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훔볼트대학교에서 함께 수학한 나의 친구이기도 한 사이토 코헤이의 이 책은 여러모로 매력적이다. 무엇보다도 이 책은 마르크스의 이론과 오늘날 제기되고 있는 생태 운동 사이의 연관성을 찾는 시도로서 시의성을 갖는다. 더군다나 이 책은 아직 독일과 영미권은 물론 이웃나라 일본의 발전된 마르크스-엥겔스 이론 연구 수준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그럼에도 소수 연구자들의 희생적 노력으로 연구 성과들이 나오고 있는) 국내 학계에 적지 않은 활력소를 제공해 줄 것으로 기대된다. 왜냐하면 이 책이 그러한 국제적인 마르크스-엥겔스 연구의 논쟁들을 거쳐 비로소 자신의 주장을 전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르크스의 생태사회주의』는 다음과 같은 논쟁점들을 제기한다. 저자 사이토 고헤이는 마르크스 초기 저작을 둘러싼 기존의 휴머니즘 진영(프롬과 마르쿠제) 대 구조주의 진영(알튀세르) 사이의 논쟁을 넘어서, 『경제학 철학 수고』에 제시된 ‘인본주의=자연주의’라는 관점에서 드러나는 마르크스의 ‘자연’에 대한 관심, 그리고 직접적 자연, 특히 토지로부터 생산자의 소외가 초래하는 파괴적 귀결에 대한 그의 관심에 주목해야 한다고 본다. 이러한 맥락에서 저자는 『자본론』의 서두에 등장하는 가치와 추상적 노동이라는 범주를 둘러싼 논쟁을 환기하면서, 추상적 노동을 ‘순수 사회적 형태’로 보는 일련의 (흔히 새로운 마르크스 독해Neue Marx-Lekture 경향으로 알려진) 독일어권 저자들의 관점에 대해 (일본 마르크스 연구의 성과를 빌려) 비판을 가한다. 오히려 추상적 노동에 내재한 ‘생리적’, 즉 ‘자연적’ 요소에 주목하지 못한다면 마르크스와 자연, 나아가 그의 자본주의 비판에 함축된 생태적 함축을 발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그는 마르크스-엥겔스 전집MEGA에 실린 마르크스의 미출간 원고들을 검토하면서, 마르크스의 최후 자연과학과 농화학 연구에 드러난 생태주의적, 생태사회주의적 관점을 세심하게 검토하고 있다.
이 책은 이러한 이론적 엄밀함과 탄탄한 문헌적 근거 위에서 마르크스의 자본주의 비판이 갖는 생태사회주의적 함축을 설득력 있게 재구성하고 있다. 이를 통해 마르크스를 ‘생산력주의’ 패러다임에서 읽어 왔던 지난날의 해석을 풍부한 문헌적 근거 위에서 반박하면서, 저자는 마르크스가 자본주의에 내재한 반(反)자연적 성격을 얼마나 예민하게 비판했는지 논증한다. 따라서 이 책은 오늘날 생태적 위기와 경제적 불평등의 참상을 함께 사유하고자 하는 비판적 독자들에게 꼭 필요한 책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