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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심 심사평
심사평 김가경 / 유린 이야기 수상소감 인터뷰 / 권이항 자선작 / 몰리모를 부는 화요일 이아타 / 무릎 위에 수상소감 자선작 / 희고 검은 장정옥 / 물고기의 집 정 인 / 아무 곳에도 없는 김동혁 / 아화阿火 배이유 / 검은 붓꽃 이근자 / 지하철과 달팽이 최정희 / 능소화 필 때 취지와 심사 경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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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상 수상작 심사평
「유린 이야기」는 현실에서 무용한 자연주의자라는 독특한 캐릭터를 압축된 이야기로 담백하게 풀어낸다. “멘탈이 좀 다르고 초현실주의”라 왕따를 당하지만 오줌을 “우리 몸을 순례하고 나온 강물”이라고 시인처럼 말하며 ‘강물’을 회귀시키듯 언 땅에 앉아 누는 유린은 자연의 순정한 누이임이 틀림없다. 직장 동료들과 문상을 가다가 터널 속에서 혼자 내려 입구를 향해 걸어가는 뒷부분은 시선을 사로잡는데 폭설이 내리는 백색의 초원 앞에 선 유린의 모습은 마지막까지 살아남아 작물의 멸종을 막으려 ‘북극의 종자보관소’에 씨앗을 발아시키러 가는 미래의 전사 같다. ―강석경(소설가) 「유린 이야기」는 오줌 이야기다. 오줌의 기원을 거슬러 올라가다보면 오줌이나 아기집의 양수나 거기서 거긴데, 그래서 우리는 어쩌면 오줌을 먹고 살았는데, 지금은 너무 멀어졌다. 오줌은 배설물이며 가까이할 게 못된다. 아주 멀어졌다. 그렇게 어머니도 멀어지고 형제도 고향도 멀어지고 결국은 더 근본적인 어떤 것으로부터도 멀어진다. 더 멀어진다면 생태관계의 소외와 지구 생명의 멸종. 그러니 기원 혹은 시원으로의 소급을 한시도 잊을 수 없는 것이겠으나 아무도 그곳으로 가려하지 않는다. ‘오줌 먹는 4차원 왕따녀’가 혼자 그것을 실천한다. 독특한 소재를 다루면서도 소재주의에 빠지지 않고 너끈히 할 말 다 하는 이 노련한 작가는 누구지? 심사 때는 이름이 지워져 있어 알지 못했으나 김가경이란다. 김가경? 역시. 그라면 크게 놀랄 일은 아니지. ―구효서(소설가) 「유린 이야기」는 제약회사 연구소에서 ‘오줌’을 매개로 한 직원들의 일상을 담담하게 그린, 낯선 이야기를 일상의 것으로 재해석한 작품으로 속도감 있게 읽혔다. 폭설로 인한 갇힘 속에서 떠오르는 한 마리 새를 통해 새로운 출발을 시사하는 주제의식과 작가적 개성을 주목하였다. ―이수남(소설가) 우수상 수상작 심사평 「무릎 위에」는 그림으로 치면 인상파이다. 햇빛에 반짝이며 흩어지는 물방울 같은 찰나의 아름다움, 그 소멸의 시간들이 안타깝게 점점이 찍혀진 회한의 화폭이다. 권태란 단어는 길 건너 풍경 같고, 덧없는 시간에 대한 애상은 서구문학을 통해 이미 낯익지만 팔년 전 사랑했던 루이즈를 만나러 빠리로 와서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는 단순한 이야기를 세련된 문체로 이끌어가는 솜씨가 돋보인다. ―강석경. 「무릎 위에」는 아스라하다. 시로 만든 비누처럼 기분 좋게 미끄러지니 빠져들지 않을 수 없는 유의 이야기다. 파리와 북프랑스의 풍경과, 그것을 멋지게 그려내는 문장 솜씨 때문만이겠는가. 팔년 전과 이틀 전, 혹은 십분 전과 오분 전의 세계를 순환과 반복의 시간 안에 한데 묶어내는 솜씨야말로 참으로 날렵하지 않은가. 문장 터치가 기민한 데다 거기에 살짝 쓴맛까지 더하다니 아, 이 작가는 참……. 하여튼 그런 아스라함을 유현(幽玄)이라 할 법하다. ―구효서. 「무릎 위에」는 8년 만에 프랑스에서 재회한 남녀의 만남이 보여주는 행적은 절제되고 투명하다. 그러면서 수준 높은 감성으로 긴 여운을 남기게 하는 데 성공하고 있다. ―이수남. 추천작들에 쏟아진 심사위원들의 찬사 「검은 붓꽃」은 파격이다. 버자이너 모놀로그라는 연극을 아직 보지 못한 나로서는 그동안의 작품들 안에서 이토록 ‘노모’인 버자이너를 정면으로 맞닥뜨린 적이 없다. 물론 작품이 아닌 곳에서야 왕왕 봐 왔지만 이토록 개운하고 상쾌하고 숙연해진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읽으면서 오호, 오호, 를 연발했고 끝내는 큰 박수. 인체의 가장 깊숙한 곳에서 평생의 시간을 보내지만 그에게도 오롯한 일생이 있으며 우리와 함께 늙어가는 표정이 있다는 것. 시간의 절대자 앞에서는 꽃도 나도 버자이너도 뭐, 다, 무상(無常)의 동기(同氣). ―구효서 「아화阿火」는 역 이름인데 2008년부터 역무원이 없단다. 1918년에 세워진 역이라니 올해로 딱 100년 된 역이다. 저기 프랑스 보르도 지방의 생테밀리옹역이 딱 그러한데 하여튼 이런 역에서는 이야기가 안 나올 수 없다. 하지만 이 소설은 작가가 역의 이름인 ‘언덕’과 ‘불’이라는 분리성 이미지를 붙들고 덤비기 시작한 것이어서 과연 잘 해낼 수 있을까 싶었는데 웬걸, 깜짝 놀랐다. 위태롭고 쇼킹한 금기의 불붙은 언덕을 어쩌면 이리도 천연스레 넘으면서, 자칫 민망해질까 긴장하는 과민한 독자들을 외려 탱자 향 나는 아로마테라피의 골목으로 안내하다니. ―구효서 세월호와 천암함 폭침을 떠올리게 하는 「물고기의 집」은 소설적 긴장감을 갖게 하나 조금 비켜서 있는 듯한 전반부에 비해 후반부에서 작가적 상상력이 돋보이는, 힘들여 쓴 작품이었다. ―이수남 「지하철과 달팽이」는 교통사고로 무너진 가족애를 되살리려 애쓰면서도 남편이 달팽이를 키운 비닐하우스에 불을 지르고, 지하철 안에서 체온을 나누려 성희롱을 받아들이는 여자의 역동적 심리묘사가 팽팽하다. ―강석경 「아무 곳에도 없는」은 이년 만에 귀국한 화자가 옛집을 찾아갔다가 유산 받은 부모의 집을 팔아버린 남동생을 만나는 과정이 섬세하게 그려져 있다. 아파트가 주거지가 된 요즘 세태에 나무가 있는 집을 “기억의 사원”으로 그리워하는 정서에 공감한다. ―강석경 「능소화 필 때」는 생을 마감하려는 90세 노인과 파지를 줍는 노파와를 통해 삶의 가치와 의미를 일깨워주는 무거운 주제를 따뜻한 체온으로 풀어내고 있다. ―이수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