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세월 설교하고 가르치면서도 히브리서는 별로 다루지 않았다. 은퇴한 후에야 내가 미처 포착하지 못한 심오한 복음의 진리가 이 서신에 담겨 있다는 사실을 알아채기 시작했는데, 때마침 좋은 안내서를 만났다. 저자는 복잡하고 난해한 히브리서를 두 언약의 대조, 은혜의 탁월함과 책임의 엄중함, 무서운 경고와 따듯한 위로의 절묘한 조합이 펼쳐지는 큰 맥락에서 쉽게 파악할 수 있게 한다. 그가 정리한 히브리서의 핵심 메시지는 이렇다. 가장 탁월하신 예수 그리스도가 피의 제사로 성취하신 새 언약의 효력이 옛 언약에 비할 수 없이 온전하고 뛰어난 만큼, 그 은혜에 합당하게 살아야 할 신자의 책임과 그것을 저버릴 때 따르는 심판 또한 엄중하다는 것이다. 받은 은혜를 헛되게 만들어 버리고, 타락한 이들은 다시 회개할 수 없다는 경고와 심판의 메시지는 오늘날 교인들이 가장 듣기 싫어하며 부담스러워하는 말씀이다. 그러나 그렇기에 더욱더 귀 기울여야 할 말씀이다. 한번 구원은 영원한 구원이라며, 믿음과 은혜를 나태와 방종의 기회로 남용하게 하는 값싼 은혜의 복음에 길든 이들에게 큰 경종이 될 것이다. 전통 교리의 입장에서는 조금 달리 생각할 수 있는 부분도 있지만, 이 책이 히브리서를 통해 전하는 메시지는 쇠락해 가는 한국교회에 큰 도전과 유익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