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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의 글
글을 시작하며 1장. 식물로 읽는 喜怒哀樂(희노애락) 1. 콩과 보리, 분별의 지혜를 가르치다 2. 식물의 떡잎, 미래를 향한 메시지 3. 칡과 등나무, 얽힘과 거리두기 4. 꽃으로 읽는 욕망, 이런 날만 되게 하소서 5. 풀뿌리와 나무껍질, 배고픔이 남긴 기억 6. 씨앗의 역설, 터미네이터 종자의 명과 암 7. 나무 속 흉터, 수탈의 교훈 8. 식물의 침략자, 질서를 파괴하는 원흉들 2장. 식물의 삶 엿보기 1. 나무와 풀, 단단함과 부드러움 2. 식물 시스템, 생명 도시의 분업체계 3. 물의 이동, 보이지 않는 생명의 강 4. 향기와 냄새, 생존과 공생의 언어 5. 식물의 결혼식, 식물도 필요한 사주와 궁합 6. 씨앗의 여행, 목숨을 담보한 머나먼 여정 7. 단풍의 미학, 잎의 마지막 수채화 8. 나이테의 과학, 과거에서 배우는 미래 3장. 옛 나무에게 듣는 인문학 1. 신성한 나무, 모시는 나무와 쫓는 나무 2. 나무들의 사랑 언어, 주는 것과 받는 것 3. 소나무, 우리 민족의 오랜 친구 4. 매화와 난초(춘란), 추위를 뚫고 피는 꽃 5. 연꽃, 향기는 멀리 갈수록 더욱 맑아진다 6. 모란, 화려하지만 절제된 아름다움 7. 작약, 화려함 뒤에 상처를 어루만지는 꽃 8. 대나무, 부러질지언정 굽히지 않는 자세 4장. 식물, 藥이 되다 1. 고로쇠나무, 뼈에 이로운 나무 2. 새삼, 허리를 살리는 토사자 3. 쇠무릎, 무릎이 아플 땐 우슬 4. 복분자, 요강을 뒤엎은 딸기 5. 비수리, 밤에 문을 연다는 야관문 6. 삼지구엽초, 음탕한 양이 먹는 풀 7. 하수오, 흰머리가 검어지는 뿌리 8. 익모초, 어머니에게 이로운 풀 5장. 사계절의 주인공들 1. 봄 왕벚나무, 우리 민족의 정체성 2. 봄 이팝나무, 염원으로 피어난 꽃 3. 여름 배롱나무, 끝없이 타오르는 열정 4. 여름 자귀나무, 서로 안아주는 나무 5. 가을 국화, 기다림의 미학 6. 가을 단풍나무, 다음을 기약하는 아름다운 이별 7. 겨울 자작나무, 비움으로 단단해지는 삶 8. 겨울 동백, 가슴속에 피어난 청렴과 지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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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은 인간 삶의 피할 수 없는 그림자로 가정의 오해와 다툼, 부부 간의 불화, 세대 간의 간극, 노사와 지역, 빈부, 이념의 대립 등 모든 관계 속에서 어쩔 수 없이 생겨나는 마찰이다. 심지어 한 사람의 내면에서도 이성과 감정, 욕망과 양심이 끊임없이 부딪히며 작은 전쟁을 벌인다. 칡과 등나무가 함께 얽히면 ‘갈등(葛藤)’이되지만 서로 거리를 두면 각각 아름답고 유익한 생명으로 존재하는 것처럼 모든 관계가 가까울수록 좋은 것은 아니다. 때로는 떨어져 있을 때 비로소 조화가 가능하며 적절한 거리두기는 단절이 아니라 공존을 위한 지혜가 될수 있다.
