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는 일이 누군가를 부르는 일과 같다면 소설 또한 같을 것이다. 정말로 이정임 작가의 소설은 누군가를 부르는 낮은 목소리 같다. 저물녘에 들려오는 기척 같다. 가끔 그럴 때가 있지 않은가? 길을 걷다가 문득 사람의 기척이 느껴져서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그런 때 말이다. 무섭기는커녕 이대로 내 갈 길을 가도 되는지 돌연 망설여지는 그런 때 말이다.
그래서일까. 이정임 작가의 소설을 읽는 동안 나는 누군가의 창문 앞을 지나가고 있는 듯한 느낌에 여러 번 사로잡혔다. ‘있는데 없고 없는데 있는’ 기척들로 가득한 길에서 ‘웃는 게 웃는 게 아닌’ 표정들을 마주친다면, 우리 중 누구라도 같은 마음이지 않을까. 이대로 내 갈 길을 가도 되는지, 잠시 멈춰 서야 하는 건 아닌지. 이 책을 읽는 동안 줄곧 그런 마음이었다. 일상의 기척들이 쌓이고 쌓여 만들어진 이야기, 그 이야기들을 웃지도 울지도 못하는 마음으로 읽어 가면서 나는 이정임 작가의 소설이 오랫동안 누군가를 부르는 목소리로 남길 바랐다.
약속하건대, 멀어졌다가 가까워지는 마음이 오르내리는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 순간 ‘팟’ 하고 반짝이는 빛의 순간을 맞닥뜨리게 될 것이다. 그러면 나도 모르게 ‘작아지면서 멀어지고, 사라지면서 반짝이다가 다시 팟 하는 순간’을 기다리게 될 텐데 다행히 나는 다시 한번 그 순간을 목도할 수 있었다. 그렇게 팟, 팟 반짝이는 여러 순간들로 채워진 삶을 기대할 수 있게 되었다. 그 믿음이 바로 이 책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