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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시학 시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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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시인의 말

1부
서정적 구조
친구들
용문고시텔
용문고시텔 3
바람의 검심
겨울방학
천 원
백합꽃
웅덩이
자일리톨
구운몽
저녁

2부
순대 한 접시
중부고속도로

푸른빛과 싸우다
임플란트
맨홀 속에서
세속을 벗어나
짧은 말
B
캐롯캐롯캐롯
사피엔스
곡우

3부
젖과 꿀이 흐르는 땅에서

경부고속도로
살아가는 일이 허전하고 등이 시릴 때
어디 있었을까, 우리는
내가 살아가는 동안에
아놀드 파마
오 초간 함성
소리
비누 2
식언
늦가을

4부
여의나루역에서
자전거
무심천
주먹이 운다
버스 정류장
새집 증후군
착할 선(善)
장례식장 가는 길
중부고속도로
박쥐를 삼킨 비단구렁이
뱀대가리
그런데
웅비(雄飛)
까닭
세음(世音) - 공공칠공공(空空七空空)

해설 : 권혁웅, ‘몽’자류 시의 기원과 뫼비우스의 우주

저자 소개 1

충북 청주에서 출생하여, 계간 [서정시학] 2005년 겨울호 신인상을 수상하며 등단했다. 현재 고려대, 청주대, 충북대 등에서 강의를 하고 있으며, 저서로는 시집 『아무나 사랑하지 않겠다』, 『주먹이 운다』, 『그런데 그런데』, 『흰 빨래는 희게 빨고 검은 빨래는 검게 빨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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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08년 03월 11일
쪽수, 무게, 크기
126쪽 | 200g | 128*188*20mm
ISBN13
9788992362306

출판사 리뷰

재미있다, 즐겁고 신난다. 그러나 밑바닥엔 슬픔이…

박순원의 시는 사람을 웃게 만드는 마력을 지녔다. 서두르는 마음 없이 시간을 쪼개어 그의 시집을 읽는 사람이라면 필경 서너 차례는 웃게 될 것이다(시인 이희중).
박순원의 언어는 말랑말랑하다. 그러므로 그의 시를 읽고 있노라면 마치 찰흙을 가지고 노는 일처럼 즐겁고 신난다(시인 배용제).
시인 박순원이 두 번째 시집 『주먹이 운다』를 펴냈다. 깔끔하게 정제되고, 사색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보다는 일상의 말랑말랑한 언어들을 사용하여 시인만의 특별함을 만들어내고 있다. 그 특별함은 웃음과 쉬움에 있다. 얼핏 누구나 끄적끄적 거릴 수 있는 시들인 것 같은데도 흉내 내기는 어려운, 완성시키기 어려운 것을 박순원은 시로 만들어내고 있다. 시인의 고뇌와 치열함이 여기에서 나타나는 것이다.

여기에 삶과 꿈을 접붙인 특별한 시가 있다. 삶과 꿈을 이어 붙였다고 해서 특별하다는 게 아니다. 우리는 삶의 다른 면을 이야기하는 꿈에 관해 많이 알고 있다. 꿈이 삶의 이면이라면 그 꿈은 현실을 추동해가는 유토피아로서의 장경(場景)일 것이고, 꿈이 삶의 표면이라면 그 꿈은 현실의 끔찍함을 대리 표상하는 악몽일 테지만, 삶과 꿈이 서로에 대한 표현이자 본질이라면 어쩔 것인가? 하나가 다른 하나의 본체이자 외양이라면? 박순원의 시가 가진 특별함이 여기에 있다. ?자서?에 벌써 그 얘기가 나온다. “내가 사과의 바깥쪽에서/사과의 껍질을 벗기고 있을 때/사과의 안쪽에서는/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 주체로서의 나는 객체로서의 사과를 대하지만 사과가 주체라면 어떻게 이야기해야 할 것인가? 하나의 행위가 대상의 안팎에서 어떻게 다른 의미를 갖는가에 대한 질문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내가 사과를 깎는 일이 사실성의 표현이라면, 사과의 안쪽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은 이미 환상성의 표현이다. 편의상 전자를 현실의 세계, 후자를 꿈의 세계라 부르자. 후자를 기술하기 위해서는 “사과의 안쪽”으로 들어가야 한다. 말하자면 사과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느껴야 한다. 이로써 우리는 이미 시의 세계에 들어와 있는 셈이다. 유비와 의인화와 대리 화자와 감정이입이 “껍질”과 함께, 절차에 따라 함께 벗겨져 나오기 때문이다. 그런데 과연 내가 사과를 대신한 것으로 모든 절차가 끝났다고 할 수 있을까? 시집의 서시에 해당하는 '서정적 구조'는 자서에 대한 답변이다.

