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을 읽으며, 나와 마음이 맞는 오랜 친구를 만난 것만 같았다. ‘열여덟, 고등학교 시절’은 먼 과거일 뿐이라고 외면한 채 살아가는 어른들의 틈바구니에서―모르긴 몰라도―그동안 꽤 외로웠나 보다. 소설 속에서 해방감을 느끼는 내 모습이 마치 ‘가우디’(메타버스)에 접속한 소설 속 인물들 같았다. 『여름의 귤을 좋아하세요』라는 메타버스가 내게 안겨 준 오랜만의 설렘이었다. 이성 친구와 처음으로 함께하는 조별 활동?, 어쩌다 서툴게 내민 초콜릿, 다른 애들에게 들킬까 봐 둘이서 몰래 소곤거리고 낙서를 하는 도서관……. 그 학교 복도의 냄새가 책장 사이사이에 배어있다. 13살 터울의 죽은 형이 남긴 메타버스 속 공간은 더없이 신비롭다. 동생 혁이 그곳에 발을 내딛는 순간부터 한편으로는 추리소설을 읽듯 빠른 속도로 페이지를? 넘겼다. ‘곰솔은 누굴까.’ 소설을 덮은 지금, 가슴 한 켠이 아직 아리다. 혹시 내 유년의 숲에서 아직 나를 기다리고 있는 누군가가 어딘가 남아 있을 것만 같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