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중에는 딸이 귀한 세상이 올 끼다.”
어릴 적 ‘딸만 둘’이었던 엄마를 위로하던 말이다. 호랑이띠, 용띠, 말띠 여자애는 기가 세다며 태어나지도 못하게 해놓고 훗날 남자들이 결혼을 못 할까 봐 걱정하던 신문 기사는 가관이었다. 자라고 보니 귀하기는커녕, 남자들이 꾸준히, 그리고 집요하게 여자들을 죽이는 중이다. 그러니까 한국에 남자가 너무 많은 건 통계적인 사실로, 여자를 못살게 군 결과다. 동시에 문화적 감각이다. 남자 기를 죽이면 큰일 나는 줄 아는 세상에서 변변찮은 놈들이 한껏 몸을 부풀리고 활개 치니 더 많아 보일 수밖에.
《한국에 남자가 너무 많아서》는 이 답답함을 동력으로 쏘아 올린 공이다. 코첼라 저리 가라 할 라인업의 작가들이 솜씨 좋게 빚은 픽션 너머로, 피가 아주 얇은 만두처럼 현실의 속이 비친다. 선명한 악의부터 다정함으로 포장한 채 뒤통수를 치는 무심함까지 ‘네 일’은 이토록 ‘내 일’ 같다. 남자들을 놀리고 쥐어패고 죽이고 볶아먹고 쌈 싸 먹고 관찰하는 이야기는 힘이 세다. 너무 많은 남자들 틈을 비집고 기어이 피어나는 여자들에게 속절없이 반한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나였고 너였던 얼굴이, 그 새끼와 그 자식이었던 면상이 아른거린다. 문득 억울해졌다. ‘그때’의 나에게도 ‘이 책’이 있었다면. 그 말인즉슨, 이제 어떤 순간에 나는 조금 덜 외로워질 거라는 뜻이다.
책의 제목을 본 순간 가슴이 뛴다면, 잘 찾아오셨다. 무엇을 고르든 후회 없을 여섯 가지 맛을 오늘의 나에게 선물해 보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