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하기 싫다, 집에 가고 싶다, 배고프다. 저자가 들려주는 직장인의 하루다. 이토록 옹색한 문장들 사이에서 사람들은 자주 다친다. 누군가 툭 던진 한마디가 저녁까지 남고, 이유 없이 뒤집힌 결정이 샤워하는 동안에도 떠오른다. 머리를 두 번 감아도 개운하지 않다.
주현유는 이런 장면들을 흘려보내지 않는다. 대신 심리학의 언어를 빌려 하나씩 이름을 붙인다. 잔소리를 멈추지 못하는 선배에게는 도덕적 면허 효과를, 버튼 색깔을 따지느라 회의를 망치는 사람들에게는 통제의 환상을, 쉬겠다는 말 앞에서 스스로를 의심하게 된 친구에게는 인지부조화를 갖다 댄다. 이름이 붙는 순간 사무실은 견디는 곳에서 읽는 곳으로 바뀐다.
회사를 다룬 글은 대개 둘 중 하나다. 떠나라고 부추기거나 버티라고 격려한다. 이 책은 어느 쪽도 하지 않는다. 대신 그 말이 왜 아팠는지를 따져 물을 뿐이다. 그래서 이 책에는 악인이 없다. 가장 서늘한 장면은 무슨 제안이든 막아서던 부장의 과거가 밝혀지는 대목이다. 아무도 손들지 않는 일에 가장 먼저 손을 들던 사람이 어쩌다 브레이크만 밟는 사람이 되었을까. 저자는 비난 대신 설명을 택한다.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고 느끼는 순간부터 사람은 가능성보다 확실함을 붙잡는다는 것이다. 섬세한 해석이다. 답을 정해놓고 검토를 지시하는 임원에게도, 끝내 자기 알리바이부터 찾던 동료에게도 저자는 기어이 이해의 경로를 낸다.
시종 읽는 재미가 상당하다. 결과를 다 알고 있었다는 듯이 구는 과장을 외계인으로 의심하고 그 정체를 추적하는 대목에서 소리 내어 웃었다. 사람을 미워하는 데 힘을 쓰지 않는데도 후련하고 통쾌하다. 저자는 공감과 감동이 일어나는 아주 특별한 지점을 찾아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