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의 탄생, 바다의 탄생, 생물의 탄생 그리고 그 중심에 상어의 탄생을 겹겹이 쌓아서 《사소한 상어책》을 만들어 냈다. 주제가 상어인 것 같지만 사실은 바다 생명들의 진화 스토리이다. 나무보다 앞선 4억 년 전쯤 바다에 등장한 상어는 바다의 지배자들이 등장했다가 사라지는 순간을 이겨 내고 현재에 이른 서사를 써 내려가고 있다.
탁월한 이야기꾼은 스토리에 스토리를 쌓아서 전혀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 새로운 스토리에 힘이 있는 것은 스토리와 스토리를 연결하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과학 스토리텔링이 재미있으려면 현상과 개념을 풀어 가는 논리와 눈으로 확인하게 해 주는 이미지가 있어야 한다. 예를 들면 물고기와 상어가 물속에서 숨 쉬는 차이를 설명할 때 물의 흐름을 어떻게 이끌어 가는지를 그림으로 설명했는데, 이런 방식이 스토리에 힘을 불어넣어 주었다.
내용뿐만 아니라 그림 자체로도 즐거움을 준다. 고생대 데본기의 바닷속에서 두족류, 삼엽충, 바다전갈 등이 헤엄치는 모습을 보노라면 장엄한 진화의 현장을 지켜보는 듯해서 잠시 숨이 멈추는 것 같았다. 과학 마니아, 상어 마니아가 보면 가슴이 뛸 법한 책이다. 과학 공부는 현상을 관찰하는 힘에서 나온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