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북경 목사님을 생각하면 머리에 떠오르는 몇 가지 추억이 있습니다. 처음 옥스퍼드한인교회 청빙을 위한 첫 설교를 하러 갈 때 하룻밤을 목사님 댁에서 묵으며 교제했는데, 담백하고 깨끗한 첫인상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신씨아 사모님의 온화하고 포근한 미소가 청빙을 앞둔 제 마음을 참 편안하고 따뜻하게 해주었습니다. 옥스퍼드한인교회 담임목사로 청빙 받아 처음 한인노회가 개최되어 설레는 마음으로 노회에 참석하였을 때입니다. 오전 시간을 마치고 점심 식사 시간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점심 메뉴는 이보다 더 간단할 수 없는, 햄버거였습니다. 저는 충격 아닌 충격을 받았습니다. 거나한 식사는 아니어도 뭔가 영국의 한인노회다운(?) 그럴싸한 점심을 기대했던 제 사치스러운 마음을 부끄럽게 만든 소박한 식사였기 때문입니다.
하루는 김북경 목사님께서 한국에서 목회를 하고 있던 제게 편지를 보내주셨습니다. 저는 반가운 마음으로 편지를 열었는데, 내용물을 보고 이내 망연자실했습니다. 도저히 목사님께서 보내신 편지라고 믿을 수 없는 광고지 한 장이 들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황당한 마음을 추스르고 자세히 보니 목사님이 이면지를 사용하여 보내신 편지였습니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편지였지만, 이 일은 일관된 그 어른의 삶의 한 방식을 가장 잘 보여주는 예였습니다. 격식 없이 선을 뛰어넘는 교제와 사랑, 몸과 마음에 깃든 섬김과 돌봄이 다양한 방식으로 소박하고 꾸밈없이 드러난 사건들이었습니다.
사람의 어리석음은 누군가를 떠나보낸 뒤에야 후회하고, 뒤늦게 그 가치와 소중함을 떠올리며 그리워한다는 점일 것입니다. 김북경 목사님을 떠나보내고 난 저의 심정이 정말 그러합니다. 어찌 이 귀한 어른을 한 번이라도 더 찾아뵈옵고 배우려고 하지 않았을까 하는 후회가 밀려옵니다. 심지어 에스라성경대학원대학교의 총장으로 오셨을 때라도 자주 뵙고 교훈을 얻고, 영국에서 받았던 사랑을 돌려 드렸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귀국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적응하는 중이었고, 그토록 소원하던 목회를 향하여 줄달음질 치기에 바빠 그 소중한 교제의 기회를 놓친 채 주님 곁으로 목사님을 떠나보내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이 귀한 어른의 삶을 회고하는 책을 출간한다는 소식은 제게 큰 위로가 되었습니다. 제가 행복한 마음으로 단숨에 추천사를 써 내려갈 수 있는 것은, 지금 이렇게라도 제가 온 몸으로 보고 느끼고 배운 그분의 삶을 사랑하는 조국 교회와 목회자들과 성도들에게 소개할 수 있겠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이 책에는 부족한 제가 생의 그 중요한 순간에 누리고 감격했던 김북경 목사님의 삶이, 잘 드러나 있습니다. 어른다운 어른을 간절히 찾는 이 시대에 저는 목회자든 성도든 누구든지 이 책을 펴서 꼭 읽으시기를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