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하거나 빼앗겼든, 숨기거나 회피했든, 애초에 없거나 몰랐든, 자신과의 괴리를 겪는 이유는 나를 살고 있지 않아서다. 나를 살려면 나를 찾아야 하고, 나를 찾는 길은 내 안으로 들어가는 길 말고는 없다. 무력해서 당한 폭력과 억압의 기억을 뒤져, 그 장면에 눌어붙어 있는 수치심과 죄책감과 두려움을 노려보아야 한다. 노려볼수록 힘이 생기고, 힘이 생기면 해석이 달라지며, 자신의 과녁과 마주하게 된다. 『레츠 비』의 서사와 문장들은 자신의 과녁을 찾아 내면의 동굴 앞에 선 사람들에게 소설가 이수진이 건네는 전짓불이자 화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