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설은 장르를 비튼다. 범죄극처럼 시작하고, 블랙코미디처럼 웃기며, 어느 순간 처절한 생존극이 된다. 『삼각김밥처리반』의 인물들은 세련된 영웅이 아니다. 대신 망가지고, 버티고, 욕하고, 웃으며 끝내 누군가의 편에 서는 사람들이다. 그 점이 이 이야기를 강하게 만든다. 마지막 장을 덮고 나면 그 흔한 삼각김밥이 더 이상 예전처럼 보이지 않는다.
팬데믹 상황에 개봉한 이준익 감독의 영화 「자산어보」에 주인공 정약전(설경구 분)의 동생으로 정약용(류승룡 분)이 잠깐밖에 나오지 않아 조금만 더 장면을 할애했다면 좋았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뜻밖에도 이 책을 보면서 영화 한 편을 본 것처럼 그 시기 유배지 강진은 물론 다산의 전두엽과 폐부 속까지 들어갔다 온 느낌을 받았다. 이 책은 살아서는 천재이자 죽어서는 영웅이 되어 우리가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 인물이 18년 격리라는 인생의 가장 큰 역경을 다름 아닌 역경(易經, 주역의 다른 이름)으로 이겨냈음을 보여준다. 이 책에 나오는 정약용의 가르침 중에 “재화를 비밀리에 숨겨두는 방법으로 남에게 베푸는 것보다 더 좋은 것은 없다.”라는 구절이 있다. 나는 오늘의 불행을 미래의 행운으로 바꾸고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는 능동적인 행동거지를 알려주는 이 좋은 책을 비밀리에 숨겨두고 싶다. 많은 사람에게 알리고, 능력 닿는 데까지 베푸는 방법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