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재미가 없으면 의미도 없다’는 대중 서사에 심연까지 부여하라는 무리한 요구를, 무리 없이 해낸다. 난해하기로 악명 높은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을 굳이 호출하여 『신화, 영웅 그리고 시나리오 쓰기』와 나란히 세우고, 그 위에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을 엠블럼처럼 건다. (…) 플롯 체크리스트를 내면의 지도로 되돌린 것은 이 책이 쟁취한 성배다. 웹툰과 웹소설이라는 스낵 컬처가 이 전리품을 얼마나 취할지는 알 수 없다. 다만 홍콩 누아르처럼 서로 베끼고 답습하다 나란히 망해가는 한국 콘텐츠 판에, 이 책이 날카로운 경보가 되어주었으면 한다.