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방한 후 ‘죄’는 더 무거워졌다. 낮고 아픈 이들에게 온 사랑을 쏟으며 용서와 화해를 전파한 그분의 뒤가 참으로 길다. 그런데 손톱만치도 따르지 못한 채 우리는 또 일상 속의 죄를 짓고 산다. “꽃을 무잡하게 희롱하”(「허물 죄罪」)는 것도, “망어妄語를 퍼뜨리”(앞의 시)는 것도, 어쩌다 ‘야차’가 되는 것도, 죄라면 다 죄다. 하지만 소소한 죄야 엎드려 빌면 용서할 수 있는 것, 문제는 큰 죄다. 물어야 할 죄는 태산인데 ‘내 죄요’ 가슴 치는 자 하나 없이 발뺌에만 급급하니 더 막막하다. 나라 망친 큰 죄들을 거르기는커녕 법망이 길을 터줄 때도 많아 또 암담하다. 그때마다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기를’ 엎드려 비는 것은 애꿎은 풀들이었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