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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이야기에 열광할까?제목을 보자마자 궁금해졌다. 왜 우리는 이야기에 열광할까?'호모 나랜스(Homo Narrans)'는 '이야기하는 인간'이라는 뜻으로 인간은 누구나 이야기 본능을 가졌음을 의미하는 말이다. 우리는 생활 속에서 이야기를 하고 듣는 일을 기꺼이 멈추지 않는다.소설이나 드라마에 열광하는 것은 특별한 이유가 있다기 보다 각자의 삶을 현실과 연결시키고 세상과 관계 맺기 위한 본능에 따른 행위라고 볼 수 있다. 여기에 '비밀'까지 붙는다면 더 관심이 갈 수밖에!묵직하지만 순한 맛<우리들의 히든 스토리>는 같은 초등학교에 다니는 안나, 한별, 요섭 세 아이가 자신의 출생의 비밀을 알아가는 과정을 순한맛(!)으로 담았다. 아이들이 대화를 통해 비밀을 하나하나 풀어나가는 재미가 쏠쏠하다.'출생의 비밀'이라... 예전의 나라면 이런 스토리를 만났을 때 일일 연속극을 보는 기분으로 가볍게 읽고 넘겼을지 모른다. 하지만 실제로 학교에 이와 비슷하거나 정말 다양한 비밀을 지닌 아이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된 지금은 이런 이야기들이 마냥 가볍게 읽히지 않는다. 미처 헤아리지 못하고 내뱉어 버린 나의 말 실수에 상처받은 아이가 있진 않을까 하는 생각에 마음이 묵직해진다.누구에게나 비밀은 있다. 그러나 아이들에게도 그러한 비밀을 알려줘야 할 필요가있고, 그 자체를 너무 비밀스럽지 않게 다뤄주는 지혜도 필요하다는 걸 깨닫게 해준 책이다.이번 글에서는 책에서 인상 깊게 읽은 문장들을 모아 기록해 두려 한다.★안나 이야기"남들에게 솔직하게 네 감정을 얘기해도 괜찮아. 그건 약점을 보이는 게 아니야." (46) - 엄마의 말"엄마가 일찍 돌아가셔서 저는 아빠 손에 컸어요. 아빠가 아침마다 머리를 따 주거나 묶어 줬어요. ... 그리고 저는 거북이처럼 느리지만 목표를 세우면 어떻게든 잘 해내려고 진짜 진짜 노력하는 사람이에요. " (49-50) - 선생님의 말우크라이나인 엄마와 한국인 아빠 사이에서 태어난 안나는 친구들과 다른 외모를 가진 탓에 사람들로부터 오해를 받고 스스로 한국인임을 증명해야 했다. 그러다 안나는 엄마의 조언과 담임선생님의 용기에 힘을 얻어 친구들에게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그리고 자신이 귀한 존재임을 깨닫게 되었다."저는 한국인입니다. 우리 반에서 자신을 이렇게 소개할 사람은 아무도 없겠지만 저는 늘 이렇게 말을 해야 해요. 단지 외모가 다르다는 이유로요." (51)"그래, 난 하프(half)가 아니라 보스(both)였어. 둘 다를 지닌 귀한 존재였어." (58)존재 자체만으로 존중 받지 못하고 스스로를 증명해야 하는 사람들. 그리고 '소수', '다문화', '사회적 약자' 등의 표현이 지닌 폭력성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한별이 이야기아빠 없이 엄마 손에 자란 한별이는 늘 아빠의 존재에 대해 궁금해 했다. 하지만 엄마는 아빠 이야기만 나오면 엉뚱한 이야기들을 하나둘 붙여 나갔다. 밤하늘을 보며 뜻을 할 수 없는 주문을 외우기도 했다. 그런 한별이가 드디어 엄마로부터 아빠에 관한 '진짜' 이야기를 듣게 된다.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던 엄마의 말과 행동들, 그리고 그 안에 담긴 마음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저렇게 엄청난 비밀을 가슴에 품고 엄마는 어떻게 살 수 있었을까? 나는 엄마의 마음을 가늠할 수 없었다. (101)나는 이제 온전한 아버지를 갖게 되었다. 그것도 엄마를 지극히 사랑한 아빠를. (105)아이들이 부모에 대해 갖는 관심과 애정의 크기를 부모가 아이에게 갖는 것과 비교하긴 어렵겠지만, 한참 호기심이 왕성할 나이에 부모에 관한 비밀을 품게 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일지를 생각해보았다. 아이들의 상상은 어디까지 펼쳐 나갈 것인지, 그리고 한별이의 이야기와 달리 진실이 아름답지 않다면 아이에게 어떻게 이야기를 해주어야 할지, 그 비밀의 열쇠를 푸는 시기는 언제가 되어야 할지, ... 아 가볍지 않다!★요섭 이야기상담을 하거나 공개수업 때 학부모님들의 연령대가 많이 높아졌다는 걸 느끼긴 했지만 크게 와닿지 않았다. 그런데 요섭 이야기를 읽으면서 결코 남일 같지 않은 대화 전개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헐, 너희 아빠랑 엄마는 할아버지랑 할머니다." ... 그 옆에 친구가 더 심하게 날 조롱했다. 나는 그때 너무 서러워서 눈물을 터뜨리고야 말았다. (125)나는 그게 너무 싫다. 엄마가 나이가 많다는 것도 엄마가 스스로 늙은이라고 말하면서 다른 사람에게 쩔쩔매는 것도 이해할 수 없다. (130)아이 입장에서는 친구들로부터 놀림 거리가 될 수도 있겠구나 싶어서 그동안 헤아리지 못한 문제들을 생각해보게 되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그 아이의 부모가 안게 될 고민도 알 수 있었다. 인공수정을 위해 고용량 과배란 주사를 맞았다. ... 남편은 잠든 나의 손을 잡고 옆에서 소리를 죽여가며 울고 있었다. ..."우리 이제 포기하자."(142)"임신입니다"라는 말을 들었을 때의 감정이 어땠을지, 정말 어렵게 얻은 아이는 부모에게 어떤 존재일지.교실에 북적거리는 아이들 하나하나 어떤 과정을 거쳐 얼만큼의 확률로 나에게로 온것인지를 상상해본다.---------------------------------한 사람이 온다는 건 그 사람의 삶 전체가 온다는 말이 있다. 교실에서 만나는 아이의 삶이 어떤 형태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존중해줄 수 있으려면 다양한 삶의 이야기를 담아낼 그릇이 필요하다. 그동안 너무 자극적인 어른들의 드라마에만 관심을 가졌던 건 아닐까. 이젠 순한맛이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아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들의 삶을 배워야겠다.*원문링크: https://blog.naver.com/whynot0450/2236849863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