현대 사회는 수많은 관계가 얽혀 있는 거대한 생태계와 같다. 갈등은 피할 수 없지만, 우리가 칡과 등나무처럼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고 너무 깊이 얽히지 않으려는 성숙한 태도를 지닌다면 함께 있어도 떨어져 있어도 평화로운 공존의 길을 찾아갈 수 있을 것이다. --- 「칡과 등나무, 얽힘과 거리두기」 중에서 식물의 결혼식은 단순한 생물학적 과정이 아니라 생명의 깊은 철학과 섬세한 전략이 얽힌 자연의 드라마이다. 잎을 키우고, 줄기를 세우며, 뿌리를 깊게 내린 모든 과정은 다음 세대에 생명을 이어주기 위한 준비이며 꽃을 피우는 순간은 성숙과 존재의 선언이자 사랑과 만남의 시작이다. 수꽃의 꽃가루가 암꽃을 찾아가는 여정, 중매쟁이인 벌과 나비의 손길, 바람에 실려 먼 곳으로 날아가는 꽃가루, 그리고 은밀한 첫날 밤과 중복수정을 거친 씨앗 속 배와 배젖까지. 이 모든 과정은 서로 다른 존재들이 만나 새로운 생명을 꽃피우는 자연의 신중한 설계이자 세대를 연결하는 보이지 않는 약속이다. 자연이 전하는 이 은밀하고도 숭고한 이야기 속에서 우리 또한 삶과 사랑, 그리고 관계의 의미를 다시금 돌아보게 된다. 생명은 서로를 찾아 만나고 또 다른 생명을 품으며 아름다운 약속을 오늘도 이어가고 있다. --- 「식물의 결혼식, 식물도 필요한 사주와 궁합」 중에서 대나무는 단순히 푸르고 곧은 식물이 아니라 그 속에는 끈기와 인내, 절개와 겸허, 그리고 균형과 조화라는 삶의 지혜가 숨어 있다. 숲속을 걷다가 바람에 흔들리는 한 줄기의 대나무를 바라보면 우리는 자연 속에서 삶의 태도와 겸손 그리고 자신을 지켜내는 힘을 조용히 배우게 된다. 대나무가 보여주는 삶의 모습 속에서 인간과 자연, 현재와 과거가 맞닿는 순간을 체험하게 되며 작지만, 깊은 성찰의 시간도 선물 받는다. 한 줄기 대나무가 바람에 흔들려도 부러지지 않고 꿋꿋이 서 있는 모습에서 우리는 세상의 바람 속에서 흔들리면서도 자신만의 중심을 지키며 살아가는 법을 배울 수 있으며 나아가 과하면 해가 된다는 교훈도 함께 깨달을 수 있다. --- 「대나무, 부러질지언정 굽히지 않는 자세」 중에서 하수오는 오랫동안 머리를 검게 한다는 전설과 기력을 되살린다는 기대 속에 사람들의 관심을 받아왔다. 그러나 그 흥미와 열풍이 때로는 과도한 채취와 가짜 유통으로 이어지며 자연의 균형까지 흔들어 놓기도 했다. 이처럼 신비한 약초든 풀꽃 하나든, 우리에게 도움을 주는 생명 앞에서는 경외심과 책임이 필요하다. 특히 몸속으로 들어가는 것이라면 더더욱 확실한 검증과 신중한 판단이 먼저여야 한다. 유행이나 소문이 아니라 정직한 태도가 우리의 건강과 자연을 함께 지키는 길이다. 오늘도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는 숲 어딘가에서 조용히 자라고 있을 하수오. 그 뿌리에는 오랜시간 쌓인 전설이 그 잎에는 자연이 건네는 작은 경고가 깃들어 있다. 우리가 귀 기울여야 할 것은 어쩌면 그 조용한 목소리일지도 모른다. --- 「하수오, 흰머리가 검어지는 뿌리」 중에서 해방 이후 왕벚나무는 한동안 ‘일본의 나무’라는 인식 때문에 사람들의 마음속에서 멀어졌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심지어 베어내기도 했고 식재를 꺼리는 분위기가 강했다. 그러나 제주도가 원산지라는 사실이 알려지고 난 후 사람들의 시선은 서서히 바뀌어 가면서 왕벚나무는 더 이상 단순히 일본에서 들어온 나무가 아니라 우리의 자연과 문화 속에 뿌리내릴 수 있는 존재로 받아들여지기 시작했다. 꽃이 화려하고 줄지어 심으면 장관을 이루는 특성 덕분에 왕벚나무는 자연스럽게 도시와 공원 거리 곳곳에 자리 잡았고 매년 4월이 되면 도시와 마을, 강과 산을 따라 온 나라가 온통 벚꽃으로 물든다. 벚꽃축제는 이제 단순한 놀이가 아니라 봄의 시작을 알리는 문화적 의례가 되었고 사람들에게 계절의 변화를 느끼고 자연과 연결되는 경험을 선사한다. 화려하게 흩날리는 꽃잎 속에서 우리는 잠시 일상의 속도를 늦추고 꽃과 바람, 햇살과 함께 시간을 나누며 봄을 기억하게 된다. --- 「봄-왕벚나무, 우리 민족의 정체성」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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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과 함께하는 인간의 삶
