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3년 [현대시학]을 통해 등단했다. 시집으로 『적극적 마술의 노래』 『처음을 위한 춤』 『안개편지』 『비천한 빠름이여』 『아늑한 얼굴』 『다시 하얗게』 등이 있다. 천상병시상, 최계락문학상, 한국시인협회상 등을 수상했다. 성신여대 국문과 교수를 거쳐 지금은 명예교수로 있다.
“어쩌자고 너의 뺨에 손을 댔을까” 싸늘해진 너의 뺨은 손바닥에 화인을 남겼다. 이 화인은 타자의 무한성을 온몸으로 감지한 시인에게 보낸 뜨거운 응답일 것이다. 타자의 고통에 공감하는 능력의 최대치를 이 불도장이 확인해 준 셈이니 시인이 뛰어다니며 거두어 주곤 했던 삶의 지난(至難)이 저만치서 봄빛으로 되돌아오리라는 짐작은 과욕이 아니다. 언니가 되고 또 누이가 되기를 주저하지 않는 ‘되기’에 충실한 시인의 붉은 손을 꽉 잡아 주자, 우리.
이숙이 시인의 작품들을 만났던 순간의 놀라움이 쉬이 가시지 않는다. 생을 거뜬히 초과하는 생의 열정, 검붉은 마그마를 분출하기 직전의, 장전된 총의, 그 총구의 위기일발을 상상하며 몸을 웅크릴 수밖에 없었다. 연륜 높은 시인을 그녀라고 부르자. 그녀가 그토록 맞이하려 벼르던 청춘은 아직 오지 않았다. 덕분에 그녀의 감성은 너른 바다의 짓푸른 울먹거림으로, 끊이지 않는 넘실거림으로 충만한 청춘의 꿈을 선물해 준다. 우리 모두에게, 오히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