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관순 시인의 등단작 「부불리나의 침대」를 여태 잊은 적이 없다. 진심이 담긴 목소리와 서늘한 농담과 때 묻지 않는 상상력을 떠올릴 수 있다는 건 축복이다. 어떻게 부불리나를 이토록 살아 있는 얼굴로 그려낼 수 있었을까? 중요한 것은 시적 대상을 선택하는 그의 안목이 탁 트여있다는 것이다. 그가 이번 시집에서 거듭 발견하려고 한 것은 소중해서 난감한 것들, 삶의 가려운 부분이다. 시인은 마치 우리 삶에서 지속되며, 사라지지 않고, 약해지지 않고, 말해지지 않는 것을 쫓아가는 ‘라일락 나비’ 같다. 시적 대상에 나앉아 춤을 풀 듯 시인은 동음어와 유사어와 다의어와 반대말을 시적 장치로 사용하여 사유의 낙차와 쾌감을 만들어낸다. 균일한 아름다움이다. 무해한 아름다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