식물은 우리의 삶에서 뗄 수 없는 존재다. 도로변에 심어진 가로수부터 집에서 소소하게 기르는 꽃까지 우리 주변에는 항상 식물이 있다. 그러나 식물은 움직이거나 말을 할 수 없기에 살아있다는 것을 잊어버릴 때가 많다. 심지어 비하의 용도로 ‘식물’을 사용하기도 한다. 『식물의 사생활 훔쳐보기』는 이전까지와는 다른 시선으로 식물을 바라보며 그들이 건네는 메시지를 독자들에게 전한다. 식물의 은밀한 사생활 엿보기 강현구 저자는 50년 가까이 식물과 함께했다. 생태복원과 조경공사 현장에서 일하며 다양한 식물을 접했고, 지금은 유튜브로 식물의 삶을 이야기하며 사람들과 소통하고 있다. 그가 말하는 것은 간단하다. ‘식물의 삶은 우리 인간과 다르지 않다.’이다. 식물의 치열한 성장 과정과 치밀한 번식 과정은 우리 인간의 삶과 많이 닮아있다. 『식물의 사생활 훔쳐보기』와 함께 식물이 가진 매력과 그들이 전하는 삶의 교훈을 훔쳐보는 시간을 가져보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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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의 사생활 훔쳐보기』라는 제목은 참 요염하다. 사람들의 원초적 본능을 자극하는 제목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식물에게도 정말 은밀한 사생활이 있을까? 감각도 신경도 뇌조직도 없는 식물에게 과연 무슨 사사로운 활동이 있는 것일까? 땅의 어느 한 곳에 뿌리를 박고 고정된 위치에 붙박여서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도 못하는 처지에 놓여 있는 식물이 도대체 무슨 수로 사생활을 즐기고 있다는 말인가. 정말 궁금하기만 하다.
“식물의 삶 엿보기”의 내용을 보면, “식물도 결혼을 하려면 궁합이 맞아야 한다. 중매쟁이를 통해서 맞이할 상대를 골라야 결혼이 이루어지며. 심지어 동성동본의 통혼은 절대로 금지하고 있다.”고 하니 이것은 가히 유교적 윤리까지 지키는 것이 식물의 삶이 아니던가. 더구나 자기와 궁합이 맞지 않는 경우에는 생식기관의 구조적 장치를 통해 상대의 접근을 차단한다고 하는 내용은 정말 동물 세계의 상황과 조금도 다르지 않음을 알게 한다. 이처럼 동물과 비견되는 성적 구조를 지닌 식물은 그렇다면 과연 성정이 있고 품격이 있는 존재일까? 과거에 우리의 선조들은 식물은 물론 자연의 모든 요소들에게도 그에 걸 맞는 성정과 품위를 부여했다. 소나무는 어떠한 난관에도 굴하지 않는 강직한 성정을 지닌 존재로서 올곧은 기개를 지녀야 하는 선비의 성정을 상징하고 있으며, 사군자로 칭해지는 매화, 난초, 국화, 대나무 또한 굳센 절개를 상징하는 군자의 품격을 부여받은 식물이다. ‘식물인문학’이라는 학문분야가 요즈음 새로이 주목을 받고 있다. 과거에 자연과학과 인문학은 전혀 별개의 학문이었다. 자연과학자들은 자연의 물리적 구조와 속성을 규명하는 연구에만 전념했고, 그와 반대로 인문학은 형이상학적 분야에만 천착해 왔다고 할 수 있다. 지금은 학문 간의 통섭이 긴밀하게 이루어지는 시대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식물인문학은 자연과학과 인문학의 통섭을 통해 학문의 지평을 넓히는 매우 유용한 학문이라 할 수 있다. 식물인문학에 깊이 매료되어 있는 저자 강현구는 『식물의 사생활 훔쳐보기』를 통해 식물의 신비스런 자연과학적 세계를 깊이 있고 재미있게 서술하고 있으며, 더불어 식물이 지니고 있는 문화적 상징성을 그의 폭넓은 인문학적 지식으로 다양하게 녹여내고 있다. 