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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소드1 93년생 분단키즈 김형선
에피소드2 내 옆에 전쟁 박성은 에피소드3 기록영상으로 찾아가는 우리의 기억 김정아 에피소드4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더니: 통일을 꿈꾸는 기독 청년의 변화기 박종경 에피소드5 ‘탈북’ 정체성: 환대와 냉대 사이 조경일 에피소드6 예, 저는 여기서 페미니즘을 시작하겠습니다 이태준 에피소드7 2인칭 시각으로 보는 통일 박국빈 에피소드8 탈북청년의 만남, 우연인가? 필연인가? 김기연 에피소드9 나는 소수‘민족’이야, 그래, 나는 조선족이야! 이문형 에피소드10 이번 역은 파주! 파주역입니다 신희섭 에피소드11 통일교육 꽃씨 심기 대작전: 아이들과 함께 한 이야기 이도건 에피소드12 통일! 너에게로 또다시 도상록 에피소드13 역사적 트라우마, 그런다고 치유돼요? 박솔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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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개의 에피소드를 쓴 글쓴이가 통일인문학 또는 통일인문학과를 온 이유도, 여기를 거쳐 다시 떠나는 길도 다 다르다. 지난 10년 동안, 어떤 이는 사회 운동가로서, 또 어떤 이는 지금 종사하고 있는 일과 연관해서, 또 어떤 이는 학문적 관심에서 통일인문학과라는 ‘옹달샘’을 찾았고, 또 그렇게 목을 축이고, 자신의 길을 찾아서 떠나기도 했다.
--- p.6 그런데 그렇게 감정적인 마찰을 한번 빚고 나자 딱딱하던 마음에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이후 이어진 설교 시간에 ‘우는 자들과 함께 울라’는 한 마디에 마음이 무너져 내렸다. 그동안 우는 자들과 함께 울지 못했던 감정이 한꺼번에 올라와 엉엉 울었다. 그 사고가 났을 때 나도 너무 슬펐는데 울고 싶었는데, 눌러왔던 애도의 감정이, 인간에 대한 감각이 다시 살아나는 순간이었다. 나는 북에 대한 맹목적인 비판의식이 극단적인 우익화를 초래하여 한국 내 다양한 사회문제들에 대해서는 둔감하게 혹은 무감각하게 만든다는 것을 깨달았다. 결국, 내 안에 새겨진 분단을 해체하는 과정은 불균형적인 인간의 감각을 회복하는 일이었다. 분단에 사로잡혀 있던 나로서는 마치 몸 전체에서 한 부분에만 지나치게 통증을 느끼고 나머지에 대해서는 무감각한 상태나 다름없었다. 그러나 진정으로 한국사회를, 그리고 한반도를 생각한다면 무감각해진 부위의 신경과 감각이 먼저 되살아나야 했다. --- p.23 북향민이라는 용어를 굳이 고집하는 이유는 존재의 정체성과 정당성 때문이다. 탈북한 당사자들은 ‘탈북’이라는 정체성으로 호명되기를 거부하지만 한국사회는 우리를 가만히 내버려두질 않는다. 북향민, 탈북민, 탈북자, 새터민 등 어떤 호칭으로 부르던 우리는 한국사회에서 늘 타자화(他者化)된 존재들, 즉 이방인이다. 이 호칭들은 모두 직업이나 기술을 서술하는 것이 아니라 존재의 정체성을 호명하는 용어들이다. 아마 어떤 방식이 됐든 통일이 되기 전까지는 정체성으로 호명되는 일이 멈추지는 않을 것 같다. 이왕 그렇다면 차라리 북향민으로 부르자는 게 나의 주장이다. 어쨌든 나는 앞으로 북향민으로 호칭을 통일해서 쓰고자 한다. --- p.113 학위를 마친 후 맞은 명절에 나는 아마도 책장에 꼽혀 읽히지 않을 내 논문을 외삼촌댁에 가져갔다. 그리고 그날 삼촌 댁에 모인 외가 식구들에게 처음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겪은 문제가 어떤 것인지, 내가 공부했던 것과 무슨 연관이 있는지를 이야기했다. 둘러앉은 그 누구도 할아버지가 정말 베트남에서 겪었던 일이 무엇인지, 그 후에 그가 어떻게 괴로웠던 건지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은 없었다. 쟤는 도대체 언제 졸업하고 취직하려고 하나, 집안에 아무도 공부를 좋아하는 사람이 없는데 쟤는 왜 저러나 싶어했던 가족들이 다소 신기하게, 하지만 진지하게 그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엄마는 그 얘기를 듣고 “네 말을 들으니까 우리 아버지도 불쌍하네.”라고 했다. --- p.27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