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루이스에 대한 강연 원고와 논문, 글감, 구상이 쌓여 있는데 책으로 엮어 낼 시간이 없다는 저자의 말을 들으면서 어서 책으로 엮인 결과물을 읽고 싶어 조바심이 났었다. 이제야 책을 읽으면서 오래 기다린 보람을 맛보았다. 읽는 내내 ‘청지기’라는 단어가 뇌리에 맴돌았다. 저자는 루이스의 생가 킬른스에서 살았던 특별한 경험, 루이스 전문가들과 맺은 교류, 학자로서 행한 연구와 강연이라는 다섯 달란트를 묵히지 않고 열심히 ‘장사하여’ 루이스를 관통하는 상상력, 이성, 신앙의 삼화음을 밝히 드러내는 열 달란트의 책을 내놓았다.
루이스의 책을 여러 권 번역하면서 루이스 좀 안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을 보면서 독학이 갖는 한계를 절감했다. 공부는 역시 돈을 들여 해야 한다는 말의 의미를 알 듯하다. 특히 루이스가 다루는 상상력과 신화에 대해 제대로 정리해 보고 싶었던 마음이 오래전부터 있었는데, 이번에 맞춤형 수업을 들은 느낌이 든다. 재수강하는 기분으로 두고두고 읽으면서 새겨 두고 싶은 대목이 가득하다. 추천사를 쓰는 일은 좋은 책이 주는 유익을 먼저 경험한 사람이 다른 이들을 같은 자리로 부르는 초대장을 보내는 일임을 이번에 알았다. 적극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