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이라크 전을 시작한 미군은 사담 후세인의 궁전으로 진격했다. 전쟁을 일으킨 명분이었던 대량살상무기를 찾아야 했다. 하지만 뜻밖에도 그들이 발견한 것은 빳빳한 100달러짜리 지폐로 가득 찬 비밀의 방이었다. 탱크를 실어 나르는 수송기를 동원해야 할 만큼 어마어마한 양의 현금이었다. 이라크는 이미 1차 이라크 전쟁을 겪은데다 국제사회의 경제제재까지 받고 있었는데 어떻게 된 일이었을까? 석유와 원조물품의 거래에 끼어든 기업들이 쥐어 준 리베이트, 뇌물이었다. 그 돈으로 후세인은 미국과 연합국을 공격할 준비를 했고, 결국 전쟁으로 이어졌던 것이다. 그 전쟁은 3,600여 명의 미군 사상자를 냈고, 100만 명 이상의 이라크 국민이 목숨을 빼앗겼다.
거기서 끝이 아니다. 이슬람 급진주의 이념의 깃발 아래 영토를 가진 국가를 선언하며 전 세계의 평화를 위협했던 이슬람 공화국(ISIS). 그들이 테러 집단을 넘어 군대를 조직하고 무장시키는 일이 어떻게 가능했을까? 이념은 총과 칼을 사주지 않는다. 역시 후세인이 마련했던 비자금이 흘러들었을 가능성이 높다. 그 비자금은 대체 어떤 기업들로부터 나왔을까? 66개국, 2,253개의 기업들이 드러났다. 존슨&존슨, 제너럴 일렉트릭, 셰브론처럼 익숙한 이름들이 포함돼 있었다. 극히 일부의 부패한 공무원들과 속물 기업인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더러운 거래가 아니었던 것이다. 전 세계에서 광범위하게 벌어지면서,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송두리째 뒤흔드는 것이 뇌물이라는 사실을 이 책은 파헤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