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쿠시인, 수필가. 근대 하이쿠 예술을 집대성한 인물. 시키 혹은 호토토기스라 불리는 두견새는 목에서 피를 토하도록 운다는 중국설화 때문에 폐결핵을 상징하는 새가 됐다. 대학시절 폐결핵이 발병한 이래 줄곧 병상을 멀리 떠나지 못했던 그는 필명을 시키라 짓고 하이쿠 연구와 창작에 몰두했다. 그가 만든 하이쿠 잡지 『호토토기스』는 하이쿠시인을 위한 창작의 장이 됐고 시키와 평생의 벗이었던 소세키의 작품이 처음 발표되기도 했다. 수필집 「병상육척」은 고통스런 일상을 위트 있고 아름다운 문체로 써낸 산문으로 이름이 높다.
가을은 응시의 계절, 몰두의 계절, 자신의 존재를 생각하는 계절이다. 가을의 진정한 기백에 닿을 때 잘못된 생존 양식-생활-은 여지없이 꺾이고 그 대신 올바른 생존 양식-생활-은 더욱 힘차고 튼튼하게 뿌리내린다. 봄부터 여름에 걸쳐 갖가지 잡초가 무성히 자라난 우리의 삶은, 가을 기백과 만나 온전히 근간을 드러내며 맑고 깨끗한 거울에 비친다. 가을에 자기 자신을 응시하며 차분한 환희를 맛본 사람은 그야말로 행복한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