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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의 정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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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서문 _ 6p
그리움의 정원에서 _ 11p
이중의 사랑 기록 _ 김연덕 시인 (추천사) - 100p

저자 소개 2

크리스티앙 보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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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ristian Bobin

크리스티앙 보뱅은 프랑스의 대표 시인이자 에세이스트이다. 동시대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하고 맑은 문체로 프랑스의 문단, 언론, 독자 모두에게 찬사를 받으며 사랑받는 작가다. 1951년 프랑스 부르고뉴 지방의 르 크뢰조에서 태어나 2022년 11월 24일, 71세의 일기로 생을 마감했다. 평생 그곳에서 글쓰기를 하며 문단이나 출판계 등 사교계와는 동떨어진 생활을 해온 고독한 작가다. 대학에서 철학 공부를 마친 후 1977년 첫 작품인 『주홍글씨(Lettre pourpre)』를 출간했고 아시시의 성인 프란체스코의 삶을 유려한 문장으로 풀어낸 『지극히 낮으신(Le Tres?Bas)
크리스티앙 보뱅은 프랑스의 대표 시인이자 에세이스트이다. 동시대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하고 맑은 문체로 프랑스의 문단, 언론, 독자 모두에게 찬사를 받으며 사랑받는 작가다. 1951년 프랑스 부르고뉴 지방의 르 크뢰조에서 태어나 2022년 11월 24일, 71세의 일기로 생을 마감했다. 평생 그곳에서 글쓰기를 하며 문단이나 출판계 등 사교계와는 동떨어진 생활을 해온 고독한 작가다. 대학에서 철학 공부를 마친 후 1977년 첫 작품인 『주홍글씨(Lettre pourpre)』를 출간했고 아시시의 성인 프란체스코의 삶을 유려한 문장으로 풀어낸 『지극히 낮으신(Le Tres?Bas)』이라는 작품으로 세간에 자신의 이름을 알렸다. 유서 깊은 프랑스 문학상, 되마고상 및 가톨릭문학대상, 조제프 델타이상을 수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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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외대 불어과와 동 대학원에서 프랑스어를 전공하고 파리 13대학에서 언어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지금은 독자들에게 좋은 책을 소개하고 싶은 마음에 책을 기획하고 만드는 일을 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나의 페르시아어 수업』, 『라플란드의 밤』, 『내 손 놓지 마』, 『로맨틱 블랑제리』, 『내 욕망의 리스트』, 『생각 정리의 기술』, 『요리의 거장 에스코피에』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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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5년 07월 01일
쪽수, 무게, 크기
104쪽 | 125*205*20mm
ISBN13
9791190533676

책 속으로

삶과 마찬가지로 죽음 또한 자신만의 간주곡과 계절을 지니고 성장해 간다. 오늘, 우리는 봄의 문턱에 있다. 내일이면 라일락과 벚꽃이 축제를 벌일 것이다. 지슬렌, 너를 보기 위해 네가 죽기 전으로 돌아간다면, - 하지만 너는 언제나 그 이전, 그 앞에 있었다. 그러니 돌아간다는 건 적당한 단어가 아니다. - 소나기를 맞으며 눈부시게 웃음 짓던 생기 가득한 너를 볼 수 있으리라. 그리운 너의 미소. 우리는 그리움 속에서 시들어 가고, 그 안에서 켜켜이 쌓이는 삶을 깨닫기도 한다.
--- p.6

네 죽음은 내 안의 모든 걸 산산이 부서뜨렸다.
마음만 남기고.
네가 만들었던 나의 마음. 사라진 네 두 손으로 여전히 빚고 있고, 사라진 네 목소리로 잠잠해지고, 사라진 네 웃음으로 환히 켜지는 마음을.
--- p.11

나는 아주 잘 알고 있다. 이 땅에서 너를 다시는 볼 수 없다는 것과 지상에 울려 퍼지던 네 웃음과 네 발자국 소리를 더는 들을 수 없다는 것을. 지금으로선 이 사실을 아는 것으로 족하다. 너로부터 오던 부드러움이 내게 다시 왔고, 부드러움은 오늘 최고조에 이르렀다. 부드러움은 네 열린 무덤에서 나왔다. 무덤 속의 네 밝은색 목관과 바로 위, 아픈 입속의 시커먼 이처럼 썩어버린 두 개의 다른 관. 나는 관들을 오래도록 응시했다. 내게 소중한 장면이다. 나는 이 이미지를 내 곁에 간직하고, 내 옆에 잡아둘 수 있는 빛을 찾는다. 너에 대해 씀으로써 그 빛을 찾는다. 네가 남겨놓은 숙제를 해야 한다는 듯이. 이 숙제는 여전히 선물과 같다.
--- p.16

네 죽음은 수수께끼 같아서 그 안에 온화함이 있는지 냉혹함이 있는지 알 수 없다. 나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온화함을 받아들이려면 냉혹한 죽음의 실체마저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네가 내게 준 것들은 모두 고귀하고 순수한 것들이었다. 그러므로 나는 이제 네 죽음 안에 감춰진 고귀하고 순수한 것을 찾는다. 어디서든, 심지어 최악의 곳에서도 찬탄할 만한 소재를 찾는 일, 나는 네가 가르쳐 준 대로 글을 쓴다.
--- p.18