1.
과일은 윤곽을 가지고 태어나지만 각자 익는다 익기 시작하면 익는 데 열중한다 뒤를 돌아보거나 앞을 내다보지 않는다 순간순간 열심히 익어갈 뿐이다 처음 익어보는 것이지만 흡사 늘 그랬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익는다 익으면서 서럽고 불안하고 안타깝기도 할 텐데 그냥 둥그렇게 익는다 향기와 빛깔과 맛과 감촉이 윤곽과 윤곽을 채운 살들이 다 한 덩어리다

2.
나는 떨어진 과일이다 떨어져서 엉덩이가 썩고 있는 과일이다 다 익지도 못 하고 떨어져 억울하게 썩어가고 있는 과일이다 향기와 빛깔과 맛과 감촉이 바뀌고 있는 중이다 썩지 않은 부분으로 눈을 시퍼렇게 뜨고 얼마나 잘 사나 보자 노려보고 있는 중이다 윤곽과 윤곽을 채운 살들이 뭉개지고 있는 중이다 ―'서정적 구조' 전문

1부터 보자. 과일은 각자 익는다. 익는 데에만 열중한다. 앞도 뒤도 돌아보지 않고 열심히 익고, 자연스럽게 익고, “서럽고 불안하고 안타깝기도 할” 거라는 우리 예상과는 상관없이 “그냥” 익는다. 다르게 말해서 과일은 인간적인 모든 감정이입을 거부하고 대리 표상의 운명을 거부하고 의인화와 유비를 거부한 채 그냥 익을 뿐이다. 그건 온전한 전체여서 “향기와 빛깔과 맛과 감촉”으로 나뉘지 않는다.
2는 과일에 빗댄 나의 얘기다. 나는 “떨어진 과일”이다. 나는 무언가 완성되지 못했다. 다 익지 못해서 나는 썩어간다. 그건 억울하고 분통한 일이지만, 과일의 완성과 나의 미완을 대비하는 데 초점이 놓인 게 아니다.
사실은 익는 일도 뭉개지는 일 아닌가? 과일은 익고 나는 썩지만, 둘 다 같은 곳을 가고 있는 셈이다. 나와 과일의 이런 대비는 ‘서정적’이지만, 실상에는 어긋남이 있었다. 과일은 성숙하고 완전한데 나는 썩고 불완전했다. 혹은 그 반대라 말해도 좋다. 나와 과일의 대조는 ‘서정적’이지만, 실제로는 일치하는 바가 있었다.
둘 다 둥근 윤곽 안에 포획되어, 시간의 부패를 견뎌내고 있었다. 형식과 내용, 구조와 의미 사이의 이런 간격, 이런 균열에 박순원 시의 비밀이 숨어 있다.(권혁웅의 시집 해설 중에서)

추천평

박순원의 시는 사람을 웃게 하는 마력을 지녔다. 서두르는 마음 없이 시간을 쪼개어 그의 이 시집을 읽는 사람이라면 필경 서너 차례는 웃게 될 것이다. 서너 차례란 사실 최소한을 말한 것이다. 그런 점에서 박순원의 시는 정말 독특하다. 그의 시와 비슷한 시를 지금까지 나는 본 적이 없다. 내가 이 글을 쓰려고 원고를 읽는 동안 만 다섯 살 내 아이가 지나가다가 제목만 보고 깔깔 웃기도 했다. 그러나 우리가 그의 시에서 웃음만을 읽어내고 만다면 만 다섯 살 수준의 독서에 그친 것이다. 설령 적지 않은 시에서 박순원이 스스로 만 다섯 살 정도 아이의 눈으로 어른의 세상을 천진하게 그렸다 하더라도, 그의 시 저 밑바닥에 슬픔이 있음을 놓치면 안 될 것이다.
이희중(시인)
박순원의 언어는 말랑말랑하다. 그러므로 그의 시를 읽고 있노라면 마치 찰흙을 가지고 노는 일처럼 즐겁고 신난다. 만지작거리다보면 어느새 수많은 모양의 이상한 형체들이 살아나 내게 말을 건다. 그때마다 꿈같은 세계가 열린다. 동화 속 장면 같기도 하고, 악몽 속 같기도 하고, 또 한 번도 본 적 없는 시원의 꿈 속 같기도 한 세계들. 그러나 그는 “윤곽과 윤곽을 채운 살들이 다 한 덩어리”라고 한다. 그러한 덩어리들이 뭉개지고 다시 채워지면서 그의 세계는 더 “달콤하게 익어”가는 중이다. 그러니 그가 내민 말랑말랑한 언어를 만져보다 보면 유쾌함이나 고통이나 같은 덩어리에서 나온 같은 종류의 살들일 뿐이다. 누구든 각자 만지는 사람들의 상상으로 빚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의 세계에 대한 놀이에 참여하는 일은 참으로 신난다.
배용제(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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