담아 낱낱이 기록하지만, 그 모든 정보가 반드시 당신을 위한 것은 아니다. --- p.242 국회의원도 추첨으로 뽑자는 발상이 진지하게 논의되는 시대, 우리는 실력보다 운이 차라리 더 공정하다고 믿는 비극적 단계에 도달해 있는지도 모른다. 당신의 노동이 지닌 정직한 가치를 정당하게 대우하지 못하는 사회에서 복권은 당신을 가난에서 구해 줄 구명보트가 아니라, 당신이 가라앉고 있다는 사실마저 잊게 해 주는 일주일 치 환상이다. --- p.349 액션캠이 포착한 생생한 현실은 ‘진짜 현실’을 보여 주는 것이 아니다. 왜냐하면 카메라에 담긴 내용은 “노동자가 왜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그토록 바쁘게 서둘러야만 했는지”나 “주행 중 졸았다면, 그가 왜 그토록 피곤했는지”는 보여주지 않는다. 원청의 무리한 공기 단축 압박, 배달 알고리즘의 타이트한 시간 제한·물류 센터의 과도한 작업량 독촉 같이 산재를 유발하는 산업 구조의 문제는 액션캠의 넓은 화각으로도 담아낼 수 없기 때문이다. 눈 앞에 보이는 기록이 모든 것을 보여 주고 설명할 수 있다고 믿는 순간, 기록 너머 보이지 않는 인간의 진심과 맥락은 사라진다. --- p.404 자본과 국제 정치는 인간의 생명을 ‘보편적 존엄’이 아닌, 국가 권력과 회계 장부의 수치로계산하여 백신의 국경을 세웠고, 이러한 백신 격차는 결국 변이 바이러스의 확산을 부추겨 인류 전체를 위험에 빠뜨리는 문명적 부조리를 낳게 된다. --- p.482 --- p.48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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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각하지 못하는 삶은 살아 있는 인생이 아니다”
일상의 사물을 낯설게 느끼는 공부는 왜 필요한가 기술의 발전은 우리의 삶을 빠르고 편리하게 바꾸었습니다. 포털 사이트 검색 기능을 사용하면서 우리는 무언가를 알기 위해 무겁고 두꺼운 사전을 펼칠 필요가 없어졌지요. 인공지능이 등장한 후로는 검색조차 번거롭게 느껴질 정도로 원하는 즉시 손쉽게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인공지능은 빠르고 명쾌하게 정답을 내놓지만 우리에게서 질문을 고민하고, 숙성시키고, 날카롭게 벼르는 시간을 앗아갔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편리함을 얻었지만 무언가를 관찰하고, 궁금해하고, 알고 싶은 마음, 즉 호기심을 잃어버렸습니다. 손쉬운 정답만이 범람하는 시대에 호기심은 쓸모없고 무가치해 보입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문명을 만들어 낸 결정적인 동력은 바로 호기심입니다. 세상과 자연을 궁금해하고, 새로운 것을 창조하고, 불편한 일상을 바꾸기 위한 고민이 모여 지금의 사회가 만들어졌습니다. 이렇게 중요한 호기심을 잃어버린 채 무감각하고 무의식적인 상태로 삶을 살게 된다면 인간은 어떤 존재로 변할까요? 새로운 것을 발견하는 기쁨을 느낄 수 있을까요? 삶의 의미와 즐거움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요? 기술의 안락함에 기대는 시대에서 인간답게 살기 위해 우리는 무언가를 ‘궁금해하는 마음’을 회복해야 합니다. 『일상 질문 사전』은 잃어버린 호기심을 되찾기 위해 우리 일상 속 100개의 물건을 자세히 보고, 이 물건을 둘러싼 복잡한 사건과 인물, 뒷이야기를 공부하며 세상을 낯설게 만들고 새롭게 느낄 수 있도록 돕는 책입니다. 왜 일상적인 사물에서 시작할까요? 자주 잊어버리지만 우리는 우리가 만든 사물에 둘러싸인 세계에 살고 있습니다. 익숙한 사물을 낯설게 느끼는 공부가 필요한 이유는 친숙한 것을 새롭게 바라볼 때 무뎌진 감각이 깨어나고 활력을 잃은 일상에 생기가 돋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일상적인 사물과 우리는 일방적인 관계가 아닙니다. “사람이 책을 만들고 책이 사람을 만든다”는 말처럼 우리가 사물을 만들어 사용하지만, 사물의 탄생과 발전 과정에서 마주한 의외의 장면, 시대의 통념에 저항하고 불편함을 이겨 낸 사람 등이 연결되어 한 사물을 구성하는 이야기가 되기 때문에 사물이 우리의 삶과 문명을 빚어 낸 것이기도 합니다. 이를 통해 비로소 지금 우리가 사는 복잡한 세계의 다른 측면을 볼 수 있게 되므로 사물의 본질을 이해하는 공부는 필연적으로 익숙함을 의심할 수 있는 비판력과 우리의 세계를 뒤집어 생각할 수 있는 유연한 사고력을 길러 줍니다. 인공지능의 답은 반쪽짜리일 뿐이다 천편일률의 세상에서 비판적 시각을 기르는 ‘질문 공부’ 인공지능은 빠르게 정답을 내놓지만 정해진 정보 안에서 도출한 답은 판에 박은 듯 비슷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게 손안에 도착한 답을 고민 없이 외우기만 한다면 사물이나 세계의 일부분만 아는 것과 같습니다. 우리가 사는 사회는 인공지능의 명쾌한 답으로는 다 설명되지 않는 복잡하고 뒤얽힌 이야기의 총합이기 때문에 사물과 사물, 혹은 사물과 인간을 연결하는 맥락을 해석하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30년 동안 계간지 『황해문화』를 만들며 세상의 온갖 지식을 엮고 공부한 전성원 편집장은 일상 속 100가지 물건을 통해 100가지 질문을 만들어 냅니다. 저자가 던지는 질문은 언뜻 보면 사소하고 뜬금없게 느껴지지만 작은 호기심에서 출발한 질문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가 사는 세계를 구성하고 지탱하는 커다란 구조와 복잡한 맥락을 이해하게 되고 인공지능이 내놓은 정답 사이사이의 빈틈을 발견하게 됩니다. 하나의 질문에서 출발했지만 결론을 쉽사리 예측할 수 없도록 만드는 저자의 글솜씨는 완벽한 하나의 답이 아닌 다채롭고 뒤섞인 세계 전체로 우리를 이끕니다. 다르게 보는 연습은 필연적으로 비판적 시각을 길러주기 마련입니다. 또한 조각조각 나뉜 정보를 연결하고 세계를 전체적으로 조망할 수 있는 입체적인 시각 또한 길러줍니다. 이 능력은 인공지능이 인간을 대신하는 시대에 대체할 수 없는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될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