처음에 나는 목소리를 잃었다고 생각했다. 말과 죽음은 동시에 한 공간으로 들어가려다가 서로 문턱에서 걸리는 두 사람과 같았다. 죽음은 점점 더 커졌고, 말은 점점 더 더듬게 되었다. 그러다 나는 알게 되었다. 사람들이 죽음에 관해 안다고 여기는 모든 것들과 고통에 대해 되풀이되는 상투적인 말들, 그리고 다시 산만한 삶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필연의 논리들, 그 모든 것을 전염병처럼 피해가야 한다는 것을. 또한 나는 깨달았다. 삶과 마찬가지로 죽음에 있어서도 다른 이의 말에 귀 기울이지 말아야 하며, 죽음을 말할 때는 사랑을 이야기하듯 부드러운 목소리로, 열정 어린 목소리로 말해야 한다는 것을. 죽음의 고유한 특성과 사랑의 감미로움에 어울리는 세밀한 언어를 선택해야 한다는 사실을.
침묵하면서 살기를 원한다. 내 마음을 사로잡는 것은 침묵이다. 내 아버지의 묵직한 침묵이나 요양원의 침묵이 아니라 쥐라산맥 숲속의 침묵, 백지 같은 침묵이다.
--- p.28

자유와 지혜와 사랑은 세 단어이나 결국 같은 말이다. 각 단어가 다른 두 단어와 유리되면 알맹이도 의미도 없는 텅 빈 언어가 되어버리므로.
--- p.37

사랑에 절망하는 일조차, 너에게는 여전히 사랑하는 한 방식이었다. 너는 사랑 그 자체였다. 네 눈이 그렇게 말했고, 네 목소리가 그렇게 말했고, 네 삶 전체가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죽음은 ‘사랑’을 빼앗을 수 없다. 그렇다면 도대체 죽음이 네게서 낚아챌 수 있었던 건 무엇이었을까?

--- p.60

출판사 리뷰

상실의 자리에서 다시 피어나는 사랑과 삶
“우리는 그리움 속에서 시들어 가고, 그 안에서 켜켜이 쌓이는 삶을 깨닫기도 한다.”

1979년 가을, 스물여덟 살이던 보뱅은 지슬렌 마리옹을 처음 만난다. 그들의 만남은 짧지만 강렬했고, 보뱅은 그 날이 바로 “하늘 꼭대기까지 닿도록 영원을 힘껏 던지는 두 번째 탄생”이 이루어진 날이라고 고백한다. 그 후로 보뱅은 “가장 바쁘고도 고요한 방식”으로 지슬렌을 사랑했으며, 그녀는 보뱅의 삶에 생생한 빛으로 자리잡는다. 그러나 1995년 여름, 지슬렌은 파열성 뇌동맥류로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다. 그해 가을과 겨울, 보뱅은 그녀의 부재로 인한 형언할 수 없는 고통 속에서 이 책을 써내려 간다. 『그리움의 정원에서』는 지슬렌의 죽음이라는 비극을 마주하며, 그녀의 생생한 모습과 그들이 함께했던 순간들을 섬세하게 되살려낸 결과물이다.

보뱅은 이 책에서 지슬렌의 미소, 그녀의 따뜻한 행동, 그리고 그녀가 남긴 삶의 흔적들을 세심하게 그려낸다. 그는 그녀의 죽음을 “수수께끼”로 묘사하며, 그 안에 담긴 온화함과 냉혹함을 동시에 받아들이는 과정을 걷는다. “네 죽음은 수수께끼 같아서 그 안에 온화함이 있는지 냉혹함이 있는지 알 수 없다. 나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온화함을 받아들이려면 냉혹한 죽음의 실체마저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문장은 보뱅이 상실의 아픔 속에서도 삶의 아름다움을 찾아가는 여정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너로 인한 그리움과 공허와 고통마저도 내 안으로 들어와 나의 가장 큰 기쁨이 된다. 그리움, 공허, 고통 그리고 기쁨은 네가 내게 남긴 보물이다. 이런 보물은 결코 고갈되지 않는다. 이제 내가 해야 할 일은 죽음의 시간이 올 때까지, ‘지금’에서 ‘지금’으로 가는 것뿐이다.”

크리스티앙 보뱅의 문체는 이 책에서 특히 빛을 발한다. 그는 일상적인 언어를 초월하는 시적인 문장으로, 지슬렌의 존재와 그녀의 부재를 동시에 포착한다. 그의 글은 마치 정원에 심어진 꽃처럼, 섬세하면서도 생명력으로 가득 차 있다. 보뱅은 사랑하는 이를 잃은 슬픔을 단순히 애도의 언어로 표현하지 않는다. 대신, 그는 지슬렌의 삶이 여전히 그의 곁에서 살아 숨 쉬고 있음을, 그녀의 웃음과 눈빛이 그의 기억 속에서 영원히 빛난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상실의 비극을 다루면서도, 동시에 삶의 경이로움을 찬미하는 텍스트. 보뱅은 죽음이 삶의 끝이 아니라, 오히려 삶의 깊이를 드러내는 통로라고 말하는 듯하다. 그는 지슬렌의 죽음을 통해 삶의 소중함과 사랑의 영속성을 깨닫고, 이를 독자와 공유한다. 그리하여 그의 문학적 여정에서 가장 내밀하고도 보편적인 이 작품은 독자로 하여금 사랑했던 이들을 떠올리게 하고, ‘어떻게 사랑했던 이의 부재를 견딜 수 있을까? 그리고 어떻게 그 부재 속에서 여전히 사랑할 수 있을까?’와 같은 질문을 건네며, 상실의 아픔 속에서도 삶의 아름다움을 발견하도록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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