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천의 첫 책을 읽고 이 작가는 다 가졌구나, 경탄했던 기억이 난다. 잘 읽히고 재미있고 의미도 심장한데 미학적 성취까지 있네, 했던 그 독후감에 이제 『버라이어티』 이후 하나 더 보탠다. 작가가 마무리 장인이라는 것. 소설에서 최고의 마무리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마무리, 그런데도 독자를 설득하는 마무리다. 그 어려운 일을 작가는 소말리아의 부족 마을에서 충청도 시골 앞마당까지 뒷좌석에 스티로폼 상자가 놓인 경차를 타고 종횡무진 누비며 척척 해낸다. 해피엔딩까지 구부 능선을 넘긴 경쾌한 커플의 이야기가 황당하리만치 오싹한 재난으로 끝나고, 곤경의 첩첩산중에 빠져 최악의 상황에 이른 인물이 마침내 잊었던 꿈을 되찾는 식인데, 독자는 어리둥절한 가운데 설득되고 만다. 작가가 타고난 이야기꾼인 덕분이다. 또한 소설 속 대사처럼 인생은 알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심재천의 다음 책이 또 어떤 세계를 보여줄지 알 수 없듯이.
나는 소설가 오선영을 만난 적이 없다. 그러나 고백하건대 오래전 오선영 때문에 부산에 간 적이 있다. 그의 등단작을 읽고 외지인의 시선과 정주민의 입장 사이를 능란하게 오가며 동물적인 균형 감각과 집중력으로 한 도시를 놀랍도록 생생히 묘파해낸 작가가 궁금해서, 그 작가가 사는 도시 부산이 궁금해서였다. 그로부터 십여 년 세월이 흐른 지금, 그의 새 소설집을 읽고 나의 다음 여행지는 안평이 되었다. 『스페이스 월드』에서도 작가는 멀리 보는 눈과 깊이 듣는 귀와 다정함이 깃든 손으로 세상을 감각한다. 하여 지붕 위 물탱크에서 유리구슬 부딪히는 소리를 듣고, 상처받은 이의 어깨에 꽃잎을 면사포처럼 덮어주고, 주름진 노인의 얼굴에서 보조개를 발견하며, 죽어 있던 집에 숨을 불어넣어 마침내 날개도 없이 우주로 날아오르게 한다. 그렇게 탄생한 오선영의 눈부신 스페이스 월드가 바로 여기 우리 앞에 놓여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