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몸에 손을 댄 적이 있다. 허리 어디쯤, 흰 스웨터에 묻은 고추장을 닦아내기 위해서였다. 붉은 얼룩을 지워내다가 그녀의 몸 안으로 손이 들어가는 듯한 기이한 경험을 했다. 뼈와 근육, 심장과 폐, 모든 장기를 돌고 있는 혈관. 그곳에는 삼라만상이 잠겨 있는 이상한 우물이 있었다. 어느 작품 하나라도 복잡한 우물을 거치지 않은 게 없음을 느끼게 되면, 가끔 새벽에 그녀 생각이 나고, 종국에는 마침표 하나까지 우물에 닿은 그녀의 글로 흘러가고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