자연과학이 물리적 구조와 속성만을 연구하는 형이하학적 학문에서 벗어나 인문학적 소양을 함께 함양할 수 있는 통섭의 학문으로 진화해야 한다는 신념으로 줄곧 일관하고 연구해온 나는 지금 강현구의 식물인문학 『식물의 사생활 훔쳐보기』의 출판에 매우 고무되어 있다. 이 책은 독자로 하여금 읽기에 저절로 빠져들게 하는 마력을 가지고 있다. 식물이 인간에게 주는 다양한 상징과 의미를 기쁨과 슬픔과 추억으로 소환하고, 식물의 성장과 번식과정을 인간의 생활사에 견주어 살펴보는가 하면, 식물에 담겨있는 문화와 역사, 상징과 의미들을 인문학적 관점에서 독자들에게 친근하고 쉽게 읽혀지도록 서술하고 있다. 강현구는 정말 열정적이고 끈기 있게 공부하는 학자이다. 그는 비록 대학이나 연구직에 종사하지는 않았지만 평생을 주경야독으로 일관해온 인사로서, 학문하는 이들이 공부를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몸소 보여주고 실천하고 있으며, 누구에 견주어 조금도 부족함이 없는 학자이다. 나와 강현구의 인연은 20여 년 전에 맺어졌다. 그가 다소 늦은 나이에 우리 대학, 대학원에서 학위과정을 이수하면서 부터이다. 이미 그 때의 그는 조경분야에 종사한지 오래되었으며, 조경기술사와 자연환경기술사를 모두 보유한 인재였다. 당시에 그의 일상은 매우 바빴지만, 그는 아무리 늦게 퇴근을 하여도 일정한 시간을 정해놓고 매일 습관적으로 공부를 한다고 했다. 그 결과 조경분야의 유수한 자격을 모두 소유한 인재가 되었으며, 그는 그러한 성실함을 바탕으로 공부하는 스터디그룹을 만들어 수많은 조경기술사와 자연환경기술사를 탄생시키는 주역을 맡기도 했다. 그의 공부는 지금도 계속 진행형이다. 특히 그의 식물에 대한 관심은 이미 엄청난 정보의 축적을 이루었으며, 이를 바탕으로 근래에 그는 매우 지명도 있는 유튜버로서도 맹렬히 활동하고 있다. 그의 폭넓은 식물인문학을 토대로 운영되는 유튜브 프로그램 ‘식물다큐TV’는 많은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으며, 나를 포함한 조경인들은 물론 식물에 관심을 지니고 있는 많은 독자들에게 호평을 받고 있는 인기 프로그램이다. 이러한 프로그램을 제작하기 위해 그는 지금도 식물인문학에 관한 공부를 줄기차게 진행하고 있다. 이제 회갑을 지나 고희를 향해 가는 적지 않은 나이에 이처럼 지칠 줄 모르고 학문에 대한 열정으로 큰 성과를 이루는 만년의 제자에게 진정어린 찬사와 함께 고마움을 깊이 전하고 싶다. “歲寒然後知松栢(세한연후지송백)” 이글은 논어 자한편의 문장으로 추사 김정희가 그린 세한도의 주제이기도 하다. 이 문장은 온 세상이 흰 눈으로 뒤덮인 겨울 숲의 잎사귀를 모두 떨군 나무들 속에서 매서운 강추위를 견뎌내고 있는 소나무를 상징하는 글이다. 엄동설한을 견디는 ‘세한송(歲寒松)’은 오히려 그 푸르름의 기상이 더욱 빛을 발한다고 한다. 추사는 제주 대정에서 보낸 10년의 엄혹한 유배기간을 통해 추사체의 필법을 완성하고 해동의 명필로 거듭났다. 『식물의 사생활 훔쳐보기』의 출판으로 강현구의 식물인문학 탐구는 이제 하나의 정류장에 이르렀을 뿐이다. 차갑고 매서운 겨울을 지난 소나무가 더 푸르른 창송의 빛을 드러낸다는 ‘세한송’의교훈처럼, 긴 겨울의 인고를 거듭한 저자가 앞으로 더욱 창창한 빛을 발하고, 더더욱 많은 결실을 맺어 가기를 기대한다. 또한 식물인문학의 지평을 넓히는 이 책자를 조경인은 물론 식물분야에 종사하는 전문인을 비롯한 많은 독자들에게 인문학 적소양의 밀알이 될 수 있도록 적극 추천하며, 아울러 이 단행본이 많은 독자들이 즐겨 읽는 소중한 서적으로 자리매김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 김학범 ((전) 한국조경학회장, 한경국립대학교 명예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