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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글을 쓸때 잉크로 쓰지 않는다. 가벼움으로 쓴다. 설명을 잘했는지 모르겠다. 잉크는 구매할 수 있으나 가벼움을 파는 상점은 없다. 가벼움이 오거나 안 오는 건 때에 따라 다르다. 설령 오지 않을 때라도, 가벼움은 그곳에 있다. 이해가 가는가? 가벼움은 어디에나 있다. 여름비의 도도한 서늘함에, 침대맡에 팽개쳐 둔 펼쳐진 책의 날개들에, 일할 때 들려오는 수도원 종소리에, 활기찬 아이들의 떠들썩한 소음에, 풀잎을 씹듯 수천 번 중얼거린 이름에, 쥐라 산맥의 구불구불한 도로에서 모퉁이를 돌아가는 빛의 요정 안에, 슈베르트의 소나타에서 언뜻언뜻 보이는 가난 속에, 저녁마다 덧창을 느릿느릿 닫는 의식에, 청색, 연청색, 청자색을 입히는 섬세한 붓질에, 갓난아기의 눈꺼풀 위에, 기다리던 편지를 읽기 전에 잠시 뜸을 들이다 열어 보는 몽글몽글한 마음에, 땅바닥에서 '팡'하고 터지는 밤껍질 소리에, 꽁꽁 언 호수에서 미끄러지는 개의 서투른 걸음에. 이 정도로 해두겠다. 당신도 볼 수 있듯, 가벼움은 어디에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벼움이 믿을 수 없을 만큼 드물고 희박해서 찾기 힘들다면, 그 까닭은 어디에나 있는 것을 단순하게 받아들이는 기술이 우리에게 부족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