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의 사생활 훔쳐보기』라는 제목은 참 요염하다. 사람들의 원초적 본능을 자극하는 제목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식물에게도 정말 은밀한 사생활이 있을까? 감각도 신경도 뇌조직도 없는 식물에게 과연 무슨 사사로운 활동이 있는 것일까? 땅의 어느 한 곳에 뿌리를 박고 고정된 위치에 붙박여서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도 못하는 처지에 놓여 있는 식물이 도대체 무슨 수로 사생활을 즐기고 있다는 말인가. 정말 궁금하기만 하다.
“식물의 삶 엿보기”의 내용을 보면, “식물도 결혼을 하려면 궁합이 맞아야 한다. 중매쟁이를 통해서 맞이할 상대를 골라야 결혼이 이루어지며. 심지어 동성동본의 통혼은 절대로 금지하고 있다.”고 하니 이것은 가히 유교적 윤리까지 지키는 것이 식물의 삶이 아니던가. 더구나 자기와 궁합이 맞지 않는 경우에는 생식기관의 구조적 장치를 통해 상대의 접근을 차단한다고 하는 내용은 정말 동물 세계의 상황과 조금도 다르지 않음을 알게 한다.
이처럼 동물과 비견되는 성적 구조를 지닌 식물은 그렇다면 과연 성정이 있고 품격이 있는 존재일까? 과거에 우리의 선조들은 식물은 물론 자연의 모든 요소들에게도 그에 걸 맞는 성정과 품위를 부여했다. 소나무는 어떠한 난관에도 굴하지 않는 강직한 성정을 지닌 존재로서 올곧은 기개를 지녀야 하는 선비의 성정을 상징하고 있으며, 사군자로 칭해지는 매화, 난초, 국화, 대나무 또한 굳센 절개를 상징하는 군자의 품격을 부여받은 식물이다.
‘식물인문학’이라는 학문분야가 요즈음 새로이 주목을 받고 있다. 과거에 자연과학과 인문학은 전혀 별개의 학문이었다. 자연과학자들은 자연의 물리적 구조와 속성을 규명하는 연구에만 전념했고, 그와 반대로 인문학은 형이상학적 분야에만 천착해 왔다고 할 수 있다. 지금은 학문 간의 통섭이 긴밀하게 이루어지는 시대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식물인문학은 자연과학과 인문학의 통섭을 통해 학문의 지평을 넓히는 매우 유용한 학문이라 할 수 있다.
식물인문학에 깊이 매료되어 있는 저자 강현구는 『식물의 사생활 훔쳐보기』를 통해 식물의 신비스런 자연과학적 세계를 깊이 있고 재미있게 서술하고 있으며, 더불어 식물이 지니고 있는 문화적 상징성을 그의 폭넓은 인문학적 지식으로 다양하게 녹여내고 있다. 자연과학이 물리적 구조와 속성만을 연구하는 형이하학적 학문에서 벗어나 인문학적 소양을 함께 함양할 수 있는 통섭의 학문으로 진화해야 한다는 신념으로 줄곧 일관하고 연구해온 나는 지금 강현구의 식물인문학 『식물의 사생활 훔쳐보기』의 출판에 매우 고무되어 있다.
이 책은 독자로 하여금 읽기에 저절로 빠져들게 하는 마력을 가지고 있다. 식물이 인간에게 주는 다양한 상징과 의미를 기쁨과 슬픔과 추억으로 소환하고, 식물의 성장과 번식과정을 인간의 생활사에 견주어 살펴보는가 하면, 식물에 담겨있는 문화와 역사, 상징과 의미들을 인문학적 관점에서 독자들에게 친근하고 쉽게 읽혀지도록 서술하고 있다.
강현구는 정말 열정적이고 끈기 있게 공부하는 학자이다. 그는 비록 대학이나 연구직에 종사하지는 않았지만 평생을 주경야독으로 일관해온 인사로서, 학문하는 이들이 공부를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몸소 보여주고 실천하고 있으며, 누구에 견주어 조금도 부족함이 없는 학자이다.
나와 강현구의 인연은 20여 년 전에 맺어졌다. 그가 다소 늦은 나이에 우리 대학, 대학원에서 학위과정을 이수하면서 부터이다. 이미 그 때의 그는 조경분야에 종사한지 오래되었으며, 조경기술사와 자연환경기술사를 모두 보유한 인재였다. 당시에 그의 일상은 매우 바빴지만, 그는 아무리 늦게 퇴근을 하여도 일정한 시간을 정해놓고 매일 습관적으로 공부를 한다고 했다. 그 결과 조경분야의 유수한 자격을 모두 소유한 인재가 되었으며, 그는 그러한 성실함을 바탕으로 공부하는 스터디그룹을 만들어 수많은 조경기술사와 자연환경기술사를 탄생시키는 주역을 맡기도 했다.
그의 공부는 지금도 계속 진행형이다. 특히 그의 식물에 대한 관심은 이미 엄청난 정보의 축적을 이루었으며, 이를 바탕으로 근래에 그는 매우 지명도 있는 유튜버로서도 맹렬히 활동하고 있다. 그의 폭넓은 식물인문학을 토대로 운영되는 유튜브 프로그램 ‘식물다큐TV’는 많은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으며, 나를 포함한 조경인들은 물론 식물에 관심을 지니고 있는 많은 독자들에게 호평을 받고 있는 인기 프로그램이다.
이러한 프로그램을 제작하기 위해 그는 지금도 식물인문학에 관한 공부를 줄기차게 진행하고 있다. 이제 회갑을 지나 고희를 향해 가는 적지 않은 나이에 이처럼 지칠 줄 모르고 학문에 대한 열정으로 큰 성과를 이루는 만년의 제자에게 진정어린 찬사와 함께 고마움을 깊이 전하고 싶다.
“歲寒然後知松栢(세한연후지송백)”
이글은 논어 자한편의 문장으로 추사 김정희가 그린 세한도의 주제이기도 하다. 이 문장은 온 세상이 흰 눈으로 뒤덮인 겨울 숲의 잎사귀를 모두 떨군 나무들 속에서 매서운 강추위를 견뎌내고 있는 소나무를 상징하는 글이다. 엄동설한을 견디는 ‘세한송(歲寒松)’은 오히려 그 푸르름의 기상이 더욱 빛을 발한다고 한다. 추사는 제주 대정에서 보낸 10년의 엄혹한 유배기간을 통해 추사체의 필법을 완성하고 해동의 명필로 거듭났다.
『식물의 사생활 훔쳐보기』의 출판으로 강현구의 식물인문학 탐구는 이제 하나의 정류장에 이르렀을 뿐이다. 차갑고 매서운 겨울을 지난 소나무가 더 푸르른 창송의 빛을 드러낸다는 ‘세한송’의교훈처럼, 긴 겨울의 인고를 거듭한 저자가 앞으로 더욱 창창한 빛을 발하고, 더더욱 많은 결실을 맺어 가기를 기대한다.
또한 식물인문학의 지평을 넓히는 이 책자를 조경인은 물론 식물분야에 종사하는 전문인을 비롯한 많은 독자들에게 인문학 적소양의 밀알이 될 수 있도록 적극 추천하며, 아울러 이 단행본이 많은 독자들이 즐겨 읽는 소중한 서적으로 자리매김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