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정용의 글은 성실하다. 텍스트의 주변을 넉넉하게 에워싸며 맥락을 잡아나간다. 영화와 영화, 영화와 문학이 마주보고 있기도 하고 나란히 늘어서 있기도 하고 겹치기도 하고 무리지어 있기도 하다. 그리고 그 바탕에는 삶과 역사에 대한 조심스런 통찰이 펼쳐져 있다. 윤정용의 글은 성급하게 예단하거나 넘겨짚지 않는다. 그의 글이 다루는 텍스트에는 격동하는 역사적 현장, 찬란한 대도시의 이면, 일상과 운명, 사랑과 자유, 가족과 희망 또는 절망, 편견과 대립, 공포와 폭력 등등 우리 삶을 구성하는 다양한 욕망이 출렁거린다. 쟁쟁 쟁쟁하다. 그의 글은 그 쟁쟁함에 휘둘리지 않고 텍스트와 텍스트, 텍스트와 배경을 꼼꼼하게 참조하면서 그 의의와 가치를 조곤조곤 짚어나간다. 어찌 보면 흡사 텍스트와 사귀는 것 같다. 만나고 간을 보고 주변을 살피고 본격적으로 알아나가고……. 해서 텍스트를 헤집거나 탈탈 털며 의미를 찾아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지 않는다. 다들 장점도 있고 단점도 있는 좋은 친구들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